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이씨는 애써 인도를 설명하기보다 인도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충실하고자 한다. 그 결과가 역사우화집 ‘하늘의 별은 몇 개일까’(현대문학북스 펴냄)이다. ‘하늘의 별…’은 무굴제국의 세 번째 왕으로 인도를 50년 간 통치한 위대한 황제 악바르(1542~1605)와 현명한 신하 비르발의 이야기다.
역사를 어린이용 동화로 다시 구성한 것이어서 쉽게 읽히지만 에피소드마다 담긴 지혜가 만만치 않다. 책 제목이 된 ‘하늘의 별은 몇 개일까’라는 에피소드는 장난을 좋아한 악바르 황제가 비르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짓궂은 황제에게 비르발은 재치있게 응수했다. “폐하께서 바다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시면 하늘에 있는 별이 몇 개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황제가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달은 것은 물론이다. 인도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인도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의 삶과 지혜를 만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어린이용 책이 너무 싱겁다면 같은 저자의 인도 우화집 ‘인생은 어떻게 역전되는가’(푸른숲 펴냄)를 권한다.
주간동아 297호 (p8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