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연결해 사용하는 인터넷폰들이 최근 유선 전화기를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롬 다이얼패드 서비스로 대변되던 인터넷폰 사업이 최근 들어 편리한 사용성과 저렴한 사용요금으로 지난 100년 동안 공룡처럼 거대해진 유선통신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순히 PC와 PC를 연결하던 방식에서 PC에서 전화, 전화에서 PC로의 연결은 물론, 이제는 사용상 인터넷폰이란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일반 전화처럼 이용하는 전용단말기까지 보급되고 있다.
2005년엔 시장 40% 점유 전망
전 세계적으로도 참고할 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한국 인터넷폰 시장은 선두를 달리고 있다. 6월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KT, 하나로,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아시아 유럽 지역 6개국의 VoIP 현황을 직접 둘러본 뒤 내린 결론은 ‘VoIP 서비스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도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는 것.
KISDI 권오상 연구원은 “해외시찰을 한 결과 한국처럼 광범위한 초고속 인터넷망이 완비된 경우가 거의 없고, 둘러본 나라 중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은 독일도 330만명에 그치는 등 한국과는 VoIP에 대한 고민 수준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국내 인터넷폰 서비스가 기술이나 부가서비스,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제공되는 VoIP 서비스 방식은 크게 세 가지. PC에서 PC로 전화를 거는 PC투PC, PC에서 일반 전화로 통화할 수 있는 PC투폰, 전용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는 폰투폰 방식이 그것이다. 물론 현재 국내 서비스업체마다 이들 방식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www. dialpad.co.kr)와 큰사람정보통신의 엘디(www.elthe.co.kr) 등은 폰투폰, PC투폰, PC투PC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거나 도입중이다. MSN 메신저를 이용해 음성통화를 할 수도 있다. 윈도 XP에 포함된 메신저는 회원 간의 음성 채팅과는 별도로 PC투폰 서비스를 KT와 함께 실시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VoIP 서비스가 낯선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존 유선통신 전화에 가입한 사람들이 전화번호 변경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PC 사용자라도 PC로 전화를 거는 방식에는 익숙지 않은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VoIP 서비스는 기업 시장에 먼저 진출하고 있다.
최근 기업용 VoIP 서비스를 도입한 업체 직원들은 전화기가 다르다는 것 말고는 기존 전화와 다른 게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바로 사용 호환성이 확보됐다는 의미다. 초기에는 PC에서 서비스를 연결해 헤드셋으로 전화를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전용단말기를 일반 전화기처럼 사용하면 된다. 폰투폰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새로운 기능 사용법을 익힐 필요가 없는 폰투폰 서비스가 대세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폰이 사업장에서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요금이 일반 유선전화보다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본사와 지사 간 거리가 먼 경우나 특히 해외지사와의 통화가 많을 경우 VoIP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또한 콜센터 등 고객과의 통화가 많은 경우도 비용 절감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VoIP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LG그룹의 경우 통화요금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먼저 본사와 계열사, 공장, 해외 사업장을 잇는 기업전용회선에 VoIP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직은 시험의 서비스 단계이긴 하지만 이 서비스 도입으로 기존 본사-지점 간 통화나 지점-지점 간 통화는 말 그대로 돈 한푼 들지 않게 됐다. 시내전화는 물론 시외전화와 국제전화 요금도 대폭 절감되고 있는 것. 사업장이 많은 이 회사의 경우 비용 절감 효과는 40억~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폰 장비들
디지털 방식이라는 장점 때문에 단말기의 형태나 부가 기능에서도 기존 전화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PC의 USB 슬롯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전화기부터 영상전화는 물론 무선 기능까지 갖춘 제품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세주C&C(www.sejoo.com)가 컴퓨터 사운드카드에 꽂아 사용하는 USB폰을 출시했고 지오시스(www.giosys. co.kr)는 디지털카메라를 부착한 USB폰을 내놓았다. 이중 지오폰은 인터넷 메신저 기능과 일반 전화 전환 기능까지 갖췄다.
IP폰으로는 욱성전자(www.wooks ung.com)가 영상전화와 채팅 기능을 갖춘 VoIP 제품을 선보였다. 큰사람컴퓨터(www.elthe.co.kr)도 개인휴대단말기(PDA)에 VoIP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VoIP 응용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VoIP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700억원 규모에 달했으며 2005년까지 매년 60%의 고속성장을 거쳐 전체 음성통신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기만 하던 대형업체까지 VoIP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시장 확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전통적인 PSTN 방식을 고수하던 KT와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이 올해 상반기에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삼성네트웍스 등도 시장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형 기술 업체 위주로 움직이던 시장이 이제 규모의 경제의 실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기존 KT 독점체제에서 돌파구를 찾기 힘들어하던 하나로통신의 경우 케이블 가입자를 대상으로 VoI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기본요금은 월 1000원 정도이며 통화요금도 시내외 차등 없이 일률적으로 3분에 39원 정도다. 발신자번호표시와 착신전환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선랜을 이용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KT, 하나로통신 등 무선랜 사업자들은 11월경부터는 무선랜 핫스폿(hot sport)이 설치된 지역에서 노트북 PC나 PDA 등 휴대형 단말기로 인터넷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착발신 VoIP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선랜을 기반으로 한 VoIP 서비스는 핫스폿이 설치된 외부 구간과 무선랜 서비스 가입자의 가정에 음성과 데이터가 결합된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3분 기준으로 시내외 통화요금이 45원으로 376원인 이동전화 요금보다 88% 가량 싸다.
VoIP 시장 상황이 무르익어가고 있긴 하지만 몇 가지 극복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통화의 품질이다. 일반 전화는 64Kbps로 음성을 전달하는 데 반해 VoIP는 6~16Kbps로 압축해 전송하게 되는데, 인터넷의 안정적인 대역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음질이 구현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음성의 경우 주로 UDP(User Datagram Proto-col)를 사용하여 전송하는데, UDP는 특성상 TCP/IP와는 달리, 손실된 패킷에 대하여 재전송 요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실된 패킷을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가 단절되거나 잡음 등의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기술표준에 대한 통합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부가서비스 등이 보편적인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