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잉글랜드 구단은 익숙할 것이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활약한 덕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는 명성과 함께 우리에게는 친숙한 팀이다. 이 구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리그 13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2회 등 무수한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감독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 많은 축구 팬이 퍼거슨을 꼽는 이유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사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습을 보면 그의 은퇴와 함께 옛 영광도 퇴색한 것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지난 10년 동안 임시 감독을 포함해 8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지만 누구도 리그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상위권 팀 척도인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도 꾸준하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들어 올린 트로피는 FA컵 1회, 리그컵 1회, FA 커뮤니티 쉴드 1회(직전 시즌 EPL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맞대결), UEFA 유로파 리그 1회에 불과하다. 이제 구단은 예전 같지 않은 명성과 더불어 리그 신흥 강호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성을 넘보는 처지에 놓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흔들린 이유는 단연 퍼거슨 감독의 부재 때문이다. 구단 자체라고 할 수 있던 인물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팀이 뿌리째 흔들린 것이다. 구단 차원에서 거장 은퇴 이후 계획이 전무했던 것이 원인이다. 그 결과 ‘오늘만 사는 축구팀’으로 전락해 감독이 바뀔 때마다 상이한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전략에 연속성과 일관성이 없으니 큰 기복이 뒤따랐다. 매년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 금액을 지출했음에도 시즌마다 예전만 못한 성적이 나오자 “선수가 없다”는 변명만 반복했다.
이처럼 추락하는 명성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여전히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낸다. 최근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2022~2023시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축구 클럽 순위를 발표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약 1조746억 원을 벌어들여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파리 PSG, 바르셀로나에 이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 가치 구단 순위에선 레알 마드리드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구단 성적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과 별개로 상업 수익은 끄떡없는 것이다. 오히려 축구산업의 전반적 성장세에 힘입어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선수 보강에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소유한 글레이저 가문의 재산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사실 퍼거슨 감독 은퇴 후 구단 경기력이 무너진 근본 원인은 글레이저 가문의 운영 방식에 있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맬컴 글레이저는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공동 설립한 석유 기업 ‘자파타코퍼레이션’을 인수해 화제를 모은 미국 사업가다. 방송·의료·부동산 사업을 바탕으로 자산을 축적한 그는 1995년 미식축구 하위권 팀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인수해 슈퍼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스포츠팀 운영에 흥미를 붙인 글레이저의 눈에 띈 게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초기 인수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갖은 편법으로 구단 인수에 열을 올렸다. 이때 글레이저를 도운 이가 나중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회장, 단장을 지낸 투자 컨설턴트 에드 우드워드다.
‘레버리지’로 불리는 차입매수로 지분을 늘린 글레이저는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완전히 인수했다. 그는 구단 빚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리게끔 설계했고, 그 빚을 얼른 갚는 대신 자기 몫 배당금을 늘리는 경영을 이어나갔다. 팬들이 강하게 반대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구단 수뇌부는 축구 문외한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상업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했고, 정작 우승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적당한 현상 유지로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게 구단 목표가 된 것이다.
실망스러운 구단 운영이 이어지는 와중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 지분을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통째로 매각해 좋은 주인이 나타나기를 바랐지만, 그들도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까지 가를 생각은 없을 테다. 중동 자본이 큰 관심을 보였지만 영국의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를 이끄는 짐 랫클리프가 지분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월 21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랫클리프가 구단 지분 27.7%를 최종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주인이지만, 랫클리프가 공동 구단주로서 구단 운영권을 행사하게 됐다. 랫클리프는 영국에서 2번째로 부유한 인물인데 오래전부터 스포츠,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이미 스위스 축구팀 FC 로잔, 프랑스 축구팀 OGC 니스를 소유한 랫클리프는 EPL 첼시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다.
랫클리프는 지분 인수 후 구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축구’에 역량을 쏟고 있다. 축구 문외한이 아닌, 축구팀을 운영해본 유능한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 구단 의결 체계를 바꾸고 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프랑스 PSG를 성공적으로 이끈 스포츠 경영인 장클로드 블랑 같은 인물이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랫클리프가 구단 시설 확충에 투자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장을 비롯한 훈련시설이 낙후한 것으로 악명 높다.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사우디 알나스르 소속)가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돌아왔을 때도 훈련장 내 수영장 타일이 깨진 상태 그대로였다고 한다. 그간 글레이저 가문이 인프라 구축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팬들 사이에선 1910년 완공된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전면 리모델링, 혹은 새 구장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응원가 ‘Glory Glory Man United’처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새로운 영광의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
퍼거슨 떠난 이후 퇴색한 ‘맨유 신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 [뉴시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흔들린 이유는 단연 퍼거슨 감독의 부재 때문이다. 구단 자체라고 할 수 있던 인물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팀이 뿌리째 흔들린 것이다. 구단 차원에서 거장 은퇴 이후 계획이 전무했던 것이 원인이다. 그 결과 ‘오늘만 사는 축구팀’으로 전락해 감독이 바뀔 때마다 상이한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전략에 연속성과 일관성이 없으니 큰 기복이 뒤따랐다. 매년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 금액을 지출했음에도 시즌마다 예전만 못한 성적이 나오자 “선수가 없다”는 변명만 반복했다.
이처럼 추락하는 명성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여전히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낸다. 최근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2022~2023시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축구 클럽 순위를 발표했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약 1조746억 원을 벌어들여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파리 PSG, 바르셀로나에 이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 가치 구단 순위에선 레알 마드리드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구단 성적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과 별개로 상업 수익은 끄떡없는 것이다. 오히려 축구산업의 전반적 성장세에 힘입어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선수 보강에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소유한 글레이저 가문의 재산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사실 퍼거슨 감독 은퇴 후 구단 경기력이 무너진 근본 원인은 글레이저 가문의 운영 방식에 있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맬컴 글레이저는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공동 설립한 석유 기업 ‘자파타코퍼레이션’을 인수해 화제를 모은 미국 사업가다. 방송·의료·부동산 사업을 바탕으로 자산을 축적한 그는 1995년 미식축구 하위권 팀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인수해 슈퍼볼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스포츠팀 운영에 흥미를 붙인 글레이저의 눈에 띈 게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초기 인수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갖은 편법으로 구단 인수에 열을 올렸다. 이때 글레이저를 도운 이가 나중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회장, 단장을 지낸 투자 컨설턴트 에드 우드워드다.
글레이저 가문 돈벌이 수단 된 맨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 경기장 ‘올드 트래퍼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실망스러운 구단 운영이 이어지는 와중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 지분을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통째로 매각해 좋은 주인이 나타나기를 바랐지만, 그들도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까지 가를 생각은 없을 테다. 중동 자본이 큰 관심을 보였지만 영국의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를 이끄는 짐 랫클리프가 지분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월 21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랫클리프가 구단 지분 27.7%를 최종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주인이지만, 랫클리프가 공동 구단주로서 구단 운영권을 행사하게 됐다. 랫클리프는 영국에서 2번째로 부유한 인물인데 오래전부터 스포츠,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이미 스위스 축구팀 FC 로잔, 프랑스 축구팀 OGC 니스를 소유한 랫클리프는 EPL 첼시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다.
랫클리프는 지분 인수 후 구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축구’에 역량을 쏟고 있다. 축구 문외한이 아닌, 축구팀을 운영해본 유능한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 구단 의결 체계를 바꾸고 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프랑스 PSG를 성공적으로 이끈 스포츠 경영인 장클로드 블랑 같은 인물이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랫클리프가 구단 시설 확충에 투자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장을 비롯한 훈련시설이 낙후한 것으로 악명 높다.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사우디 알나스르 소속)가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돌아왔을 때도 훈련장 내 수영장 타일이 깨진 상태 그대로였다고 한다. 그간 글레이저 가문이 인프라 구축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팬들 사이에선 1910년 완공된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전면 리모델링, 혹은 새 구장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응원가 ‘Glory Glory Man United’처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새로운 영광의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