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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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만큼 재미있는 필독 역사서

  • 입력2002-10-14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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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만큼 재미있는 필독 역사서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이문열씨의 ‘초한지-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는 2200여년 전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의 맞대결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소설은 한고조 유방의 책사가 되는 장량이 진시황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한나라가 다시 천하를 통일하는 한고조 5년, 서기 197년까지의 20년을 다룬다. 이문열씨는 이 소설이 ‘사기’ ‘한서’ ‘자치통감’을 참고로 씌어졌다고 했는데, 이중 ‘자치통감’에 대해 알아보자.

    ‘자치통감’은 송나라 때 사마광이 중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이전까지의 136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총 294권의 방대한 저작물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과거시험 과목으로 지정돼 지식인들이 항상 이 책을 곁에 놓고 보았으며, ‘자치통감’을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자치통감’은 ‘정치에 자료가 될 만한 통시적인 거울’이라는 뜻풀이대로 선인들의 지혜로 가득한 역사서다.

    중앙대 권중달 교수(61·사학)는 5년 전부터 ‘자치통감’ 완역에 도전해 전국시대부터 진왕조의 통일과 멸망을 다룬 ‘자치통감1-서리가 밟히면 물 어는 시절이 오리라’(권1~권8까지, 세화출판사)를 펴냈고, 이번에 전한시대 부분(권9~권38까지)을 번역한 3권짜리 ‘자치통감’(푸른역사)을 출간했다. 하지만 이는 방대한 역사서의 8분의 1이 조금 넘는 분량일 뿐이다. 권교수는 2005년까지 ‘자치통감’ 294권을 모두 번역할 계획이다.

    이번 ‘자치통감’ 출간은 국내 최초의 완역이라는 점에서 격찬을 받았다. ‘자치통감’은 인물 중심의 역사서술 방식인 기전체로 기록된 ‘사기’나 ‘한서’와 달리 편년체 역사서술 방식을 채택해 사건이 일목요연하게 진행되는 데다 사마광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독자의 흥미를 더한다.

    사실 원전에 대한 편견과 부담을 버린다면 ‘자치통감’은 정치적 야망과 배신, 음모가 거듭되는 소설 같은 책이다. 권교수는 “상대방의 허를 단숨에 꿰뚫어보고 촌철살인의 꾀를 내며,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단번에 반전의 물꼬를 트는 번뜩이는 지혜, 20만 대군을 움직이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내는 세 치 혀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화술 등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고 말한다.



    ‘자치통감’ 원전과 이문열의 연재소설 ‘초한지’를 비교하며 읽는 방법도 있다. 새로 펴낸 ‘자치통감’은 진왕조가 붕괴하고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이 5년간 벌인 그 유명한 한초전(漢楚戰)에서 시작된다. 소설은 한 걸음 앞서 간다. 출간된 지 한 달이 넘은 ‘자치통감’을 새삼 꺼내든 이유는, 멀찌감치 두고 볼 책이 아니라 반드시 한번 읽고 넘어갈 책이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동양 지식인들의 최고 필독서’라는 감언이설에 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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