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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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팀 창단 물 건너 가나

경기장 분담금 250억원 등 재원 마련 걸림돌… 축구협·서울시 정치적 담판 ‘실낱 희망’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2-10-31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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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팀 창단 물 건너 가나

    축구팀 없는 서포터스 ‘레드파워’는 서울 프로축구팀 창단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서명운동에 나섰다.

    ”CU@K리그를 약속하며 월드컵이 끝났을 때 서울지역 서포터스들의 기분이 어땠겠어요?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당황스러움, 허탈감 같은 것이죠.”

    서울 프로축구팀 서포터스 ‘레드파워’ 회장 황태수씨(30)는 지역 연고팀이 없는 서러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레드파워’는 지난해 7월 서울지역 ‘붉은악마’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서울지역 서포터스의 모임. 그들이 세계 최초의 축구팀 없는 서포터스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 서울 연고 프로축구팀 창단을 위해서다. 10월25일 현재 레드파워 홈페이지(www. redpowers.org) 서명운동에 참가한 사람은 16만1999명에 이른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가 살려면 K리그부터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을 비롯, 지역 연고팀이 없는 월드컵 개최도시에 프로팀을 창단하는 것이 ‘포스트월드컵 종합대책’의 제1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인구 대비 프로축구팀은 14개까지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프로축구연맹의 계산. 축구칼럼니스트 장원재 교수(숭실대·문예창작)는 “팀이 10개밖에 안 되니까 다양한 상품(경기)이 공급되지 않고 관객들은 늘 똑같은 경기,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경기라며 식상해하고 있다. 몇 개의 리그로 운영되는 디비전 시스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프로팀만이라도 빨리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월드컵 직후 특수를 기대한 4~5개 기업들과 시민주주구단을 목표로 한 서울유나이티드FC 등이 창단 작업에 뛰어들었으나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마디로 돈 때문. 특히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 250억원이 신설 구단의 서울 입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애초 대한축구협회와 월드컵조직위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비 2060억원 가운데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그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지급해야 할 250억원을 서울 연고 신설 프로팀이 내야 한다.



    비용 부담 적은 대구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서울팀 창단 물 건너 가나

    시민주주구단을 표방한 서울유나이티드FC의 엠블럼.

    프로축구연맹 신명준 대리는 “서울팀의 경우 250억원 외에도 창단 비용과 창단 첫해 운영비 23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게다가 만약 최상의 기량을 갖춘 팀을 만들려면 선수 영입에 플러스 알파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과연 한꺼번에 5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매년 120억~150억원의 구단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축구계는 건설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적 담판’밖에 방법이 없다는 분위기다. 정회장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서울시에 ‘빚 탕감’을 요청하고, 서울시가 이를 수락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에 적을 두고 있는 이명박 시장이 국민통합21 대선후보인 정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선이 끝나야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서울팀 창단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반면 서울팀과 달리 거액의 ‘짐’이 없는 대구시민축구단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창단 준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민축구단 창단추진위원회(대표 노희찬 대구상공회의 회장·이하 추진위)는 10월24일 이사회를 열고 박종환씨(66·전 국가대표팀 감독)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등 2003년 K리그 참가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추진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자금과 선수 수급문제 등이 있다. 추진위가 잡은 목표 예산은 350억원 정도. 이는 팀 구성과 축구발전기금 등 창단에 필요한 110억원과 향후 3년간의 운영비(연간 약 80억원)다.

    현재 49명의 발기인들로부터 53억5000만원의 종자돈을 마련한 추진위는 11~12월 두 달 동안 1차로 160억원의 주식(320만주·액면가 5000원)을 발행해 대구 시민들을 주주로 끌어들일 계획. 추진위 관계자는 “지역의 중소상공인과 변호사회 의사회 등 전문인 단체, 한국노총 등 노동자 단체가 적극적으로 돕고 있기 때문에 증자에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특히 월드컵경기장 임대료 감면을 약속한 대구시가 11월2일 K리그 경기를 유치하고 시민구단 설명회를 여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 창단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증자에 성공하더라도 프로축구연맹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프로축구 선수 시장이 드래프트제도에서 자유계약제도로 바뀌면서 선수를 확보하는 데도 만만찮은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운영자금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고려되지 않겠느냐”며 “선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탈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환 감독은 “적극적인 스카우트보다 FA시장에 나온 프로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20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K리그에서 신생구단이 모기업의 지원 없이 과연 팀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추진위측은 대구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락시설을 조성해 수익금을 구단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심사 과정에서 향후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2003년 3월 K리그 개막식에서 이들 신생팀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요란한 팡파르만 울린 채 내년에도 똑같은 K리그가 반복된다면 관객들은 또 한 번 축구를 외면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K리그는 적은 팀 수→경기의 흥미 반감→관객 외면→기존 구단 적자 심화→점점 더 어려워지는 신생팀 창단 등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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