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B급 세계사 | 김상훈 지음/ 행복한작업실/ 349쪽/ 1만5800원
책 제목에 들어간 ‘B급’이란 표현과 ‘알고 나면 꼭 써먹고 싶어지는 역사 잡학 사전’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쉽고 재미난 역사책이다. ‘알쓸신잡’ 계열의 이런 책은 어떤 소재를 선정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해당 소재에 대해 사전적 의미 위주로 늘어놓는다면 책의 격이 떨어진다. 소재를 둘러싼 유래와 당시 상황을 꿰뚫고, 현재에 미치는 영향까지 두루 짚어야 역사적 의미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다. 그래야 독자는 무릎을 탁 치며 ‘아, 그런 거였구나’라고 감탄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은 저자의 내공에 달려 있다. 독자들이 읽기 쉽게 만들려면 저자는 탄탄한 내공을 갖고 역사를 종횡무진 누벼야 한다. ‘통세계사’ 시리즈가 25만 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저자라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책에 나온 55개의 소재 중 돈가스 편을 보자. 돈가스가 서양 포크커틀릿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외양만 따왔을 뿐 돈가스는 엄연히 일본 음식이다. 돈가스의 유래를 밝히기 위해 책은 7세기 일왕 덴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도였던 덴무 일왕이 살생을 금했기에 일본 사회에는 육류 기피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는 것. 그런데 19세기 메이지유신 이후 제국주의로 변신하던 일본은 서양과 격차를 줄이고자 그들의 식문화까지 연구했다. 그 결과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많이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국민에게 육류 소비를 늘리라는 조서까지 내린다. 군대에서 강제로 고기를 먹게 했고, 거부감을 줄이려고 밥을 곁들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독특한 돈가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돈가스가 일본 제국주의화를 위한 첨병이었던 셈이다.
이외에도 햄버거에는 왜 햄이 들어 있지 않은지, 왜 미국은 총기 소지를 허용했는지, 선글라스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좌파와 우파의 기원은 무엇인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역사 지식을 다룬다.
‘사소하고 꼬질꼬질하다’는 저자의 표현과 달리 재미와 교양의 원천이자, 만남의 자리를 유쾌하게 만드는 수단으로서 역사를 활용하고 싶을 때 유용한 책이다. 목차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관심 있는 주제부터 보면 된다.
계절 과일 레시피
김윤정 지음/ pan n pen(팬 앤 펜)/ 508쪽/ 2만5000원
디저트의 대명사인 과일이 메인 요리, 그것도 핵심 식재료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책 제목 그대로 모든 요리의 레시피를 과일로 채웠다. 어린 시절을 섬과 시골에서 보낸 저자는 산과 들에서 산딸기, 다래, 보리똥, 앵두 등을 따 먹으며 뛰어놀았다. 커서도 과일 농장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과일을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다양한 과일 레시피를 완성했다. 과일 고유의 맛을 그대로 전하는 요리, 여러 재료와 섞어 조화로운 맛을 내는 요리, 계절의 맛을 잘 저장해뒀다 때때로 꺼내 먹는 음식, 그리고 철마다 마음을 전하며 선물하기 좋고 나눠 먹기 좋은 음식까지 다양한 주제로 엮었다. 84쪽 분량의 별책에는 계절별 과일 플레이팅 노하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