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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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선, 名茶 세계로의 초대

대홍포·광운공병원차 등 세계 각국 진귀한 차 가득 … 손님들에게 기본적 ‘다도’도 소개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2-10-31 1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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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담선, 名茶 세계로의 초대

    다담선 로비는 멋스러운 다구들이 전시돼 있는 갤러리다

    하록동홍(夏綠冬紅). 더운 계절에는 푸른 차를, 겨울에는 붉은 차를 마신다. 훌쩍 깊어진 가을날 그 색이 붉다 못해 검은빛이 도는 보이차의 향기를 입 안 가득 문다.

    오늘 다담선의 팽주(차를 끓여 대접하는 이) 김미려씨가 권한 차는 보이차의 일종인 ‘8526전차’다. 네모난 벽돌 형태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처음 우려낸 것은 버리고 재탕부터 마신다. 우릴 때마다 그 맛이 조금씩 깊어져서 7~8차례까지 마실 수 있다. 보이차를 담는 찻잔이 한 모금에 털어넣을 만큼 작은 것도 천천히 깊어지는 차의 맛을 음미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눈으로 차의 빛깔을 감상하고, 코로 향을 마시고, 입으로 오미(五味)를 느끼고, 손은 차의 기운을 감싸고, 귀로는 찻물 끓는 소리를 들어보라는 설명과 함께 끊임없이 찻잔을 채워주는 팽주의 기품 있는 손놀림에 취하다 보니 절로 다선일미(茶禪一味)에 이른다. 다담선(茶湛禪)의 말뜻이 ‘차를 통해 선(禪)의 싹이 나온다’ 아니었던가.

    가격 내리고 보통사람들에 문 활짝

    다담선, 名茶 세계로의 초대

    차의 3대 요소는 물, 바람, 불이다. 천하의 명차라도 좋은 물로 우리지 않으면 제 맛을 잃는다.

    다담선은 서울 종로구 화동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의 고옥을 고쳐 다담선이라는 회원제 다실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 국내외 최상급 명차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에 차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회원제에다 2만원이라는 비싼 찻값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선뜻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했다.



    10월 초 다담선의 문이 활짝 열렸다. 누구라도 정갈한 한옥 마루와 사랑방에 앉아 한국과 중국의 명차를 음미할 수 있다. 부담스러웠던 찻값도 8000~1만5000원으로 내렸다. 또 항상 3명의 팽주가 손님들에게 다도의 기본을 알려주고, 정성스럽게 우려낸 차를 대접한다. 20년 동안 차를 즐기고 가르쳐온 김미려씨(다담선 점장)는 “처음부터 명차로 차 맛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다담선에서는 국제 차 품평회에서 인정받은 명차와 저희들이 직접 재배지로 가서 제다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차를 마셔본 후 선별한 차들만 내고 있습니다. 차회를 가져보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명차는 가려지게 마련이죠.”

    또 김씨는 “한국차는 구수한 맛을, 일본차는 빛깔을, 중국차는 향기를 강조하는 편이나 차를 감상할 땐 3품(目, 味, 香) 중 그 어느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우선 빛깔부터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녹차를 보자. 곡우(4월20일경) 전 어린잎을 따서 만든 우전은 향은 강하고 차 맛은 은은하며, 용정은 작설 모양의 고운 잎이 찻물에서 하나씩 피어나는 모습이 아름다워 ‘녹색의 황후’라 불린다. 깊은 맛을 즐기는 이들은 붉은빛의 발효차를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과일향이 감도는 철관음이 사랑받고 있다. 기왕이면 중국 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대홍포는 어떤가. 불로장생의 신선향(神仙香)이라는 말부터 유혹적이다. 다담선에서 가장 ‘고급’ 차는 한 잔에 1만5000원인 광운공병원차다. 대나무통에서 숙성되어 독특한 향미를 지닌 보이차로 그 맛이 진하면서도 담백하다.

    차의 경전으로 불리는 ‘다경(茶經)’의 저자 육우(8세기의 인물)는 이렇게 말했다.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고, 번민이나 노여움을 덮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혼미하여 졸음을 흩어지게 하려면 차를 마신다.” 혼탁한 세상에 정신을 깨워주는 귀한 차만큼 아쉬운 것도 없다. 다담선(02-7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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