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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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찾기’ 뻔한 소재 어떻게 포장할까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3-06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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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쪽 찾기’ 뻔한 소재 어떻게 포장할까
    ‘두근두근 체인지’와 ‘안녕, 프란체스카’(시즌 1·2)로 한국 시트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던 노도철 PD가 ‘소울 메이트’로 돌아왔다. 전생의 인연이 현세에까지 이어진다는 의미의 ‘소울 메이트’는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싱글 남녀의 이야기.

    노 PD는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2를 마친 지난해 9월 우연한 기회에 ‘소울 메이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선을 보라는 주변의 성화에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던 중 ‘그들(노총각, 노처녀)’이 쉽게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딘가에 있을 반쪽을 기다리는 마음 때문일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것. 이어 그는 ‘사랑하기엔 두렵고, 그리워하기엔 목이 메고, 모르는 척 지나칠 수 없는 그런 사랑’의 존재에 대한 고민에까지 이르렀다. 답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우연히 배윤미의 시 ‘아마도 그런 게 인연이지 싶습니다’가 그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를 통해 소울 메이트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오묘한 감정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오랜 고민 때문일까. ‘소울 메이트’는 옷깃 한번 스쳤을 뿐인 이들이 첫눈에 반하고, 위대한 사랑에 빠지는 기존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구조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대신 ‘싫은 남자 한 방에 보내는 법’ ‘상처 주지 않고 애인과 헤어지는 방법’ 등 남녀의 서로 다른 연애심리와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 곳곳에 등장한다.

    노 PD는 또 극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배우들을 고르는 데 3개월여를 쏟아붓기도 했다. 그렇게 선택된 이들이 사강과 신동욱, 이수경.

    ‘소울 메이트’가 노 PD의 전작을 잇는 히트작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청춘 남녀들의 ‘짝짓기’에는 외모 지상주의를 신랄하게 꼬집는다(‘두근두근 체인지’)든가, 우리 사회 속 가족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칠(‘안녕, 프란체스카’) 만한 풍자와 해학의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울 메이트’의 과제는 사랑하고 오해하고 싸우고 이별하는 연인들의 뻔한 일상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있을 것이다.



    노 PD는 특유의 팬터지 기법으로 이를 해결할 예정이다. 현실 속의 팍팍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혹은 거부감 없이 그려내는 재주가 있는 그가 ‘소울 메이트’의 평범한 소재를 어떻게 탈바꿈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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