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8

2021.12.10

“대한항공, 오미크론에 오메가까지 나와도 좋아질 일만 남았다”

화물기 개조 ‘신의 한수’, 여객 수요 회복 예상… 아시아나항공 통합 승인은 변수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12-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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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사업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대한항공. [뉴시스]

    화물사업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대한항공. [뉴시스]

    “오미크론에 오메가까지 나와도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

    업계에서 보는 대한항공 내년 전망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다시 출입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새해 국제선 운항 재개를 계획하던 항공사들에 제동이 걸렸지만 대한항공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들과 경쟁력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은 물론, 리오프닝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때 최대 수혜를 입을 곳도 대한항공이라는 얘기다.

    첫 번째 호재로 항공화물 운임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증대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류대란이 심화함에 따라 항공화물 운임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항공화물운임지수(TAC)에 따르면 11월 기준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장거리 항공운임은 평균 14% 올랐다. 그 결과 대한항공 4분기 화물운임은 전분기 대비 21% 상승할 전망이다.


    항공운임 상승에 영업이익↑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4분기 여객 매출액은 기존 예상보다 240억 원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화물 부문은 7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1% 증가한 5500억 원을 기록해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대한항공은 코로나19를 이긴 유일한 항공사”라면서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외 경쟁사와 재무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화물운송 비중 확대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해 멈춰선 비행기를 화물운송기로 개조해 항공화물 시장을 공략한 것. 대한항공은 지난해 보잉-B777 기종 여객기 10대를 화물기로 개조했다. 또한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한 반(半)개조 화물기 2대를 추가로 개조해 총 35대 화물기를 운항하고 있다. 그 덕분에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4638억 원, 매출액 2조2270억 원을 나타냈다. 특히 영업이익은 5년 만에 4000억 원대에 진입했고 같은 기간 매출도 44% 늘었다. 화물사업 전체 매출은 1조650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글로벌 대형항공사 중 유일하게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 또한 괄목할 만하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2월 7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 전문매체 오리엔트 에비에이션(Orient Aviation)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리엔트 에비에이션은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뛰어난 전략과 판단으로 대한항공을 이끌어왔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내년에는 국제선 여객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항공주(株)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주목받았으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내년 국제여객 수요가 2019년 수준(58.7% 증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2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보다 올해는 12.4%, 내년에는 15.6%를 넘는 역대 최대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항공여객의 경우 회복이 아직 미주노선에 국한돼 있지만 비관광 승객,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여객 수요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내년에는 국제선 여객 서비스 중심으로 항공 기재가 재가동될 것으로 보이며,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수송량은 올해보다 654.6% 증가하고, 3조 원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객 부문 이익 증대 예상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여객 수요까지 향후 더해지면 이익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과감한 결단’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16일 대한항공은 정부의 ‘제2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 인정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최소한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항공산업을 정상화하자는 뜻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8000억 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하면 대한항공이 이를 토대로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주식 취득 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잔뜩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양사 합병이 1년 넘도록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1월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14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으나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글로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결합의 경우 국내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대만, 터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만 심사가 완료됐을 뿐, 나머지 필수신고국가인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총 8개국에서는 여전히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국가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지, 독과점적 지위가 형성되는 노선이나 공항은 없는지, 경쟁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진행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은 30여 개가 된다. 바르셀로나, 파리, 런던, 로마,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과 EU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이미 국제선 중복 노선에 경쟁 제한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복 노선은 국제선 기준으로 미주 6개, 유럽 6개, 중국 17개, 일본 12개, 동남아·동북아 24개, 대양주 1개, 인도 1개 등 총 67개에 달한다.


    국가 기간산업 빅딜 불발될라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오른쪽). [사진 제공 · 대한항공]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오른쪽). [사진 제공 · 대한항공]

    만약 이들 국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거나 해당 지역의 노선 사업권 포기 등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 경우 인수합병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자 주식 취득 등 유상증자 일정을 미뤘다. 9월 예정이던 주식 취득일도 12월 31일로 연기한 상황이다.

    당초 대한항공이 밝힌 통합항공사 공식 출범 시기는 2024년이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한 뒤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하다 2024년 두 회사를 통합하겠다는 내용의 인수 후 통합전략(PMI)을 산업은행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통합까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건 사실이나, 업계에서는 “이 이상 지체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기간산업의 빅딜이 늦어질수록 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항공화물 시장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언제 또 부정적 요인으로 자본 잠식이 확대되는 등 위기에 직면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3분기 별도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은 3668.3%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공정위)라도 결정을 내리면 해외 경쟁국들이 이를 보고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빠른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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