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2

2005.04.26

수술 후 쉰 목소리 이상하네

후두신경 근처 치료 증가 성대마비 위험 … 간단한 주사로 ‘경피적 성대성형술’ 개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예송 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www.yesonvc.com)

    입력2005-04-20 11:4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술 후 쉰 목소리 이상하네

    후두 내시경을 통해 성대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는 의료진.

    2004년 11월 갑상샘(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40대 주부 전순화 씨.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암이 완치됐지만 그녀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수술 후 전화도 받지 못할 정도로 목이 쉬고 음식을 먹을 때 사레가 잘 걸리기 시작한 것. 이로 인해 전 씨는 오히려 암 수술을 받기 전보다도 일상생활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전 씨는 ‘수술 후 잠시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쯤으로 생각하고 자연히 낫기를 기다렸으나 5개월이 지나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전문의 진단 결과 전 씨의 질환은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성대마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을 때 갑상샘 근처의 후두신경이 손상되면서 수술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전 씨처럼 특정 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목소리가 쉬기 시작해 2주일이 지나도 낫지 않는다면 성대마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성대마비는

    해마다 2000~3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원인은 갑상샘암, 폐암, 심장질환 등 후두신경 근처의 수술이 증가하면서 환자 2명 중 1명 이상이 후유증으로 성대마비를 호소하고 있을 정도. 성대의 진동을 조절하는 후두신경은 뇌에서 시작해 갑상샘, 식도, 폐, 심장 등 인체의 주요 부분을 지나간다. 이 경로에 있는 장기나 기관에 질환이 생기면 후두신경에까지 전이되고, 이에 따라 암 등 질환에 대한 수술과 함께 신경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술 과정에서 후두신경이 손상될 확률이 높아 성대마비가 쉽게 유발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갑상샘암은 후두신경과 성대에 매우 가까이 있어 이곳에 암이 생기거나 수술할 경우 성대마비를 일으킬 위험도 높아진다.

    일단 성대에 마비가 오면 성대가 서로 밀착, 진동할 수 없어 목이 쉬고 바람 새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심한 경우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환자의 삶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면서 사레에 걸리기도 하는데, 이를 계속 방치하면 폐 기능 저하, 폐렴 등 또 다른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2주 이상 지속 땐 일단 의심을



    성대마비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복병은 추가 수술에 대한 부담과 오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신마취·절개 등 외과적 수술의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안도감에 쉬고 탁한 목소리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대마비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무작정 낫기만을 기다리는 환자도 많다. 물론 성대마비가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확한 진단과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의 관찰이 필수적이었다. 즉 최소 1년 이상은 목소리가 쉰 상태로 생활을 해야 했던 셈.

    그런데 ‘후두근전도’ 기술과 이를 이용한 ‘경피적 성대성형술’이 개발되면서 이처럼 긴 관찰기간과 수술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후두근전도는 성대를 이루는 근육들의 다양한 신호를 특유의 전기적 파형으로 알 수 있는 진단 장비. 이를 이용하면 수술로 목소리가 쉬거나 변한 지 2주일 뒤면 후두신경의 손상 여부, 성대마비의 정도, 예상 회복시점 등 성대의 상태나 성대마비 치료에 대한 모든 진단이 가능하다. 경피적 성대성형술은 후두근전도를 이용해 성대의 인대층을 정확히 찾아 주사로 아테콜·레비덤 등 안전한 보형물질을 주입하는 시술. 이는 움직이지 않는 성대를 부풀려 양쪽 성대가 밀착할 수 있게 도와주며 음식물이 폐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전신마취와 후두절개 등을 하지 않고 간단한 주사로 성대마비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수술 후 쉰 목소리 이상하네


    이와 관련, 목소리 전문병원 예송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2004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음성학회에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논문에서 “최근까지 373명의 성대질환 환자(성대마비 환자 278명, 기타 94명)에게 경피적 성대성형술을 시행하고 음성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성대마비 환자 278명 중 80%(222명)에서 시술 후 즉각적인 음성 개선이 나타났으며, 14%(39명)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음성이 개선되는 등 총 94%(261명)에서 만족할 만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후두근전도를 이용한 경피적 성대성형술은 김 원장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고 2003년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는 이를 새로운 치료법으로 채택하였다. 이 시술법은 성대마비뿐 아니라 성대노화, 성대구증, 유착성 성대 등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시술 시간도 15~30분 정도로 짧고 전신마취나 후두절개, 입원 등 수술에 대한 부담이 없으며 시술 후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등 일상생활 복귀도 쉽다”며 “성대마비 환자의 대부분이 1회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성대마비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여러 차례의 시술을 해야 한다. 성대가 장기간 움직이지 않으면서 성대근육 자체가 퇴화되었기 때문. 따라서 만족할 만한 치료 효과를 얻으려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일부 환자에게서 목에 가래가 낀 것 같고 이물감이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이며 수주 안에 않고 사라진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