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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시장경제, 헷갈린다 해”

中, 사회주의 의식+자본주의 몸 ‘이상한 동거’ … 눈부신 경제성장 속 ‘정체성’ 고민

  •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beha@263.net

“사회주의 시장경제, 헷갈린다 해”

“사회주의 시장경제, 헷갈린다 해”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중국 내부와 외부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 자신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 강국을 내세우지만, 외부 시각은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중국 안팎의 시각 차는 곧 중국의 미래에 대한 예측 불일치로 이어진다. 물론 바깥의 시각도 최근 중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구에 회자한 중국의 지역분열설이나 체제붕괴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중국 내부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 자신의 미래에 대한 통일된 낙관론이 팽배하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정치·경제적 안정은 이러한 낙관에 현실적 힘을 부여하고 있다.

중국인 스스로 바라보는 현재 중국의 모습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말로 함축된다. 중국 내부에서는 거의 통일된 의미로 사용하지만, 한 발자국만 나아가도 논란이 많은 이 조합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이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1992년으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1992년 벽두부터 당년 88세의 덩샤오핑(鄧小平)은 노구를 이끌고 우창,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을 시찰했다. 생애 최후가 될 것이 분명한 이 시찰길에서 덩은 일련의 연설을 통해, 당시 중국 사회에 대해 전면적 정치적 각성을 촉구한다. 이것이 이후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는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다.

이러한 덩의 남순강화는 당시 중국 사회가 갖고 있는 공개된 고민의 산물이다. 92년 당시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89년 톈안문 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확한 방향타 없이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중국의 지도부는 인민에게 자신들이 가는 길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지도부도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였다.

초기에는 개혁·개방이라는 구호 하나면 충분했다. 그 말은 곧 지긋지긋한 문화혁명기의 무조건적인 ‘계급투쟁론’과 ‘개인 우상숭배’에 대한 반대를 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속한 사회적 변화는 인민에게 새로운 지향점을 요구했다.

경제개발을 위한 시장의 문제와 기존 사회주의 사이의 괴리는, 곧 부를 원하는 인민의 요구와 기존 공동체적 가치관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나 마찬가지였다. 각각 83년 당중앙전체회의와 87년 당대회를 통해 정립한 ‘계획된 상품경제가 있는 사회주의’ 계획 목표와 ‘사회주의 초급단계 이론’ 및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시장이 기업을 이끈다’는 체제에 대한 골격은 이러한 인민의 요구에 대한 당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완결하지 못한 이 두 가지 이론방침은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이 혼란은 당장 경제현장에 있는 인민뿐 아니라 학생, 지식분자, 심지어는 당 내부에까지 극심한 사상적 혼전을 일으켰으며, 이는 당연히 사회적 혼란을 증폭시켰다.

지난 89년 학생들의 봉기와 이에 맞선 인민군 진압은 이러한 혼란의 불씨를 더 지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논쟁이 이른바 ‘성사성자’(性社性資) 논쟁이다. 즉 당시 중국이 걷는 길이 사회주의의 길이냐, 자본주의의 길이냐의 논쟁이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헷갈린다 해”
문제는 논쟁의 성격이 아니라 사상적 혼란을 제어할 힘이 당시 중국 지도부에 없었다는 것이다. 톈안문 사태의 여파로 자오즈양(趙紫陽)이 실각하고 들어선 약체 장쩌민(江澤民)체제에 이것의 해결을 바란다는 건 무리였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지원군으로 덩이 나선 것이었다.

덩의 ‘남순강화’의 주요 내용은 이른바 ‘삼개유리우(三個有利于) 표준’으로 집약된다. 자본주의의 길이냐 아니냐를 따질 게 아니라 다음 세 가지 방면에서 어떻게 우위를 차지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첫째 사회주의 생산력의 발전, 둘째 사회주의 국가의 종합국력의 강화, 셋째 인민 생활수준의 제고.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 곧 현재 중국에 유리한 것이고,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덩은 특히 이 이론을 당시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곳인 경제특구(經濟特區)에서 발표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요구하는 많은 인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사회주의 강국의 미래를 강조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어쨌든 덩의 ‘남순강화’는 당시까지 만연하던 ‘성사성자’ 논쟁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계획경제 숭배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이중효과를 거두며 중국의 개혁·개방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러한 덩의 성과를 순발력 있게 체계화한 것이 앞서 이야기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이다.

중국공산당 제14차 당대회에서 공식적인 중국의 개혁목표로 확정한 이 이론을 정확히 표기하면 ‘중국특색사회주의 초급단계’로서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다. 중국특색사회주의는 말 그대로 중국 현실에 맞는 중국만의 고유한 사회주의를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쓰는 이 말 뒤에는 초급단계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즉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있다는 말이 된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한 단계를 뜻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후 공산주의가 낮은 단계와 높은 단계로 나뉘는데, 이때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산주의이고, 사회주의는 곧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 사회주의 중에서도 아직은 낮은 단계의 사회주의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헷갈린다 해”
이러한 초급단계 사회주의에서 일반적 사회주의의 이론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자본주의적 요소들 또는 시장기제들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특색사회주의 초급단계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초급단계에서 일반적 사회주의로 넘어가기 위한 체제 모델로 제시한 게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이며, 이것의 주요 기준이 ‘삼개유리우 표준’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이론 체계를 중국에서는 ‘덩샤오핑 이론’이라고 한다.

중국은 이러한 덩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혁·개방 정책의 가속도를 높여왔는데, 그것의 정점에 97년의 ‘소유제 개혁’이 있다. 중국공산당 제15차 당대회에서 제기한 소유제 개혁의 핵심은 기존의 ‘공유제’를 ‘공유제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소유제’로 전환함으로써 개체호·사영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에까지 안정된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음해 전인대에서 이루어진 헌법 개정을 통해 완전히 현실화한 ‘소유제 개혁’은 안으로는 낡은 사회주의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장애를 걷어냄으로써 ‘거시조절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일련의 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붙여주었을 뿐 아니라, 밖으로는 중국경제의 투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실적으로 현존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적 시장간 모순은 적어도 중국 내부에서는 서서히 해소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련의 개혁정책, 특히 소유제 개혁은 두 모순된 개념간의 현실적 벽을 무너뜨렸으며 그 작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정치적으로나 인민의 의식에서는 아직 예외겠지만 적어도 경제활동에서 사회주의적 성향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때 주춤하다 다시 급증하는 외국자본의 대 중국 투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의 의식에서 아직 중국은 사회주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내용이 자본주의적이라는 게 아니라, 중국인의 정체성이 아직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회주의 인민. 이것이 지금 우리가 경쟁해야 할 중국인의 실체다.



주간동아 307호 (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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