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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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과 도미’의 눈물나는 부부사랑

  • 입력2002-11-07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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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과 도미’의 눈물나는 부부사랑
    드디어 뮤지컬 ‘몽유도원도’가 무대에 오른다(11월15일~12월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드디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뮤지컬의 제작자이며 연출가인 윤호진씨(에이콤 대표)가 6년 전, ‘명성황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다음 작품은 ‘몽유도원도’라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침이 마르도록 최인호의 ‘몽유도원도’를 칭찬하는지 당장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몽유도원도’는 ‘삼국사기’에 실린 설화 ‘도미전’을 모티프로 쓴 소설이다. 꿈속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여인을 잊지 못하는 백제의 개로왕. 그 여인과 꼭 닮은 이는 마한에 살고 있는 도미의 아내 아랑이었다. 개로왕은 아랑을 차지하기 위해 도미와 바둑내기를 하고 왕의 음모에 걸려든 도미는 결국 장님이 돼 배에 묶여 떠내려가는 신세가 된다. 정절과 남편의 목숨을 맞바꿔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서 아랑은 장님이 된 남편과 함께 몰래 고구려로 도망친다.

    최인호씨가 1995년 발표한 소설 ‘몽유도원도’는 설화에 살을 붙여 만든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남편과 도망친 아랑이 강물 위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얼굴을 원망하며 갈대로 얼굴에 상처를 내서 스스로 추녀가 되는 장면, 고구려 땅에서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걸인 부부가 되어, 남편이 부는 구슬픈 피리소리에 맞춰 추한 아내가 선녀처럼 춤을 추며 옥 굴리듯 노래하는 장면 등은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무엇’이 있다.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새로 펴낸 ‘몽유도원도’를 읽다 6년 전 눈시울을 적신 그 대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슬쩍 울고 말았다. 새 책에서는 화가 박항률씨의 신비스러운 그림들을 실어 ‘아랑과 도미의 전설’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뮤지컬 ‘몽유도원도’를 보기 전에 원작을 꼭 챙겨 읽기 바란다. 원작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아름다운 영상들이 실제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중국의 첸 카이거 감독이 영화로 만들고 있다니 ‘눈을 잃고, 고운 얼굴을 잃고, 자유를 잃고, 사랑을 지킨 아랑과 도미’의 이야기가 전 세계인을 울릴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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