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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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을 잡아라

토론 도중 여론조사, 방송사 상대 정보수집 ‘치열’ … 합동토론 앞두고 ‘빅3’ 긴장감 고조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2-11-08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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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의 성공’을 잡아라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TV토론 대책팀을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민주당 김한길 전 의원, 국민통합21 정미홍 단장(왼쪽부터).

    민주당 정동채 의원은 “대통령후보 TV합동토론을 회당 5시간 정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TV토론에 대한 노무현 후보측의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은 즉각 “5시간 요구는 정략적 발상”이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합동토론에서 이후보가 노후보에게 뒤질 이유는 전혀 없다”며 기세에 있어서는 밀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과거와 달리 대통령선거에서 후보 TV토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그런 만큼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세 후보측은 TV토론과 관련된 사안엔 민감하고 공도 많이 들인다. 후보 합동토론이 다가오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선 이후보와 정후보측도 TV토론에 부쩍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선 요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관심의 대상이다. 대선후보 등록 이후 세 차례 열릴 예정인 후보 합동토론회에 권후보가 참여하는 것이 이후보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대한 계산 때문이다. 일부 당 관계자는 외부인사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1997년 대선 당시 합동토론회 참여 자격은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된 정당의 후보,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 5% 이상인 후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방송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참여 자격은 더 완화될 수도 있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후보에게도 참여 자격을 줄 경우 권영길 후보도 합동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위원회엔 한나라당 추천 인사도 들어 있다.

    한나라당은 이후보의 KBS TV토론회 생방송 전반부에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후보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토론을 잘한다는 응답이 많이 나와 고무됐다고 한다. 그러나 후반부에선 평가가 엇갈렸다. 이후, 이후보 일정에서 TV토론 준비는 최우선 순위가 됐다. KBS 토론회에 이어 열린 이후보의 SBS 토론회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전보다 잘했다”고 자평했다. 김해수 후보보좌역은 “이후보는 안정감을 준다”며 “합동토론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칭 국민통합21 박범진 단장은 “정몽준 후보의 TV토론 분기점은 세 번째 SBS 토론회부터였다”고 주장했다. 이전 두 번의 TV토론회가 끝난 다음날 사무실에선 긴 TV토론 평가회의가 열렸다. “질문을 받으면 우회적으로 답변하지 말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세 번째 토론회부터 정후보가 주문대로 달라졌다는 것이 박단장의 주장이다. 정후보의 SBS 토론회에 대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 지지자 중 67%가 토론을 잘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박단장은 “정후보의 답변에 시청자들이 점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후보는 분장을 무척 싫어한다. 이런 가운데 평소 친분이 있는 탤런트 강부자씨까지 “분장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결국 참모들이 나서 “분장 안 하면 TV에 나올 때 얼굴이 번쩍거린다”고 설득해서 정후보를 분장실에 앉혔다고 한다. 젊음을 강조하기 위해 염색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정후보는 염색 안 한 자연스런 머리를 고집한다. 박단장은 “인공적인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모에 강점이 많으니 사실 가공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나라당, 권영길 후보 합동토론 참가 이해득실 따져

    ‘절반의 성공’을 잡아라

    97년 대선 당시 대통령후보 합동토론회 모습.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TV토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전 연습도 충실히 받는 편이다. TV토론회를 앞두고는 참모들이 패널 역할을 맡아 2시간 정도 실전처럼 도상연습을 한다. 노후보는 참모들과 상의해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 그 자리에서 외우는 스타일이다. 노후보는 TV토론장에 갈 때 메모를 해가지 않고, 모두 연설과 클로징 멘트가 쓰여져 있는 메모만 들고 간다. 그것도 시청자에게 주는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해 거의 내려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노후보 TV토론 대책팀은 노후보에게 “결론부터 얘기하라”고 주문한다. 대답이 간결하고 명료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참모들은 너무 공격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답변할 때 정색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개혁’ 등 특정 단어를 많이 사용하라는 주문도 빠지지 않는다.

    TV토론에 임하는 후보들은 짐짓 웃음과 여유가 넘친다. 그러나 후보들이 실제로 받는 중압감은 무척 크다. 사전준비, 휴식 등 각 후보가 TV토론에 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영상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됐다. 한나라당 곽경수 팀장은 SBS 기자 출신, 심준형 특보는 광고기획사 출신의 이미지메이킹 전문가, 국민통합21의 정미홍 단장은 방송인 출신이다.

    ‘절반의 성공’을 잡아라

    97년 대선 당시 TV토론을 앞두고 분장을 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

    대체로 후보측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노후보측은 패널 중 박원순 변호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자금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TV토론은 원칙적으로 패널들의 질문을 사전에 후보측에 알려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후보측으로선 TV토론과 관련된 사소한 정보라도 얻고 싶어한다. 노후보측은 실제로 TV토론 담당 모 PD와 대화 도중 패널들이 대강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를 물어봤지만 “후보단일화, 경제성장률, 수도권 이전문제를 물을 겁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만 들었다. 더 물으려 했지만, PD는 “그런 줄 아세요”라면서 말을 막았다. 한 후보측은 너무 미세한 부분에 대한 답변 준비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미진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 측근은 “모 방송국 TV토론 도중 갑자기 위기를 맞았다”고 술회했다. 후보의 답변에 대해 한 패널이 ‘말이 안 되는 답변’이라는 식으로 즉석에서 자의적 평가를 내려버렸다는 것. 이어진 사회자의 질문도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한다. 순간 후보가 긴장하면서 분위기가 어색하게 바뀌자 시청자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메모 안 하고, 정몽준 분장 싫어하고

    후보 TV합동토론회를 앞두고 후보들간 물밑 샅바싸움도 치열하다. 이회창 후보의 안구건조증이 알려지자 다른 한 후보측은 기자에게 “이후보가 생방송 도중 눈에 안약을 넣더라도 그 장면을 카메라가 잡지 않도록 방송사에 부탁해주겠다”고 말했다. 97년 후보 TV합동토론회 생중계 때 한 방송국 카메라가 당시 야당 소속 김대중 후보의 옆모습을 클로즈업해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장면을 내보낸 사실을 빗댄 것이다. TV합동토론의 의제 설정과 시간 배분에서도 각 캠프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맞서 있다.

    그러나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후보측은 TV토론 장외전에서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민주당 정동채 의원은 “앞으로도 노후보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기대한다”면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패널이 가장 좋은 패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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