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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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척척 금메달 손대지 마!

  • 최원창/ 굿데이 종합스포츠부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2-10-14 1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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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 척척 금메달 손대지 마!
    아시아경기대회 축구대표팀 박항서 호가 출범했을 때 가장 우려했던 점은 월드컵 대표 선수 출신과 그 밖의 선수들 간에 혹시나 위화감이 조성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박항서 호에는 이운재 이영표 이천수 현영민 최태욱 등 5명의 월드컵 대표 선수 출신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이미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외의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 이처럼 서로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 팀의 조직력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

    사실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우승 이후 한국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한 데는 월드컵을 치른 선수들이 아시아경기대회에 집중력을 갖지 못하고 느슨해졌던 이유가 컸다.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이동국과 김용대는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조성환 조병국 박용호 등 히딩크 호에 잠시 합류했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선수들이 소외되지는 않을지 하는 점도 우려의 한 축이었다. 이들은 아직 젊은 선수들이어서 자칫 오해라도 생긴다면 월드컵 4강팀의 명예에 큰 손상을 줄 수도 있었다.

    금메달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박항서 호의 현재 모습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우려는 한낱 기우였다.



    ‘대표팀의 맏형’ 이운재는 듬직하게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고, 이영표는 ‘군기 반장’을 맡아 훈련 때면 싫은 소리를 도맡아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천수는 “득점왕에 욕심 없다”면서 “오로지 금메달이 내 목표일 뿐이다”며 팀플레이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전에서 2골을 터뜨린 김은중은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동국에 대해 “친구 동국이의 병역면제를 위해 더 많은 골을 터뜨리고 싶다”고 말해 주위를 감동시켰다. 김은중은 왼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라 이미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날 김은중은 호흡이 힘들 만큼 감기증세가 심했음에도 90분을 모두 뛰며 맹활약을 펼쳤다.

    월드컵 대표 선수 출신들은 “심부름 안 해주면 금메달 안 딴다”는 등 짓궂은 농담을 해가며 병역 미필자들에게 심부름을 시키고는 한다. 하지만 이들의 속마음을 알기에 병역 미필 후배들은 기쁜 마음으로 심부름을 하고 있다.

    월드컵 대표 선수 출신들은 병역 면제 혜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 군 생활을 마친 뒤 선수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아 위험부담이 큰 데다 병역이 해결돼야 꿈에 그리던 해외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대표선수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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