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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당신도 혹시 죽어도 물건을 못 버리십니까?

잡동사니의 역습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당신도 혹시 죽어도 물건을 못 버리십니까?

당신도 혹시 죽어도 물건을 못 버리십니까?

랜디 O. 프로스트ㆍ게일 스테키티 지음/ 정병선 옮김/ 월북/ 392쪽/ 1만4800원

요즘처럼 다양한 즐길 거리가 없던 1970~80년대에 우표 수집은 최고의 취미 생활이자 재테크였다.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날이면 많은 사람이 우체국 문이 열리기를 새벽부터 기다렸다. 사람은 대부분 수집하고 저장하는 성향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소유물에 애착을 가진다. 또 남들이 모으지 않는, 정말 이해하지 못할 것을 열심히 모으기도 한다. 문제는 현재 전 세계 약 600만 명이 필요 이상으로, 혹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데도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는 ‘저장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장 강박 증상자들은 완벽주의를 지향하고 매우 우유부단했다. 그들은 수월하게 결정을 내릴 만큼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지 못했다. 어디에 가든 물건을 모았고, 매일 많은 물건을 가져왔다. 또 만약에 대비한 품목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들의 기이한 행동이 개별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대다수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또 다른 사람이 저장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강박·충동 장애 심리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들이 만난 ‘죽어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증상과 사연은 한편으론 매우 심각하고 한편으론 매우 안타깝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자. 아이린은 지적 수준이 높지만 결국 잡동사니 때문에 남편에게 버림받았다. 그가 사는 집에는 정체불명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부터 중고품 판매장에서 구입한 깨진 꽃병까지 온갖 물건이 넘쳐났다. 물건에 다양한 가치를 부여하고 수집해 보관한 까닭이다. 집 안은 ‘산양의 오솔길’(goat path, 저장 강박 증상자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란 아주 작은 길을 따라 이동해야 할 만큼 잡동사니 천지가 됐다.

열세 살 때부터 잡지를 모은 데브라는 세상을 보는 창이 바로 잡지다. 그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집 분야를 확대했는데 여행, 요리, 뉴스, 여성 잡지까지 모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일단 잡지를 모으고 시간이 나면 읽기로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잡지는 쌓이고 읽을 시간은 점점 부족했다. 자신은 ‘잡지 보관인’이라 말하는 그는 “아무튼 갖고 있으면 읽을 시간이 날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게다가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그는 세상의 모든 잡지를 저장하려고 조금도 구겨지지 않은 관련 잡지를 무조건 3권씩 구입했다.

이외에도 영화 기획자로 명성을 얻으며 화려한 삶을 살았던 50대 여성 파멜라는 고양이 200마리를 키우며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고, 대니얼은 거리의 온갖 쓰레기를 모아 실내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며 누나와 여동생, 조카를 건물 붕괴 및 화재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저자들은 저장 강박을 앓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트라우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엄격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나 성폭력 경험, 부모의 무관심,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그들의 증상과 무관하지 않음을 밝혀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저장 강박 증상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사람들이 물건에 보이는 욕망과 애착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유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팽배하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서 저장 강박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어느 순간부터 물건을 모으게 되면서 물건에 집을 내주고 정작 자신은 그 물건의 틈바구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그들만의 소유 궁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가 소유한 물건이 우리를 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간동아 804호 (p76~7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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