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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과 홉스의 상상공장②

꿈틀꿈틀 ‘매혹’은 살아 있다

  • 장석만/ 옥랑문화연구소장

꿈틀꿈틀 ‘매혹’은 살아 있다

캘빈이 한밤중에 큰 소리로 엄마를 찾는다. 매혹의 조건에 대한 궁금증이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것이 한밤중에 자신을 부를 만큼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만 자라”고 소리쳤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데다, 엄마의 고함소리에 놀란 캘빈은 도저히 그래도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홉스와 함께 매혹의 방식과 조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다. 낙지나 벌레 같은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우에도 매혹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에 대해 그들은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한다.

캘빈은 낙지와 털복숭이 벌레에 대해 커다란 거리감을 느낀다. 이질성에 대한 감각에 사로잡힌 캘빈은 낙지나 털복숭이 벌레끼리의 관계에도 자신의 거리감을 그대로 적용한다. 그런 이질감에도 ‘그들은 어떻게 서로 몸을 맞대고 번식을 할까’ 하는 것이 캘빈의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다. 그리고 이런 궁금증을 ‘당연히’ 공유하지 않는 엄마를 보고 나서는 인간의 경우까지로 물음을 확대한다. 이렇게 다른 인간끼리 어떻게 오랫동안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성향을 어떻게 극복하고, 매혹된 채로 지낼 수 있을까?

이에 관해 홉스가 던진 한 마디 논평은 상당히 비관적인 것으로 들린다. 홉스는 사람들이 서로 끌리는 것은 키스하고 희롱할 때 눈을 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상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음으로써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것은 상대방을 더욱 깊이 음미하려는 몸짓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홉스의 논평을 어느 쪽으로 해석하느냐에 상관없이, 캘빈의 질문과 홉스의 답변은 서로 어긋나고 있다. 제대로 답변하려면, 홉스는 어떻게 사람들이 키스에 이를 정도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말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이끌림이 일어나는 데에는 불가사의한 측면이 있다. 도저히 매혹의 조건을 자연과학의 법칙처럼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매혹이 일어나는 대체적인 조건은 말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과 너무 같거나 너무 다르면 매혹의 신비가 작용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자신과 달라야 하지만, 중요한 측면에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매혹의 조건인 이 미묘한 동질성과 이질성의 조합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들은 각각 자신만의 배분의 비율을 지니고 있다. 매혹의 비율이 미묘하고 섬세한 범위 내에서 작용하고 비율의 선호 성향이 바뀔 수 있는 만큼, 한숨에 타올랐던 매혹의 열정이 덧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일정 기간이 경과된 다음에는 매혹의 배합비율이 재조정되고, 그에 따라 이전의 매혹 대상에 더는 끌리지 않게 된다.



매혹이 매력적인 것은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지되고 고정된 것은 매혹의 힘을 가지지 못한다. 남에게 매혹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저마다의 처지에서 생명의 역동적 흐름을 타고 있는 자다. 이런 점은 사람과 호랑이뿐 아니라, 낙지와 벌레에도 해당된다.

생명체에 대한 연대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매혹을 느끼는 범위도 넓어진다. 그리고 곧 이런 매혹의 동심원은 무생물에까지 넓혀질 수 있다. 나는 캘빈도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이런 매혹의 파장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꿈틀꿈틀 ‘매혹’은 살아 있다




주간동아 2005.04.26 482호 (p65~65)

장석만/ 옥랑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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