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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특파원의 Cafe de Paris

해외 단체관광 ‘짠돌이’ 프랑스 사람들

해외 단체관광 ‘짠돌이’ 프랑스 사람들

해외 단체관광 ‘짠돌이’ 프랑스 사람들

이집트 룩소르 지역. 나일강 중류 지방을 관광하는 크루즈 여행은 프랑스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에게 인기 관광상품으로 손꼽힌다.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독일인들 사이에서 요즘 이집트의 나일강 크루즈 관광이 유행이다. 비행기를 타고 룩소르로 날아간 뒤, 배로 갈아타고 나일강을 따라 남쪽으로 아스완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피라미드는 물론 이집트 유적 거의 모두를 볼 수 있다. 나일강 중류에 자리한 룩소르 이남은 개인이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집트 경찰이 개인 여행자의 이동을 통제한다. 이 지역을 여행하려면 크루즈 단체관광이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한국에서 단체로 해외여행을 가면 늘 가이드와 옵션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런 면에서는 프랑스인의 해외 단체관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자가 참가했던 관광팀의 가이드는 ‘보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활달한 이집트 젊은이였다. 룩소르에 도착했을 때였다. 보보가 파피루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준다며 파피루스 기념품을 파는 가게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파피루스 제작 과정을 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가게에 들어온 이상 뭔가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그런데 함께 간 프랑스 사람들은 아무도 사는 사람 없이 슬금슬금 가게를 빠져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사실 파피루스에 그려진 그림이 조야해서 살 만한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싼 것 하나라도 사줄 법한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 옵션 강요, 그래도 지갑 안 열어

이 때문에 가이드는 화가 난 모양이었다. 배가 정박한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사 투슈 파(Ca touche pas·마음에 안 들어)’ 타령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고 앞쪽에 앉은 사람들 이름을 하나씩 물어보고 ‘사 투슈 파’라고 했다. 나중엔 지나가는 르노차를 보고는 ‘사 투슈 파’라고 했는데, 이유인즉 그게 프랑스제여서 그렇단다. 반대로 일제 도요타차는 ‘사 투슈(마음에 들어)’라고 했다. 관광이 끝날 무렵엔 ‘프랑스, 사 투슈 파’라며 거의 소리를 질렀다. 상황이 이 정도면 누군가 한마디 할 법도 한데 다들 그저 듣고만 있었다. 다음 날 한 노부부가 보보에게 ‘사 바 비앙(괜찮냐)’ 하고 물은 것 외에는 별다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들 방 안에서는 한마디씩 했겠지만.

옵션 관광에 대한 압력도 이에 못지않았다. 여행상품에 미리 나와 있던 옵션 외에도 현지에서 가이드가 새로 제시하는 옵션이 많았다. 보보는 저녁에 관광객 전원을 바에 소집해 새 옵션을 소개하는가 하면, 한낮에 선상에서 해바라기하고 있는 관광객을 찾아다니며 옵션에 참여하도록 일일이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 호응이 없자 취소되는 옵션도 있었다.



결국 보보도 지친 모양이었다. 한번은 나를 찾아와 옆에 앉더니 프랑스 사람은 ‘짠돌이’라며 한탄했다. 이집트 가이드 사이에는 프랑스 사람이 가장 인기가 없다고도 했다. 그럼 어느 나라 관광객이 가장 나으냐고 물었더니 영국 사람이 돈 잘 쓰고 최고라고 덧붙였다.

사실 프랑스인의 구매력은 영국이나 독일인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이번 크루즈 참가자들은 인터넷에서 최저가 나일강 크루즈 상품을 고르고 골라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돈이 풍족할 리 없었다. 프랑스인은 유럽 어느 나라 사람 못지않게 다혈질이다. 그런 프랑스인도 관광지에 와서 돈을 펑펑 쓰지 못하니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 가이드와 단체관광객의 관계는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주간동아 2008.04.01 629호 (p73~73)

  •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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