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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학 분야에도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공학 분야에도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공학 분야에도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공학은 자연과학에 비해 경제적으로 큰 가치를 가지는 인공물을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 현실에 좀더 직접적으로 활용되기에 필연적으로 산업체와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그래서 지식의 엄밀성을 추구하는 엔지니어와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기업의 문화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엔지니어들이 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여타 조직에서와 마찬가지로 ‘내부고발자’의 구실이 중요해진다. 특정 기술에 대해 경제적·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을 때 이해당사자, 특히 경영진들은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 자신의 이해만을 추구하기 쉽다. 이에 대해 그 기술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기술자가 ‘진실’을 외부에 알리는 용감한 ‘고발자’ 구실을 수행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기술자의 윤리적 결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최근 개봉한 ‘아일랜드’라는 영화에서 인간복제회사 사장이 투자자들에게 천연덕스럽게 복제 대상들은 규정에 따라 영구적인 식물인간의 상태로 유지된다고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기술자가 아니라 ‘제품’ 중 하나가 내부고발자의 구실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의 윤리적 문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관련된 기술적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누가 비난받을 사람이고, 누가 옳은 사람인지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복잡한 상황이 존재하고, 이는 공학지식의 본질이라는 좀더 추상적인 문제로 확장될 수도 있다. 1986년 1월28일 발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참사를 보면, 이 사건도 일종의 ‘내부고발자’의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챌린저호 참사를 일으켰던 오링(O-ring)이라는 부품은 이미 발사 전날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특히 엔지니어 로이 보이졸리는 오링의 안전성을 문제삼아 챌린저호 발사가 중지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챌린저호는 이미 여러 차례 다른 문제로 발사가 연기된 처지였기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은 또다시 발사가 연기된다는 상황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경영진은 기술적 권고를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했고, 이는 7명의 우주인과 우주왕복 계획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참사로 이어졌다.



윤리 규정 지킨 엔지니어 의견 묵살했다 ‘챌린저 참사’

여기까지만 보면 상황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내부고발자가 엔지니어의 윤리 규정에 충실하게 기계 결함을 지적했지만 경영진이 ‘사실’을 무시하고 일을 강행한 스토리다. 그러나 실상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적 진리’에 대한 의문점을 던진다. 우선 보이졸리 자신도 오링의 결함이 챌린저호의 추락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측했던 것은 아니고, 단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 수준이었다. 또한 엔지니어 출신인 경영진이나 NASA 관계자들 역시도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공학적 식견이나 그전까지의 여러 경험을 통해 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챌린저호 참사에 대해 최소한의 동의할 수 있는 기술적 사실에 각자의 경험과 전문가적 판단, 그리고 윤리적 고려를 비롯한 다양한 고민이 덧붙여져서 관련 기술자들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사실’의 내용이 각각 달랐던 것이다. 보이졸리에게는 챌린저호가 지닌 위험이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경영진에게는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공학윤리 교육이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외부에 공정하게 알릴 의무만은 아니다. 공학지식의 불확실성과 공학적 판단에 개입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또한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여러 공과대학이 공학교육의 내용과 체제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미국 공학인증원의 여러 규정을 참조하는 상황이다. 공학도의 윤리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래전 사건을 한번 되짚어봤다.



주간동아 2005.08.09 497호 (p88~88)

  •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과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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