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청을 바람과 햇볕에 바삭하게 말리면 시래기가 된다.
김장할 때 부드러운 무청은 소금에 절여 김치로 담가 먹지만 억센 것은 쓸 수가 없다. 이것을 따로 모아 삶아서 물기를 꽉 짠 다음 햇볕과 바람에 말리면 무청 시래기가 된다. 이때 배추 겉잎도 무청과 같이 시래기로 만들지만 무청의 독보적인 맛은 따라올 수 없는 것 같다. 바삭바삭하게 말린 무청 시래기는 다음 김장 때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이 푸석푸석한 묵은 재료를 음식에 넣으면 남다르게 구수한 맛과 향이 살아난다. 게다가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며, 고기나 해물과 요리하면 색다른 감칠맛을 선사한다.
시래기 고등어조림
무청 시래기밥.
시래기의 제맛은 밥으로 지어 먹을 때 비로소 우러난다. 먹기 좋게 썬 시래기에 들기름과 집간장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간을 한 다음 쌀과 함께 밥을 짓는다. 시래기 양념은 집집마다 다르다. 된장을 넣기도 하고 갖은 양념을 해 살짝 볶아 밥을 짓기도 한다. 다 된 밥은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이때 야무지게 속속들이 비비는 것보다 먹을 때마다 조금씩 양념간장을 얹어 쓱쓱 섞어 먹는 맛이 더 좋다.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구수하고 깊고 정겨운 맛이 진하게 난다.
밥 다음에는 볶음이다. 밥을 할 때 넣은 양념에 다진 마늘, 다진 파, 고춧가루 등 좀더 자극적인 재료를 살짝 더한 뒤 조물조물 주물러 양념이 배게 잠시 둔다. 기름을 두르거나 물을 자작하게 부어 달달 볶는다. 이때 물을 많이 붓고 간을 맞춰 오래 끓이면 조림처럼 먹을 수 있다. 입맛 없는 여름에는 오이지 생각이 나듯, 겨울에는 김장 김치와 시래기볶음만 한 것이 없다. 매일 먹는 국물 요리에도 시래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이면 완전히 다른 맛이 난다. 된장, 청국장, 맑은 국, 매운 국에 두루 어울린다. 시래기를 좀 더 요리답게 해 먹고 싶다면 싱싱한 고등어와 무를 넣은 뒤 칼칼한 양념을 풀어 간이 배도록 푹 끓여 조린다. 돼지 등갈비찜이나 감자탕, 쇠갈비를 넣고 뭉근하게 조리는 갈비찜에도 어울린다.
김장을 마치고 나온 부속물이라기엔 과분하게 쓸모 있고 맛있는 것이 무청 시래기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식재료도 알고 보면 다 제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