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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충천

‘레드퀸’ 교훈 알고 있는지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레드퀸’ 교훈 알고 있는지

“네가 앞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거울나라의 붉은 여왕은 주인공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격인 이 동화에서 앨리스는 마치 거울에 비친 듯 모든 것이 반대로만 가는 거울나라에서 뛰고 또 뛰어도 자꾸 제자리에 머물자 그 이유를 궁금해합니다.

글머리에 언급한 간단명료한 문장은 앨리스의 그런 의문에 대한 붉은 여왕의 대답입니다. 앨리스는 물론, 붉은 여왕을 둘러싼 주변 풍경까지도 모두 똑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니 아무리 달려도 결국 제자리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붉은 여왕의 이 교훈은 이후 미국의 진화학자 밴 베일른이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생물학 이론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삶과 죽음의 엇갈림이 경각에 달린 살벌한 전장(戰場), 즉 생태계에서 포식자보다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는 피식자가 잡혀 먹히지 않으려면 느린 속도를 타고난 선천적 형질에 후천적인 노력과 학습을 더해 더 빨리 달아나야만 쫓고 쫓기는 평형관계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부단하고 처절하게 생존투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경쟁구조를 해석할 때도 유용하게 쓰이곤 합니다.

하지만 붉은 여왕의 교훈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비단 거울나라나 자연생태계, 기업뿐일까요?



‘레드퀸’ 교훈 알고 있는지
대한민국도 ‘거꾸로 가는 나라’입니다. 또 다른 거울나라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도 삶의 질 지수는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여야의 구태는 여전하건만 감언(甘言)에 속지 않는 민심을 따라잡지는 못합니다. 낡아빠진 선거전략, 기득권에 대한 미련,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인드로는 북극 한파도 무색케 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국민 표심(票心)을 결코 붙들 수 없습니다. 2012년 대한민국, 붉은 여왕이 이상(理想)은 높지만 발은 한사코 땅에 붙인 채 생존을 꾀하는 이상한 정치권에 던지는 교훈은 이렇습니다.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온 힘을 다해 달려라.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금보다 두 배 더 빨리 변해라.’



주간동아 2012.02.13 824호 (p9~9)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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