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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호주 연쇄강간범, 교도소에서 ‘또’

폴스텐판 키팅, 교도관들 보는 앞에서 여성 상담원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 ‘전국민 경악’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호주 연쇄강간범, 교도소에서 ‘또’

3월16일 저녁, 서(西)호주의 주도 퍼스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번버리 교도소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오랫동안 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호주 역사상 가장 잔혹한 연쇄강간범 폴스텐판 키팅(45)이 수감자들의 정신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 상담원을 성폭행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교도소 교도관들이 보는 앞에서 저질러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키팅과 함께 있었던 교도관 존 바필그 씨에 따르면, 키팅은 상담 도중 갑자기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상담원 조세핀 시어러(가명) 씨의 목에 들이대며 “시어러를 죽일 수도 있으니 모두들 나가라”고 소리쳤다. 이날 상담은 평소와 다르게 남자 교도관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키팅은 교도관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불을 지르려고까지 했다. 그런데 인질로 잡힌 시어러 씨가 오히려 교도관들에게 키팅의 명령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40대 중반의 유부녀인 시어러 씨는 키팅을 몇 년 동안 상담했기 때문에 그가 막다른 상황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다.

그 후 약 6시간 동안 계속된 인질극에서 키팅은 여러 차례 시어러 씨를 성폭행했다. 그때마다 교도관들은 문밖에서 그녀의 고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호주 언론들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키팅은 인질극을 벌이는 동안 줄곧 자신의 정신치료를 담당한 켄 모리스 씨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교도관들은 연방 특수형사팀이 헬기로 교도소에 도착할 때까지 퍼스에 있는 모리스 씨와 키팅이 전화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오후 9시45분, 키팅은 시어러 씨를 풀어주며 인질극을 끝냈다. 현재 키팅은 강력범들만 수감되는 카수엘리나 교도소로 이감된 상태다.

교도소 내 교도관들 안전문제 ‘도마에’

1960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8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난 키팅은 호주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지능적이며 잔혹한 연쇄강간범이다. 그의 부모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키팅은 아버지 얼굴도 못 보고 자랐다. 그의 가족들은 1977년 경제적인 이유로 퍼스로 이사했고, 이때부터 키팅은 여성들을 성폭행하기 시작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키팅은 교도소를 탈출해 두 명의 윤락여성을 강간, 또다시 수감됐다. 이후에도 키팅은 특유의 뛰어난 머리를 이용해 탈출과 재수감을 세 차례나 더 되풀이했다.



키팅은 교도소 수감 중에도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1987년 교도소 교도관들의 정신치료를 담당하는 정신과 여의사를 성추행했으며, 1992년에는 카수엘리나 교도소 내 화장실에서 여성 교도관을 성폭행하기까지 했다. 키팅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변호사 짐 매킨티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키팅은 자신이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같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호주 전역에서는 교도소 내 교도관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점이 연일 지적되고 있다. 많은 호주 시민들은 “수감자들이 교도소 안에서 언제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데도 교도관들이 이들을 너무 안이하게 다루고 있다”며 정부가 교도소 내 안전시설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지방 교도소 책임자인 팀 코놀리 씨는 “어떻게 키팅이 교도소 내에서 칼을 소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교도소 규칙에 따르면 수감자가 교육실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는 반드시 방 안에 남자 교도관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도 왜 사건 당시에는 없었는지가 미스터리”라며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차례 호주 교도소 내 안전 관리 문제가 논의되었다. 교도관의 수가 턱없이 모자라 일선 현장에서는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해 호주 퍼스에서는 10여명의 재소자들이 경찰 버스를 타고 시내 재판소로 향하던 중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충분한 수의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을 통제했다면 탈출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교도관과 재소자의 관계도 지적되고 있다. 교도관들이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재소자들과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경계가 풀어지면서 안전관리가 허술해진다. 이 때문에 현직 교도관들은 “교도관들에 대해 수감자 관리에 관한 정기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키팅, 열일곱 살 때부터 교도소 수감

특히 장기모범수에게는 상당한 ‘자유’를 주게 마련인데, 이것이 오히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발생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키팅은 열일곱 살 때부터 교도소에 수감돼왔고, 최근 몇 년 동안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처럼 보여 교도관들은 최근 그에 대한 경계를 완화해왔다. 호주에서 가장 경계 시설이 잘 갖춰진 카수엘리나 교도소에 수감됐던 키팅이 “나와 같은 성 범죄자를 돕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호주 정부는 2002년 5월 상대적으로 재소자 경계가 완화된 번버리 교도소로 그를 이감했다.

번버리 교도소로 이감된 키팅은 독립된 방에서 혼자 생활하며 교도소 교육 담당 직원들의 도움으로 대학에서 사회과학 과정을 마치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방과 교도소 도서관을 직접 청소하는 정성(?)까지 보였다. 때문에 그를 줄곧 지켜봐온 정신과 의사들과 교도소 교도관들은 키팅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었다.

호주 가출옥위원회는 키팅에게 2년 동안 사회 교화를 위한 집중 교육을 두 번이나 한 뒤 그를 출소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변호사 짐 매킨티 씨가 “그에겐 좀더 장기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위원회 결정을 반대해 결국 번번이 무산됐다. 키팅은 정신치료 도중 “나는 항상 여성 교도관들을 성폭행하는 상상을 한다”고 털어놓는 등 자신의 정신 상태를 솔직하게 인정해 최근 성폭행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성공리에 끝마쳤다고 한다.

이처럼 겉으로는 죄를 뉘우친 듯 보이면서 자신을 돕는 사람들을 철저히 기만한 키팅은 ‘교도소 내 성폭행’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벌였다. 키팅에게 ‘배신’당한 호주 사회는 이 사건을 마무리하느라 급급한 모습이다. 키팅 사건을 정부 차원에서 철저하게 재조사하는 가운데 교도소 내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방편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것. 서호주 사법관장으로 새로 부임한 존 디오라지오 씨는 3월18일 호주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현재 모든 교도소에 새로운 안전관리에 대한 지침서가 전달됐으며, 일명 ‘슈퍼맥스’라고도 불리는 첨단 보안시스템을 갖춘 교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5.04.12 480호 (p64~65)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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