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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브람스와 함께 서울에 오다

베를린 필, 브람스와 함께 서울에 오다

베를린 필, 브람스와 함께 서울에 오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올해 가장 비싼 클래식 콘서트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임박했다. 11월20, 21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최저 가격이 7만원, 최고 가격이 45만원이다. 과연 이렇게 비싼 비용을 들여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지만, 결정은 ‘콘서트 고어(concertgoer)’ 각자의 몫이다.

사실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20일 1·2번, 21일 3·4번)을 브람스가 태어난 독일의 최고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애 몇 번이나 될까. 더욱이 영국 리버풀 사람들이 비틀스만큼이나 자랑스러워한다는 사이먼 래틀(53) 경(卿)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비싼 돈 주고도 아깝지 않다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브람스가 작곡에 착수한 지 21년 만인 1876년 그의 나이 43세에 교향곡 1번을 작곡했을 때, 당시 명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을 잇는 곡이라며 “우리는 드디어 대망의 10번 교향곡을 얻었다”고 상찬했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연상하는 장면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음악평론가 안동림 씨는 “브람스의 교향곡들은 북국의 우수와 전원적 서정, 사랑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남성적 우람함과 격정 같은 음악적 특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공감할 만한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베를린 필하모닉의 이번 선곡은 한국의 우수 어린 늦가을의 정념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브람스와 베를린 필하모닉은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오케스트라가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을 최초로 연주했기 때문. 브람스를 비롯해 정통 독일 음악에 권위가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1887년 설립돼 뷜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과 호흡하며 성장했다. 그리고 다른 교향악단들과 차별화된, 풍부하면서도 화려한 음색으로 세계의 클래식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왔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끄는 사이먼 래틀은 타악기 주자 출신으로,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뒤 1974년 존 플레이어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해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2년 9월 베를린 필하모닉의 6대 지휘자로 취임한 그는 고전음악뿐 아니라 현대음악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미해 오케스트라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고 있다.



● 명지휘와 명연주 어우러진 ‘환상교향곡’

베를린 필, 브람스와 함께 서울에 오다
수년 전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한 영화 ‘적과의 동침’에는 결벽증에 의처증까지 있는 패트릭 버긴(마틴 역)이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남성은 줄리아 로버츠와 잠자리에 들 때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가운데 ‘마녀들의 밤 향연에 대한 꿈’을 듣는다.

이 영화를 본 뒤 마틴의 고약한 취미가 생각나 ‘환상 교향곡’을 감상 목록에서 뒤로 밀어뒀는데, 실제로 전곡을 감상한 뒤 그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이 곡은 전편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다채로운 음색뿐 아니라 이야기 구조가 가미된 최초의 교향곡답게 극적인 새로운 경지를 펼쳐낸다.

1828년 당시 열렬한 셰익스피어 독자였던 27세의 베를리오즈는 파리에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여주인공으로 분한 영국 배우 해리엇에게 반해 짝사랑했다. 그러나 인기 절정의 유명 배우가 가난한 음악 청년을 거들떠볼 리 없었다. 결국 베를리오즈는 실연의 아픔을 창작으로 달랬다. 교향곡이면서도 이야기 구조가 가미된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환상 교향곡’은 샤를 뮌슈와 파리 오케스트라가 만든 명반(名盤) 못지않다.



주간동아 2008.11.04 659호 (p80~80)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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