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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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라! 킬러의 ‘원초적 본능’을

아드보카트호 ‘골 가뭄’ 가장 큰 고민 … 태극 전사들 K리그서 2% 개선 담금질

  •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jesnews.co.kr

    입력2006-03-15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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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라! 킬러의 ‘원초적 본능’을
    ‘영광의 엑소더스를 위하여!’

    고대 희곡에서 합창단이 퇴장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엑소더스(Exodus)’라고 한다. 현대극에서 이 단어는 대단원 또는 결말을 뜻한다. 우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처럼 아드보카트호가 ‘영광의 엑소더스’를 합창하기를 기원한다.

    독일월드컵 공식 홈페이지(fifaworldcup. yahoo.com)는 3월7일 ‘한국이 42일간 의미 있는 10경기를 치렀다’고 소개하면서 유럽 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본선에서 만날 프랑스와 스위스에 대해 태극전사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가 독일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2%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영광의 엑소더스’를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아드보카트호 전사들은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할까?

    경기를 지배하는 만큼 골이 터져나오지 못하는 게 아드보카트호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지훈련 기간 내내 골에 대한 배고픔을 호소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앙골라전을 1대 0으로 이긴 뒤 스트라이커들에게 역정을 냈다. 그 이유는 상대 골문 앞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 골문 앞 중앙을 ‘어태킹 서드(attacking third)’ 혹은 ‘파이널 서드(final third)’라고 부르는데, 2002년 한일월드컵 골 중 90%가 이곳에서 나왔다.

    상대 골문 앞 중앙 장악 실패



    그러나 한국 스트라이커들은 어태킹 서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동국 등 타깃맨들이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 골문 앞을 장악해야 한다. 킬러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밀집된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섬세한 부분 전술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사자왕’ 이동국(27·포항)의 공격력이 좀더 예리해져야 한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그의 득점력은 실망스러웠다. 겨우 2골에 그친 것. 이동국은 동료들이 만들어주는 득점 루트 외에 스스로 골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K리그는 그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5월 재소집될 때까지 매 경기를 독일월드컵 예비고사로 여기며 집중할 필요가 있다.

    10차례 평가전에서 터뜨린 12골 중 측면 크로스에 의한 득점은 시리아전에서 나온 2골이 전부다. 한국 축구의 전통적 장점인 빠른 측면 침투에 이은 득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한국의 1승 상대인 토고의 전력을 중간 점검한 결과, 발이 느린 윙백이 포진한 포백라인의 좌우 측면 뒷공간이 허점으로 드러났다. 토고를 잡기 위해서도 예리한 측면 돌파는 필수인 것이다.

    키워라! 킬러의 ‘원초적 본능’을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이 가세돼야 측면 공격의 위력이 커지는데, 오른쪽 풀백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은 조원희(23·수원)는 공간을 쉽게 내준다는 약점을 지적받고 있다. 수비가 안정돼야 강팀과의 경기에서 수비수들의 과감한 측면 돌파가 가능하다.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공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조원희의 과제다. 앙골라전에서 좌우에 김동진(24·서울)과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가 나섰다는 점에서 조원희의 분발이 요구된다.

    긴 슬럼프 끝에 앙골라전에서 부활포를 쏘아올린 박주영(21·서울)은 측면 공격수가 해내야 할 다양한 역할에 익숙해져야 한다. 활동 폭이 좁고 오로지 골을 넣어야 하는 중앙에 비해 측면 공격수는 때로는 수비에 나서야 하며, 중앙과 수시로 소통하며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동안 엇박자를 보였던 그의 플레이가 점차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일월드컵에서 실점하게 될 경우 헤딩으로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토고의 킬러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는 190cm의 장신이다. 프랑스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티에리 앙리(아스널)와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는 각각 188cm와 187cm다.

    반면 아드보카트호는 줄곧 공중볼 처리에 불안감을 드러내왔다. 공중볼 처리가 어설픈 데다 머리 위로 볼을 흘려 뒷공간을 내주며 위기를 초래하는 장면이 되풀이된 것. 우선 중앙 수비수 2명 중 1명은 확실히 공중볼을 따내되 나머지 한 명이 떨어지는 볼을 처리할 수 있는 콤비 플레이가 절실하다.

    최진철(35·전북)의 파트너로 낙점된 김진규(21·이와타)는 냉정함을 갖춰야 한다. 핌 베르베크 코치는 “김진규는 수비수로서 자질이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하면서도 “89분은 잘 뛰지만 1분간 집중하지 못하는 게 흠”이라고 지적했다.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 약점만 보완한다면 독일월드컵은 김진규가 차세대 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집중력 잃지 않아야 실수 줄어

    중국 왕중추의 저서 ‘디테일의 힘’에는 세밀함에 관한 부등식이 나온다. 100-1은 99가 아니라 0이라는 희한한 계산법이 등장하는 것. 저자는 ‘100-1=0’이라는 공식을 통해 ‘1%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도 한 번의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세밀함’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세밀함에는 불필요한 경고나 퇴장을 받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전지훈련을 마친 태극전사들은 소속팀에서 월드컵에 대비한 자신들만의 ‘2차 전훈’에 돌입했다. “K리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독일월드컵 출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엄포에 선수들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안정환(30·뒤스부르크), 차두리(26·프랑크푸르트), 설기현(27·울버햄튼) 등 3명의 유럽파도 소속팀에서 주전을 꿰차는 게 급선무다. 교체 출전에만 급급한 데다 결장이 잦은 이들이 부진을 거듭한다면 독일월드컵 출전 티켓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될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5월15일 독일월드컵에 나설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공개한 뒤 본격적인 독일월드컵 준비 태세를 갖춘다. “한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와 동료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이 단지 운과 홈 이점에 기댄 것이 아님을 증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말처럼 국가대표팀이 투혼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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