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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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위해 묵난 전시회 여는 詩人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12-02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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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위해 묵난 전시회 여는 詩人
    김지하 시인(64)은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 좌골신경통에 피로까지 겹쳐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바깥나들이마저 힘든 상황. 그런 그가 ‘동지’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전이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바람과 물 연구소’ 문순홍 소장(48)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직접 그린 묵난(墨蘭) 20점을 내놓고 전시회를 연 것이다.

    문 소장은 우리나라 생태학계의 선구자로, 1987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부터 환경 생명 생태 등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온 인물. 김 시인과는 90년대 초 ‘생명 가치를 찾는 민초들의 모임’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면서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11월24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문향재’에서 만난 김 시인은 “문 소장은 평소 저술과 대학 강의, 외부 강연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을 생태운동단체에 기부해왔다. 그러다 덜컥 암에 걸렸으니 육체적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 그동안 틈틈이 그려둔 작품들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에서는 물기마저 느껴졌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서 “범상치 않은 신기(神氣)가 감도는 데다 아름다운 리듬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던 김 시인의 난초 그림들은, 80년대 재야단체가 운동 기금을 마련해야 할 때면 늘 등장해 ‘독립군 군자금’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를 모았던 것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투병 자금 마련을 위해 다시 내놓은 그의 작품들도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수준이다.

    추사 김정희의 예서체를 본떠 글씨를 쓰고 난초와 달마 등을 그려넣은 김 시인의 작품들은 문 소장을 아는 이들을 중심으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팔려나가고 있다.



    김 시인은 “문 소장은 정치학과 생태학을 함께 공부한 우리나라 환경 운동의 대들보”라며 “마음을 편안히 갖고 꿋꿋하게 치료받아 꼭 병마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현재 대체의학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에 머무르고 있으며, 김 시인 외에도 문 소장과 뜻을 같이했던 시민사회 인사들이 ‘문순홍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후원 모임’을 만들어 그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후원 계좌 국민은행 070-01-0439-517(예금주 박영숙)/ 문의 02-722-7944(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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