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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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불러내는 내공

  • 이형삼 hans@donga.com

    입력2008-12-22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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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을 불러내는 내공
    복학생 시절 함께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다 뜻을 못 이룬 친구들은 지금도 저를 부러워합니다. “기자는 읽고 쓰는 게 직업이니 얼마나 좋겠냐”고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그럭저럭 자위합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무척 부러워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전적으로 읽고 쓰며 밥벌이하는 일, 이른바 전업작가입니다. 출퇴근 개념 없고, 피곤하면 쉬면 되고, 보고서 쓸 일 없고, 스트레스 팍팍 안기는 상사 없고…. 뿐입니까? 쓰고 싶은 글 써서 원고료 받지, 글 모아 책 내면 인세 주지, 책이 뜨면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강연료 챙기지.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요.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才)과 대중성(色)을 겸비해 일가를 이룬 사람, 그래서 책을 냈다 하면 몇만 권은 기본으로 팔려나갈 만큼 자기 브랜드를 탄탄하게 구축한 필자는 손에 꼽습니다. 그 경지에 이르는 과정은 또 얼마나 험난할까요.

    고전을 매끄러운 현대어로 풀어내는 정민 한양대 교수는 가차없이 퇴고한 글을 세 번씩 소리내어 읽으며 다시 다듬는다고 합니다. 그 다음엔 부인에게 낭독을 시킨다네요. 부인이 읽다가 멈추는 곳이 있으면 필시 잘못된 문장이기에 또 손을 댄다는 겁니다.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집중력이 가장 높은 새벽 3시부터 아침 8시까지 글을 쓰기 위해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든다고 합니다. 당연히 저녁약속은 잡지 않고요. 동안거 들어간 꼿꼿한 학승(學僧)의 일과와 다를 게 없습니다.



    역사저술가 이덕일 씨는 ‘사도세자의 고백’을 쓸 때 꿈을 꿨다고 합니다. 경종이 자객의 칼에 쓰러지며 “내가 왕이다”라고 외치고 사도세자가 “나는 억울하게 죽었다”며 절규하더랍니다. 이씨는 이 꿈을 꾸고 난 뒤 경종과 사도세자의 죽음을 연결-둘 다 노론 세력에게 희생됐죠-하며 글을 술술 풀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주제에 얼마나 천착했으면 옛 왕가의 귀신들이 줄줄이 꿈속에 나타나 ‘격정 인터뷰’를 자청했겠습니까. 그런 내공이 쌓이고 쌓여 작가로서의 자기 브랜드가 확고해지는 거겠죠. 하물며 개인 브랜드의 차원을 넘어 국가 브랜드를 국경 너머까지 각인하려면 얼마만한 공력을 쏟아부어야 할까요.

    이번 호에선 세계인이 ‘Buy 코리아’를 연호하게 할 ‘대한민국 브랜드’ 만들기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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