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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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고향방문 신청이 죄인가요”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9-0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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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고향방문 신청이 죄인가요”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방북 신청을 해 눈길을 끌었던 새터민(탈북자) 김형덕(31) 씨가 최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잇따른 조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씨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씨의 방북 신청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경위를 알아야겠다”며 8월24일 오전 시내 모처로 그를 데려가 취조 수준의 조사를 했고, 당일 저녁에는 집에까지 찾아와 경위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는 것.

    김 씨는 “탈북자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이럴 수 있느냐”며 “북한대사관에 가 고향방문 신청을 한 뒤 귀국해 통일부에 대북 접촉 사실을 모두 신고했는데 국정원이 왜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소식을 알기 위해 6000만원을 써버린 그는 “북한 정권보다 탈북자를 이용하는 중국 내 브로커가 더 무섭다”며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자들도 엄연한 이산가족으로서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대한적십자사가 탈북자를 이산가족으로 대우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중 북한대사관에 찾아가 고향방문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김 씨는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은 사람에게 도장을 찍으라 하고, 또 반말을 하는 국정원의 태도는 과거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고 비판했다.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금강산 관광까지 다녀왔는데 이산가족 상봉을 하지 못할 까닭이 있습니까?” 1993년 북한을 탈출해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6대 국회에서 민주당 김성호 의원의 비서관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탈북자도 합법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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