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2

2008.02.05

캄보디아는 노다지의 땅인가

한국기업들 투자 러시 … 부동산·유전개발 등 2006년에만 11억 달러 쏟아부어

  • 프놈펜=김제완 세계로신문 대표

    입력2008-01-30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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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는 노다지의 땅인가

    한국기업이 투자해 건설하고 있는 캄코시티 광고판 앞을 오가는 프놈펜 시민들.

    캄보디아에서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2006년 한국기업은 이곳에 11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투자국으로 기록됐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도 28만명에 달해 3년 연속 1위, 한국-캄보디아 간 직항 항공편도 주 20편이 넘어 역시 1위를 차지했다.

    프놈펜시 외곽에 국내업체 투자한 신도시 건설 중

    어떻게 이 같은 삼관왕의 기록을 얻게 됐을까? 필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시아기자협회(회장 이상기)와 함께 지난해 말 나흘 동안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엠립을 방문해 프놈펜 부시장, 관광부 장관, 부총리 경제특보, 국립경영대학 부학장 등 관계 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한국과 캄보디아 두 나라의 급증하는 교류를 보여주는 상징물은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행이 묵었던 인터콘티넨탈호텔 부근 네거리에는 프놈펜 시 외곽에 건설 중인 신도시 ‘캄코시티’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캄코시티(Camko City)는 캄보디아와 코리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이 말에서 짐작되듯 캄코시티는 한국기업인 부산저축은행과 한일건설이 투자해 시공하고 있다. 총 투자규모는 20억 달러. 면적이 30만 평으로 여의도 절반 크기다. 지금은 황량한 땅이지만 7년 뒤에는 대규모 신도시로 우뚝 설 예정이다. 이곳에 프놈펜시청과 금융센터가 들어서고 방송국과 예술대학, 골프장도 생긴다. 부산저축은행은 캄코뱅크를 설립해 지난해 8월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신한은행이 투자한 신한크메르은행도 곧이어 문을 열었다.



    2년 뒤 시내 중심가에 한국기업이 세운 42층짜리 초고층건물이 완공되면 이는 프놈펜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GS칼텍스는 2003년부터 캄보디아 남쪽 도시 시아누크빌 앞바다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4개 공구에서 사업성 있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중소 자본가들이 중심이 돼 투자한 봉제공장 35개가 가동 중이다. 생산품은 전량 해외에 수출한다.

    이렇게 한국기업의 투자가 급증하자 무분별한 투자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몇몇 대형사업을 제외하면 투자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방문 첫날 정부청사에서 만났던 힝 토랙시 부총리 경제특보는 “CDC(캄보디아 개발위원회) 통계에 2006년 캄코시티 건설비와 GS칼텍스의 유전개발 투자액 수치가 크게 잡혀 결과적으로 과장됐다. CDC 통계를 보면 한국 투자가 “지난 수년 동안 총 65건에 13억6000만 달러인데 2006년에만 위의 대형사업들 때문에 투자액이 11억 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땅값 2배로…아직도 저평가 ‘매력’

    물론 캄보디아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인구는 1400만명으로 이웃한 베트남의 8000만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구촌 어느 곳에나 진출해 있는 삼성 LG 현대의 지사가 없는 것도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이 밖에 맙 사린 프놈펜 부시장이 고백했듯 아직 법과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비즈니스 관행도 우리와 달라 이미 진출한 일부 한국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빈약한 사회 인프라, 숙련노동력 확보의 어려움, 불투명한 행정절차 등이 투자 진출 시 직면하게 되는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캄보디아가 투자처로서 매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캄보디아의 부동산 열풍과 한국의 해외투자 자유화 조치를 꼽을 수 있다.

    캄보디아는 노다지의 땅인가
    예컨대 국내 공장을 이전하려 할 때 개성과 캄보디아 중 어느 곳의 입지조건이 더 좋을까? 프놈펜에서 만난 ‘캄보디아 투자전략’의 저자 이주필 씨는 캄보디아의 노동자 월급이 6만원 선으로 개성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물론 전기사정이 나빠 2006년 경주앙코르와트문화행사 당시 시엠립에서 열렸던 ‘앙드레 김 패션쇼’가 시작한 뒤 30분 동안 전기가 끊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부동산까지 비교대상에 넣고 보면 다른 평가가 나온다.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씨는 “지난 3년 동안 땅값이 2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열풍에 대해 셍 분토엔 국립경영대학 부학장은 “캄보디아 땅값이 그동안 워낙 저평가돼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베트남은 1인당 소득이 840달러이고 캄보디아는 550달러지만 부동산 시세는 캄보디아가 베트남의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매년 10% 넘는 고성장으로 신흥부자들의 돈이 부동산에 몰린다. 토지 보유에 제한이 없고 양도소득세도 없다. 2009년 주식시장이 열리면 돈이 그쪽으로 분산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파이 시판 내각 대변인은 “훈센정부의 정책 기조는 모든 것을 다 풀자는 자유주의다. 프놈펜 부시장도 해외투자 유치만이 살길이라며 한국자본을 절실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으로 동남아 다른 나라보다 외국자본의 진입 장벽이 낮다.

    한국정부는 2006년 실수요 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를 폐지했고, 지난해 2월에는 투자목적 해외부동산 취득 상한선을 300만 달러까지 상향조정했으며, 올해는 이 상한선도 폐지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캄보디아로 몰려가는 한국인 투자자들도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캄보디아 한인사회

    3000여 명 거주 … 선교사 가장 많아


    캄보디아는 노다지의 땅인가

    프놈펜의 시장 풍경.

    한국 동포들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2000명,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에 1000명이 살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작은 사회에 주간으로 발행되는 동포신문이 3개나 된다. 2002년 창간된 ‘뉴스브리핑 캄보디아’는 지면이 80면에 이른다. 인구 3000명이 넘어야 신문이 발행되는 미주 동포사회의 관례와 비교된다. 이것은 대다수 구성원이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캄보디아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포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많은 직업은 선교사다. 모두 18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가족까지 합하면 600명에 이른다. 봉제업자, 관광업자와 부동산업자들이 뒤를 잇고 있다. 선교사가 많은 이유는 캄보디아가 동남아 선교의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동남아의 요충지여서 여러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인사회 규모를 어림짐작하게 하는 지수로 흔히 한인식당과 교회 수를 든다. 한인식당은 20개가 넘고 식품점은 5개, 한국교회도 5개가 있다. 한국 관광객 대상의 선물가게도 20개가 있다. 이 밖에 연말 관광철이 되면 관광중심지인 시엠립엔 한국인 가이드가 늘어나 100여 명에 이를 때도 있다.

    한국인 소유 법인은 1000여 개. 이 가운데 70%가 부동산투자 목적의 법인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가 금지돼 캄보디아인이 참여하는 법인을 만들어 매입해야 한다. 최근 캄보디아한인부동산협회도 창립됐다.

    국내 여러 단체도 진출해 있다. 국제협력단(KOICA) 단원 70명이 파견돼 한글과 컴퓨터 등을 가르치고, 지구촌공생회는 식수 사정이 나쁜 이 나라 국민을 위해 우물 파주기 활동을 하고 있어 이채롭다. 다일공동체는 밥퍼주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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