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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05

죽을 쑤든 말든 ‘끼어들기 절대금지!’

‘서초동 솔로몬’ 김영희 조정위원이 말하는 장모-사위 갈등 해법

죽을 쑤든 말든 ‘끼어들기 절대금지!’

죽을 쑤든 말든 ‘끼어들기 절대금지!’
김영희(64)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협의회장은 ‘서초동 솔로몬’으로 통한다. 이혼 조정 성공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성난 부부를 가라앉히는 데 탁월하기 때문. 조정위원 경력 14년으로 ‘이혼의 A to Z’에 정통한 그녀가 3개월 전 분당에 ‘김영희 부부 컨설팅’이란 상담소를 연 뒤 새로운 부부갈등 요인에 놀라고 있다. “장모 때문에 이혼하고 싶을 지경”이라며 찾아오는 사위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 그녀는 “친정엄마가 딸의 이혼을 찬성하는 것은 자주 봤어도 장모 스스로가 이혼의 원인이 된 경우는 드물었다”며 최근 들어 달라진 세태를 절감하는 중이다. 1월12일 분당 상담소에서 김 회장과 만나 장모 사위 갈등의 양상과 해결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장모 문제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며칠 전에도 맞벌이 부부 교사가 찾아왔어요. 처가 근처에 살면서 두 자녀를 장모에게 맡긴 부부였지요. 퇴근해서 애들 찾으러 친정 간 아내가 저녁을 거기서 먹고 가자고 한대요. 남편은 불편하니까 집에 가서 먹고 싶죠. 장모는 그런 사위가 못마땅하고요. 직장에서 퇴근한 딸을 저녁까지 차리게 만드는 나쁜 놈, 자기 자식 봐주느라 고생하는 장모 싫어하는 놈으로 생각하는 거죠. 그런 사소한 감정이 쌓여서 미움이 커졌어요. 다른 동네로 이사 가고 입주 도우미 쓰자고 했다가 주먹다짐으로 번졌는데 장모가 득달같이 달려와 사위 멱살을 잡고…. 남자가 하는 말이, 집 안에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 같대요.”

장모와 사위가 갈등을 빚는 이유가 뭘까요.

“‘잘난 사위’는 장모와 갈등이 없어요. 사회적으로 잘난 사위에게 장모가 함부로 못하죠. 요샌 여자가 학벌, 직업, 연봉이 남자에게 뒤지지 않잖아요. 잘난 딸에 못 미치는 사위가 장모로선 마뜩잖은 거죠. 그래서 걱정되는 게, 요새 경기가 어려워 실직 남편이 많이 생기면서 장모와의 갈등이 더 늘 것 같아요. 맞벌이 부부가 자녀 양육이나 살림을 장모에게 맡기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잦죠. 요새 애들은 외할머니는 ‘할머니’라 부르고 친할머니는 ‘○○동 할머니’라고 한대잖아요.”



장모 사위 갈등이 다 장모에게서 비롯된다는 말씀인가요.

“장모 때문인 게 훨씬 많아요. 비율로 보자면 7대 3 정도? 얼마 전 여성부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느 쪽 부모에게 도움 받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시댁 부모’란 응답보다 ‘친정 부모’란 응답이 훨씬 높았죠. 그만큼 장모 파워가 커졌어요. 요새 장모들은 사위에 대한 불만을 참지 않아요. 벌이가 시원치 않다고 타박하고, 부부싸움 하고 온 딸의 하소연을 듣고 곧장 전화 걸어 ‘내 딸이 무얼 그리 잘못했냐’고 따져요.”

죽을 쑤든 말든 ‘끼어들기 절대금지!’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협의회장.

딸의 이혼을 대하는 친정어머니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죠?

“옛날 친정엄마들은 참고 살면 좋은 날 온다고 딸을 말렸죠. 요새는 안 그래요. 엄마가 나서서 변호사 사무실 찾아가요. 가정법원에도 아들 따라오는 시어머니는 없지만, 딸 감싸러 오는 친정엄마는 꽤 있어요. 조정실까지 들어와서 사위 욕을 해요. 본인들은 정도 있고 미련도 남아서 망설이지만, 장모는 사위에게 정이 얼마나 있겠어요. 시댁이나 남편이 순종적인 며느리, 아내 노릇을 강요한다 싶으면 내 잘난 딸이 뭐 하러 고생하며 사냐, 하는 거죠.”

그런 장모들에게도 며느리가 있을 텐데요.

“그래서 ‘여자 젖이 두 개’란 옛말이 있지요. 딸 대하는 것과 며느리 대하는 게 달라요. 가정문제 박사라는 저도 그런걸요.(웃음) 딸이 갓난아이 업고 양손에 무거운 장바구니 들고 가는 거 보면 속이 터져요. 사위는 어디서 뭐 하나 싶어서. 그런데 아들이 애 하나는 목말 태우고 또 하나는 손 잡아주고 거기다 쇼핑백까지 들고 있는데, 며느리는 핸드백 하나 달랑 들고 있는 거 보니 기분 안 좋더라고요. 김영희도 그러는데, 세상 엄마들 다 그렇죠.”

이혼만큼 재혼도 흔한 세상인데요.

“물론 못 살겠으면 이혼도 해야 해요. 하지만 행복한 결혼은 있어도 행복한 이혼은 없어요. 이혼 부부의 80%가 후회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20%는 행복할까요? 제 대답은 ‘글쎄요’예요. 속된 말로 ‘바꿔봤자 그×이 그×’이에요. 100점짜리 아내나 남편, 100점짜리 사위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100점짜리를 바라니까 문제죠. 이혼은 평생 지고 가야 하는 멍에입니다. 재혼 부부는 서로 신뢰 쌓기가 힘들어요. 부부싸움 중에 ‘니가 그러니까 이혼당했지’란 말이 튀어나오기 십상이고요. 네 번째 이혼하는 여성도 봤어요. 이혼마다 사정과 이유가 있죠. 근데 모두가 다 남 탓이에요. 제 탓은 없고.”

장모 사위 갈등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해요.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 돼요. 장모는 지나치게 딸의 생활에 끼어들지 말아야 해요. 죽을 쑤든 말든 둘이 꾸려가게끔 하세요.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요. 사위는 내 딸과 함께 행복을 꾸려가는 사람이지, 내 딸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사람, 물질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딸도 문제예요. 요새 마마걸이 많죠. 사소한 물건도 꼭 엄마와 사려 하고, 사소한 결정도 엄마한테 물어본 다음에 하고요. 딸도 가정을 함께 꾸려가는 상대가 엄마가 아닌 남편이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모를 슬쩍 내 편으로 만들어두세요. 장모가 사위 편이 되면 얼마나 살기 편한데…. 딸이 자기 남편 흉을 봐도 오히려 딸을 야단치며 사위 역성을 들죠.”

죽을 쑤든 말든 ‘끼어들기 절대금지!’

장모와 사위가 각자 역할에만 충실해야 가정의 행복이 지켜지는 법이다.

구체적인 노하우를 귀띔하자면요.

“장모는 ‘뿔 난 괴물’이 아니에요. 여자예요. 여자는 단순해요. 관심 받고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주기만 하면 돼요. 제가 자주 하는 충고 중 하나가 ‘만원짜리 스카프의 행복’이에요. 장모와 사이가 안 좋다 싶을 땐 백화점에 가세요. 정문에 가면 1만원짜리 스카프 팝니다. 그중에 좀 화려한 거 사세요. 그리고 처가에 가서 장모님 드리세요. ‘오늘 회사 앞에서 스카프를 맨 예쁜 사모님이 지나가는데, 장모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샀어요’라면서. 또 스카프를 직접 매드리세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 말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죠. 장모가 그런 사위 역성을 들 수밖에요. 친구들 모임에 스카프 하고 나가서 사위 자랑 엄청 하실 거예요.”

그런 ‘닭살 행동’을 한국 사위들이 잘할 수 있을까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도 감정이고 미움도 감정이에요. 감정은 마음에서 나와요. 내가 마음을 주면 상대도 마음을 줍니다. 인간관계의 근본은 마음이에요. 화분도 예뻐해주면 더 예쁜 꽃을 피워요. 식물도 그러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가끔 아내 몰래 10만원 쥐어드리면서 “친구들 만나실 때 어머니가 한턱 쏘세요”라고도 하시고요. ‘어머니, 저 예쁘게 봐주세용~’ 하면서 응석도 부리고 뒤에서 살짝 안아도 드리고요. 결혼 생활은 머리싸움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지요.”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요.

“장모는 장모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딸의 자리나 사위 자리에 앉으려 하지 마세요. 사위는 내 딸이 누릴 행복의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해요. 사위한테는 결혼생활 초기부터 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미운털이 한번 박히면 뽑아내기 쉽지 않거든요.”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대학생 인턴기자 김정(서강대 중국문화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중간에 낀 딸의 역할은?

서로 불편한 관계, 융합 방법 적극 찾아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부갈등이 대세더니 이젠 장모-사위 간이 더 문제인 듯하다. 왜 그럴까.가장 큰 이유는 결혼한 젊은 세대들 중 상당수가 친가보다 처가와 가까이 지내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우리 사회에도 친족관계에서 양계(兩系)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세 가지 가설이 있다. 하나는 친가보다 처가의 경제적 수준이 높을 때 자연스럽게 처가 쪽에 비중을 둬 친족관계가 형성된다는 ‘권력 가설’이다. 두 번째는 결혼한 부부 가까이에 처가가 있으면 가사 협조나 왕래가 처가 중심으로 일어난다는 ‘편리성 가설’이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나 자녀양육에 관한 도움을 받기 위해 아예 처가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규범 가설’로, 장남의 경우 자신의 부계 친족집단을 쉽게 떠날 수 없지만 장남이 아닌 자녀는 좀더 근대적인 성역할 태도를 지닌 양계중심적 친족관계를 형성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사위가 처가와 가까이 지내다 보니 시댁 가서 며느리가 겪는 불편함을 사위들이 처가에서 겪고, 이것이 나중에는 장모-사위 간 갈등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갈등이 악화되지 않게 하려면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장인 장모든, 시어머니 시아버지든 결혼한 자녀를 완전한 성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들이 사는 모습이 서툴게 보여도 조언은 하되 절대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부부 역시 부모의 조언을 참고하되 지나치게 영향 받지 않는 것이 좋다. 부부가 원하는 삶은 결코 부모가 원하는 삶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만 지켜져도 세대 간 갈등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부모는 사위나 며느리를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정중히 맞이하고, 자신들의 가족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장모-사위가 가까워지는 데 아내(딸)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아내는 먼저 남편에게 처가가 편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결혼 전까지 살던 곳이니 자신이야 편하고 익숙하지만, 남편 처지에서는 장인 장모가 아무리 잘해줘도 자기 집처럼 편안할 수 없다. 따라서 친정에 있을 때는 남편의 표정을 살피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

또 딸은 부부간의 일을 친정어머니에게 털어놓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때로는 부부 사이에 장모(어머니)가 끼어들 여지를 제공한다. 게다가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 돈을 헤프게 쓴다, 씻는 걸 싫어한다는 등의 ‘생활밀착형 험담’으로 확대되면, 남편은 좌불안석하게 된다. 이러면 어떤 사위가 기꺼이 처가에 발을 들이려 하겠는가. 부부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부부끼리 나눠야 하며, 부모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듯 내 어머니를 사랑해주리라 생각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성급한 기대는 서로에게 실망과 상처를 남길 뿐이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다르고 딸과 며느리가 다르듯, 이제 막 가족이 된 사위가 아들처럼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으로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사위와 장모의 사랑이 깊어질 수 있다. 지혜로운 아내라면 장모와 사위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박정희 경희대 강사(가족학)· ‘고부관계의 심리학’ 저자 dugi88@hanmail.net




주간동아 2009.01.27 671호 (p34~36)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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