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방 과장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괜히 나섰다가 찍히는 건 아닐까?’ ‘만약 내 말대로 전략을 바꿨다가 나중에 그것 때문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지?’ 결국 방 과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회의는 ‘평화롭게’ 끝났다. 방 과장의 회의 태도, 괜찮은 걸까.
‘애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이야기는 미국 텍사스 주의 한 가정에서 시작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빠가 말했다. “우리 애빌린 가서 스테이크나 먹을까?” 그 말을 듣고 딸이 생각한다. ‘더워 죽겠는데 애빌린까지 가야 해?’ 애빌린은 집에서 85km나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그 말에 아들이 맞장구치고 나선다. “그럴까요? 오랜만에 고기 좀 먹어볼까?” 그러자 엄마가 말한다. “가자, 저녁밥 하기도 귀찮은데.”
그렇게 가족은 애빌린으로 떠났다. 하지만 식사는 형편없었다. 그저 더웠을 뿐이다. 돌아오는 길, 긴 여행에 지쳐 침묵에 잠긴 차 안에서 딸이 말한다. “오랜만에 외식하니 좋네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마가 말한다. “그래? 난 별로였어. 너희가 가고 싶어 하길래 가자고 한 것뿐이야.” 그러자 아들이 말한다. “가고 싶어 했다고요? 난 아빠가 가자니까 그냥 맞장구친 것뿐인데….” 그 말에 아빠가 답한다. “난 다들 너무 심심해하기에 그냥 해본 말이었어. 근데 전부 찬성했잖아?”
가족 가운데 애빌린에서의 식사를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싫다고 말하지 않았고, 결국 아무도 원치 않던 외식을 해야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신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시시각각 열리는 회의에서 당신은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가.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라는 책까지 있는 걸 보면 그리 쉬운 일 같진 않다. 도대체 우리는 왜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혹시 당신이 속한 조직이 항상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아무도 원치 않는 애빌린’으로 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1993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돌연 농구를 그만두고 야구에 뛰어들어 ‘평범한’ 마이너리그 선수로 전락하자 모두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용기를 내라. 당신의 한마디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