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보용으로 제작된 지도와 우편엽서를 들고 있는 반크 회원들.
두 영어문장은 해외에 잘못 알려진 우리나라의 모습을 바로잡고 올바로 알리자는 취지로 1999년 결성된 사이버시민단체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가 발견한 한국 관련 오류 중 일부다. 첫번째 것은 배낭여행 안내서 분야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론리플래닛’의 한국 꼭지에 나오는 내용이고, 두 번째 개고기 관련 내용은 영국 BBC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한국 관련 정보의 일부다. 론리플래닛과 BBC 인터넷 홈페이지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글을 읽고 한국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졌을 것이다.
해외 유명 사이트에 올려진 한국 관련 정보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매우 많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6.8%” “창경궁엔 동물이 살고 있다” “서귀포는 일본 영토다” “한국엔 말라리아가 창궐한다” 등등. 문제는 이런 엉뚱한 정보가 유명 사이트를 표절해 만들어지는 다른 사이트에 의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크 기획단장 박기태씨(30)는 “잘못된 정보를 접한 외국인들은 한국을 ‘미개한 나라’로 오해할 수 있다”면서 “유명한 포털사이트, 여행사이트, 교육사이트 등의 한국 관련 오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관한 잘못된 설명 중 가장 많은 것들을 소개한다.
고조선은 중국인이 세운 나라?
“고조선은 기원전 1122년에 은나라 사람에 의해 세워졌고(CNN 인터넷 홈페이지 등), 태극기는 중국 청나라에서 유래했다(www.countryreports.org 등).” 기자조선과 임나일본부설은 외국 인터넷 한국 관련 정보에서 ‘주류’가 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됨으로써 근대화할 수 있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한국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다.
또 미국의 주요 대학 사이트들을 비롯해 상당수의 외국 사이트들이 고구려를 한국 최초의 국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선을 이씨왕조(Yi dynasty)라고 설명하면서 “한 성을 가진 가족에 의해 이처럼 오랜 세월 통치된 나라는 없었다”고 서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이씨왕조와 조선을 서로 다른 나라로 설명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전염병 왕국’ 코리아?
스코틀랜드의 한 여행사이트는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파상풍 결핵 뇌염 장티푸스 광견병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항의서한을 보낸 반크사이버외교관 조성규씨는 “한국을 완전히 미개한 나라로 다루고 있다”며 “이런 정보를 보고 한국에 올 외국인이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당수의 여행안내서와 여행사이트가 한국을 말라리아와 디프테리아에 노출된 나라로 소개하고 있다. 영국의 한 사이트(www.doasia.com)는 “한국에선 말라리아를 주의해야 한다”면서 “항상 긴 티셔츠를 입는 게 좋다”고 예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할 정도.
미국 내 상당수 포털사이트는 “태권도는 한국의 가라데다” “태권도는 가라데에서 기원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MIT대학 태권도클럽, 몬타나대학 호신술클럽 등 미국 대학 동아리사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복이 몽고에서 기원했다는 설명도 자주 발견된다. 한복을 몽고풍으로 설명하고 있는 사이트들에선 “귀족계급만 한복을 입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밖에 상당수 여행사이트에 소개된 ‘소매치기가 득실거리는 나라’ ‘밤에 택시를 타지 마라’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거리’ 등의 서술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한국=새우?
왜 한국이 ‘고래 사이에 낀 새우’라고 불리는지를 토론 주제로 제시한 캐나다 교과서. 캐나다의 교사용 정보사이트에도 한국이 새우로 표현돼 있다. 왜곡된 한국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의 오류 부분(위부터 시계 방향).
또 다른 미국 교과서는 “고래 사이의 새우였던 한국은 생존하기 위해 직접적 대응보다는 속임수(tricks)를 사용해왔다”고 한국을 소개하고 있다. 또 “한국이 경제발전으로 인해 이젠 중요한 ‘새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서술한 교과서도 있다.
한국을 ‘새우’라고 표현하고 있는 곳은 온·오프라인상에 셀 수 없이 많다. 여행포털인 파일럿가이드(pilotguide) 등 수많은 인터넷사이트와 도서에서 한국은 ‘새우’라는 명사로 표현된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을 설명하는 첫 문장에 ‘새우’란 표현이 들어가 있다. ‘A shrimp between whales’가 한국을 상징하는 문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교과서가 오류의 주범
반크는 “잘못된 한국 관련 정보는 잘못된 교과서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오류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잘못된 설명은 거의 모든 국가의 교과서가 범하고 있는 오류다. 외국 학생들은 “기나긴 역사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지배를 경험했다”(스페인), “한국은 수백년 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캐나다), “당나라가 한국과 일본을 지배했다”(인도네시아)는 등 왜곡된 내용을 배우고 있다.
한국 현대사를 잘못 전달하고 있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독일 교과서는 “비무장지대에서 폭력적 충돌이 빈번하다”고 적고 있고, 오스트리아 교과서는 “한국에선 1주일에 6일 동안 50∼60시간 일하고 중소기업이나 가족기업에서는 약 70시간 일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말레이계 혼혈인 탓에 피부가 검고 키가 작으며, 북한 사람은 몽고 혈통이라 키가 크고 힘이 세다”는 필리핀 교과서의 설명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