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권리는 뒷전인 ‘캐럴 활성화 캠페인’이 논란이다. [GETTYIMAGES]
해프닝처럼 지나가는 듯하지만 의아함이 남는 대목이 있다. 첫 번째는 이미 지적된 바와 같이 종교 편향성이다. 이미 북미지역에서도 비기독교인을 배려하고 종교적 색채를 덜어내고자 ‘크리스마스’보다 ‘홀리데이’(Holiday: 휴일)라는 표현을 쓰는 추세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도 비슷한 배경으로 크리스마스가 대체휴일에서 제외돼 있지 않은가. 더욱이 비기독교 국가인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더욱 세속화돼 있고, 이 절기를 노래한 ‘시즌송’ 또한 매우 다변화된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세속화와는 별개로 크리스마스와 캐럴은 기독교 명절임에 분명하고, 이를 특별히 기념한다는 것은 종교적 의미를 지우기 어렵다. 문체부가 비판을 수용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저작권료는 지불하는 게 옳다
두 번째는 매장 음악과 관련한 대목이다. 사실 유사한 캠페인이나 이벤트는 이전에도 있었다. 주로 소상공인을 위해 음원 이용권을 제공하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나눠준 일도 있다. 그 배경에는 2018년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 후 매장에서 음악을 틀 수 없게 되면서 캐럴 없는 성탄절이 이어지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이상한 일이다. 여전히 거리에는 각 매장에서 트는 음악 소리가 연중 들려오기 때문이다. 매장 음악 전용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이도 있겠고, 개인 용도의 음악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도 일부이긴 해도 있을 것이다.저작권료 문제로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졌다는 말은 세 가지 의미에서 잘못됐다. 음악을 틀지 못한다면 캐럴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실제로는 많은 매장이 어떻게든 음악을 틀고 있다. 또한 매장에서 음악을 틀려면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이 원래 옳다. 음원 사용료로 큰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도 많겠으나, 음악인 또한 창작과 연주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어쩌면 캠페인의 전제가 된 ‘캐럴 없는 성탄’이라는 인식 자체가 음악인 권리는 뒷전인 발상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크다.
캐럴을 통해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겠다는 것이 문체부의 당초 취지다. 거기에서 비기독교인이 배제되는 건 옳지 않다. 또한 음악 생산자의 권리가 간접적이지만 논외로 취급되는 점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기왕 이 절기에 캠페인을 한다면 거리마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연말연시 이미지와 캐럴을 ‘계기’로 삼을 수는 없었을까. 정당한 매장 음악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었다면 어땠을까. 특히 우리 대중음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뚜렷한 방역지침조차 없이 공연이 금지돼 오랜 시간 힘겹게 견뎌온 상황이다. 그 와중에 대중음악 공연은 ‘공연’이 아닌 ‘행사’로 취급되는 수모도 겪었다. 음악이 주는 위로를 찾는 것도 좋지만, 그 위로가 지속되기 위해 지속돼야 할 음악인의 삶과 권리도 잊히지 않는 연말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