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4

2008.12.09

일기장을 바꾸며

  • 김진수 key@donga.com

    입력2008-12-01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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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밝은 독자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주간동아’ 사이트 하단에는 ‘주간동아 사람들’이란 코너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주간동아를 만드는 모든 이들의 면면과 생각을 소개한 것이지요.

    올해 1월 저는 거기에 이렇게 적었더랬습니다.

    ‘말보다는 글로 살아온 일선 취재기자 생활. 지금은 잠시 접어둘까 합니다. 말-글을 아울러야 하는 새로운 자리에 앉게 된 만큼, ‘말 같잖은 말’이 난무하는 세상 이야기를 ‘글다운 글’로 전하는 ‘주간동아’를 만들어보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 따끔한 고견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하략)’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개월이 된 지금, 저는 그동안 잠시 접어뒀던 ‘말보다는 글로 살아온 취재기자 생활’로 복귀하려 합니다. ‘말 같잖은 말’이 난무하는 세상 이야기를 ‘글다운 글’로 전하겠다는 당초의 포부가 독자분들께 얼마나 절실하고 유용하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세상에 ‘말 같잖은 말’들이 난무하니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주간동아나 저 개인적으로나 무척 다사다난(多事多難)한 나날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기사를 쓰는 일을 종종 제 자신의 일기(日記)를 쓰는 일에 빗댑니다. 일간지에 근무하던 시절엔 말 그대로 그날그날 있었던 세상사를 기록하는 기사를 쓰면서, 훗날 다시 그 스크랩한 기사들을 보면 당시 제가 어떤 생각을 가졌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업무영역이 시사주간지와 시사월간지로, 다시 시사주간지로 바뀌면서 한 주, 한 달 동안의 제 행보가 기사의 행간(行間)에 고스란히 숨겨져왔습니다. 그것이 주기(週記)이든 월기(月記)이든 말입니다. 한결같이 저 아니면 온전히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요.



    이제 다시 일기장을 바꿀 때가 왔네요. 새해가 되기 전 누구나 다이어리 하나쯤 장만하듯, 저도 ‘주간 일기(?)’를 다른 일기로 바꿀 것입니다. 지난 11개월 동안 주간동아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곧 후임 편집장이 새로운 기획으로 여러분을 맞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히 전해드리렵니다.

    독자분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조력(助力)이 곧 주간동아의 끊임없고 변함없는 사명이라는…. 김치는 외국어로 말해도 ‘김치’이듯 말이지요.

    아무쪼록 여러분의 화수분 같은 애정과 신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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