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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피커’ 불러만 주면 척척

아마존 ‘에코’가 열어젖힌 사물인터넷 세계의 열쇠…네이버, 카카오 등도 도전장

‘AI 스피커’ 불러만 주면 척척

네이버의 스마트스피커  ‘웨이브’(WAVE·위)와 ‘프렌즈’.[사진 제공·네이버]

네이버의 스마트스피커 ‘웨이브’(WAVE·위)와 ‘프렌즈’.[사진 제공·네이버]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와는 거리가 멀어서 네이버 ‘프렌즈’와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SK텔레콤 ‘누구(NUGU)’ 같은 광고가 보여도 시큰둥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라고 떠들지만 아이폰 ‘시리’나 안드로이드폰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음성 비서와 다를 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알고 보니 일상생활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또 다른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시작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2014년 7월 ‘에코’라는 AI 스피커를 출시했다. 당시 전문가를 포함한 여럿의 반응은 냉소였다. 이미 애플이 아이폰에 음성 비서 시리를 탑재한 게 2011년 10월이다. 3년이나 늦게 등장한 데다 아마존의 기술력도 애플이나 구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에코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지한 구글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까지 세계 곳곳에서 에코를 따라잡고자 뒤늦게 AI 스피커 개발에 나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최근 ‘연결지배성’(클라우드나인)을 펴낸 조광수 연세대 교수는 에코의 등장을 “철저하게 사용자(user) 입장에서 사고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집에 가면 어떻게 합니까? 집에서도 스마트폰을 계속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존 에코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아마존 ‘에코’가 있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위). 구글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사진 제공·아마존,유튜브 캡처]

아마존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위). 구글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사진 제공·아마존,유튜브 캡처]

그렇다. 스마트폰은 집에서는 대개 충전기에 꽂힌 채 한구석에 놓인다. 이제 에코 같은 AI 스피커가 등장할 차례다. 샤워하고, 밥 먹고, 대화 나누고, 청소하고, 책 읽고, 게임하면서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다 문득 생각날 때마다 에코를 찾으면 된다. 정확하게는 에코의 애칭을 외친다. ‘알렉사’다. 

“알렉사, 엄마에게 전화 걸어줘!” “알렉사, 국이 끓는데 가스레인지 좀 꺼줄래.” “알렉사, 침실 보일러 온도를 높여줄래.” “알렉사, 지금 주요 뉴스가 뭐지.” “알렉사, 1990년대 음악을 틀어줘.” “알렉사, ◯◯◯피자에서 항상 먹던 피자 주문해줄래.” “알렉사, 내일 아침 6시에 깨워줘.” “알렉사, 거실 불을 꺼줘.” 

이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제품답게 에코는 온라인 주문도 해준다. 칫솔, 치약, 세제, 화장지, 식용유 등이 떨어졌을 때 “알렉사!”를 부르면 아마존에서 곧바로 집까지 배달해준다.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세탁기 옆에서 세제가 떨어진 사실을 알았는데 거실에 있는 에코한테 어떻게 주문을 하지.’ 

아마존은 이런 욕구를 해결하고자 물건에 간단히 부착할 수 있는 ‘대시’ 버튼도 내놓았다. 이 버튼을 세탁기 세제 옆, 화장실 화장지 옆, 주방 식용유 옆 등에 부착해놓고 누르기만 하면 된다. 대시를 누르면 곧바로 아마존 카트에 세제, 화장지, 식용유 등이 담긴다. 

조 교수는 이 대목에서도 흥미로운 비교 대상을 언급한다. 바로 집집마다 TV 옆에 놓인 방송 수신기(셋톱박스) 리모컨이다. “TV에는 저마다 기능이 최적화된 리모컨이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자주 쓰는 리모컨은 뭡니까? 바로 셋톱박스에 딸린 조악한 리모컨이지요. 셋톱박스 리모컨으로 TV뿐 아니라 셋톱박스까지 조종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에코 같은 AI 스피커가 집 안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셋톱박스 리모컨 구실을 할 개연성이 높다. 스피커 같은 하드웨어와는 별반 관계없어 보이는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이 AI 스피커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제 에코가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차례다. 먼저 개념 하나를 알아야 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의자, 침대, 책상, 창문, 전등, 보일러는 물론 심지어 컵, 포크, 숟가락 같은 사물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는 것을 지칭한다.


AI 스피커가 지휘하는 사물인터넷 생태계

카카오미니[사진 제공·카카오]

카카오미니[사진 제공·카카오]

에코 같은 AI 스피커는 이렇게 인터넷으로 연결된 온갖 사물을 지휘하는 구실을 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이런 사물이 모두 아마존 제품일 필요는 없다. 에코는 현재까지 세계 여러 기업에서 만든 사물 7000개와 연결할 수 있고, 그 수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에코 같은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좀 더 ‘똑똑한’ 물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크’라는 베개가 있다. 이 베개는 코골이를 막아준다. 센서가 코 고는 소리를 인식하면 이 베개는 미세한 진동을 준다. 이 진동에 자는 사람이 머리를 살짝 움직이면 코골이가 멈춘다. 

‘제닉 튠’ 같은 온도 조절기도 있다. 제닉 튠은 집 안에 들어오는 햇빛 양을 따져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기다. 집 안에 들어오는 햇빛 양이 많으면 보일러 온도를 낮춰 연료 소모를 줄인다. 반면 햇빛 양이 적으면 보일러 온도를 높여 집 안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당연히 난방 효율성이 높아진다. 

의자, 침대, 책상, 창문, 전등, 보일러, 컵, 포크, 숟가락 등 센서를 부착하고 인터넷 연결을 대기 중인 똑똑한 사물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AI 스피커가 지휘하는 사물인터넷 생태계가 우리 일상생활을 어떤 모습으로 바꿀까.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힌트가 있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10년 만에 세계인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입력 2017-11-07 14:13:24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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