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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공피부시대’ 성큼

과학자들 개발 박차 ‘화상·흉터’ 치료 청신호 … 윤리·사회적 반발 ‘넘어야 할 산’

  • < 김대공/ 동아사이언스 기자 > a2gong@donga.com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공피부시대’ 성큼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공피부시대’ 성큼
19세기 초 영국의 괴기소설 작가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보면 한눈에도 끔찍한 괴물이 나온다. 시체에서 신체 각 부분을 부여받은 괴물은 팔과 다리의 비대칭적 모습과 괴기스러운 머리 모양도 끔찍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기억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부분은 꿰맨 자국이 선명한 조악한 피부일 것이다.

만약 현대과학으로 또 다른‘프랑켄슈타인’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괴물의 피부 상태는 그렇게 끔찍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장기와 조직에 비해 피부는 현대과학의 힘으로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팔다리, 기관, 피부조직을 이식한다는 생각은 역사를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흥분시켜 왔다. 성경 창세기에서는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의 비운의 인조날개 이야기가 나온다.

의학사에 따르면 초기 인체조직의 이식수술은 신화나 기적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문헌에 따르면 인도 외과 의사들은 이미 2000여년 전에 이마나 볼에서 떼어낸 피부를 코 성형수술, 특히 코를 세우는 수술에 이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서양의학에서 피부이식 수술이 실용화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때 많은 부상자가 자신 또는 동료의 피부 일부분을 상처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목숨을 건졌다.



최근에는 조직공학을 이용해 ‘기능성 장기’를 만드는 일이 활발하다. 심장이나 혈관처럼 비교적 간단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는 물론, 피부처럼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몸에 이식하고 있다. 조직공학이란 이처럼 질병이나 상해, 노화 등으로 손상을 입은 인체의 조직을 대체하는 기술로 조직의 세포를 배양해 인체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체 장기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본 단위는 조직이다. 조직은 한 종류 또는 여러 종류의 세포들로 구성돼 있다. 세포생물학과 기초의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의 각 장기에는 소수정예로 이루어진 ‘기저세포’(stem cell)가 있다. 이들은 스스로 증식하면서 조직의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 결과 기저세포가 있는 한 조직의 기능은 일생 동안 유지될 수 있다. 조직공학자들은 이 점에 착안해 조직을 관장하는‘주인’인 기저세포를 분리해 키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공피부시대’ 성큼
피부는 체표면에 위치한 표피조직과 그 밑에 있는 진피로 크게 구분된다. 표피조직의 임무는 인체 내의 수분이 손실되지 않도록 하고 세균이나 자외선 같은 외부의 해로운 물질을 막는 보호막 기능이다. 가장 겉에 여러 겹으로 쌓여 있는 각질층, 색소를 형성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세포, 면역기능을 갖는 랑게르한스 세포, 머리카락이나 털을 형성하는 모발세포, 그리고 땀샘과 같은 부속기관이 이곳에 있다.

기저세포는 표피조직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기저세포 자체는 별다른 보호막 기능을 갖지 않지만 보호의 일선에 선 다양한 세포들을 만드는 모체다. 피부의 작은 상처가 다시 아무는 이유도 기저세포가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표피 아래의 진피는 실처럼 얽혀 있는 섬유상 단백질(콜라겐)과 섬유아세포들이 듬성듬성 섞여 있는 조직이다. 모세혈관은 진피까지만 도달해 있기 때문에 영양분이나 여러 성장인자들은 확산을 통해 표피층 세포에 공급된다.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공피부시대’ 성큼
인공피부 연구 초기에는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새롭게 성장할 때까지 실리콘이나 드레싱 같은 일시적인 보호막을 부착하거나 본인의 피부조직을 떼어 이식하는 것으로 치료했다. 그러나 체표면의 상당 부분이 외상이나 화상으로 손실될 경우 본인의 피부조직으로 이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조직공학자들은 환자 자신의 피부조직을 떼내 증식시키는 방법을 찾아왔다.

최초의 인공피부는 1970년대 미국 MIT에서 만들어졌다. 표피세포가 성공적으로 증식하기 위해 진피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가 배양 용기에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섬유아세포가 표피세포의 성장을 위한 인자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1987년 이래 인공피부는 사람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피부이식은 화상환자로부터 정상적인 피부조직를 떼어 배양한 뒤 이를 상처 부위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는 자신의 피부세포가 자랄 때까지 병균감염과 건조함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런 환자의 경우 죽은 사람에게서 얻은 피부를 보호막으로 이용한다.

줄기세포 배양으로 ‘인공피부시대’ 성큼

피부의 구조
표피의 가장 겉에 각질층이 있고, 과립층 ·유극층에는 자외선 차단세표, 면역세포 등이 분화한다. 기저세포는 이런 세포들을 만드는 모체다. 진피는 섬유성 세포와 단백질로 구성된다.

그러나 피부의 기저세포를 배양해 인공피부를 만드는 데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인공피부의 공급 수준이 환자의 수요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피부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줄기세포란 여러 차례 반복해 분열이 가능하고,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여러 조직으로 분열할 수 있는 분화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이런 여러 특성 중에서도 조직이나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 때문에 줄기세포는 질병치료나 장기이식을 위한 연구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는 수정 후 며칠이 지난 ‘배아’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도 불임치료를 위해 생산된 잉여배아를 사용하거나 수정을 거치지 않고 복제술을 이용해 배아를 얻는 방법이 주로 쓰였다. 이런 방법으로 구한 줄기세포에 적당한 조건을 갖춰주면 인체의 근육세포나 피부세포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줄기세포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대량으로 배양한 뒤 피부세포로 분화하면 많은 양의 인공피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한 인공피부 개발도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배아줄기 세포는 그것을 얻는 방법으로 인해 윤리적·사회적 논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배아 역시 엄연한 생명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조직공학자들은 새로운 대안으로 배아가 아닌 성체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골수를 비롯한 신체 여러 부분과 태아의 탯줄·태반에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역시 분화조건을 맞추면 피부세포를 분열한다.

하지만 인공피부 개발은 아직 넘어야 산이 많다.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대량으로 복제하는 방법도 어렵지만 줄기세포가 피부세포로 분화되는 조건을 찾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의 김현수 박사는 “줄기세포가 배아에서 나왔든 골수에서 추출됐든 이것으로 피부세포를 분화시키기는 무척 어렵다. 물론 피부세포로 분화시킨 연구 결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임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실험을 재현하기가 쉬워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또한 수만번의 실험을 통해 피부세포를 얻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환자의 피부에 거부반응 없이 제대로 이식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인공피부를 환자에게 직접 적용한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피부를 직접 이식하는 방법만 시행되고 있다.

인공피부의 쓰임새는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체 피부를 대상으로 직접 수행할 수 없는 각종 실험에 활용된다. 예를 들면 피부를 통한 약물 전달과 약물 대사, 방사선이나 자외선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또한 피부의 특수층에서만 번식하는 바이러스 연구에도 좋은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주간동아 322호 (p110~111)

< 김대공/ 동아사이언스 기자 > a2g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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