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강한별(바다·가운데)이 뚱녀에서 미녀로 변신한 직후 ‘마리아’를 열창하고 있다.
노래만 잘하는 볼품없는 ‘뚱녀’ 강한별(영화에서는 강한나)은 외모 때문에 일과 사랑을 모두 성취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대대적인 전신 성형수술로 S라인의 ‘이기적인’ 몸매를 갖게 된다. 그녀는 ‘세상이 쉬워짐’을 실감한다. 이런 기본 스토리는 원작 영화와 큰 차이 없지만 강한별의 사랑을 받는 미남 PD 한상준(송창의 분)의 역할이 부각됐고,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 역의 김성기를 1인 2역으로 캐스팅해 코믹한 면이 강화됐다.
영화에 비해 스토리는 매우 스피디하게 전개되며 잘 편곡된 음악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특히 음향은 라이브 콘서트를 방불케 하고 최성희(바다)와 윤공주가 번갈아 맡은 강한별의 화려한 무대 매너로 듣는 앙코르 곡 ‘마리아’는 연말 객석을 들뜨게 한다.
하지만 화제를 모았던 수술 후의 변신 장면을 위해 거대한 분장을 갈아입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그 간격을 이공학의 원맨쇼와 간호사들의 앙상블 춤으로 채우게 되는데, 음악도 춤도 가사도 반복적이며 때로는 억지스럽고 숨까지 가쁘다. 예컨대 퀵 체인지가 많은 영국 뮤지컬 ‘아워 하우스(Our House)’에서처럼 주인공의 얼굴 부분만 빠르게 변신하고, 나머지 몸은 앙상블 안무나 다른 연출적 방법으로 가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면 좀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애초 원작 영화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대극장 무대를 채우느라 급급한 세트 디자인과 그 운용은 공허한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세련돼야 할 거리 장면을 단순한 포털 세트로 처리해 줄어든 무대 크기만큼 안무에 애로사항이 발생한 데다 스튜디오는 지나치게 사실적이며, 강한별의 집은 상하 이동이 되지 않는 극장 무대 특성상 수평적으로 무대를 전환하다 보니 잦은 암전이 필요했다.
쇼 비즈니스를 소재로 한 여타의 작품들 ‘드림걸즈’나 ‘저지 보이즈’ 등에서 보듯, 단순하면서도 콘서트 콘셉트로의 빠른 전환이 가능한 모던한 공간 연출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후원·협찬사 로고를 직접 세트에 표현한 PPL도 디자인의 일부로 처리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노출됐다는 것도 아쉽다. 무대 자체가 곳곳이 비어 있는 터라 무대를 밝게 비출 수 없는 조명은 물론, 색채감이 없는 의상도 눈을 심심하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600만명의 영화 관객들에게 이미 검증된 스토리텔링의 힘과 오랜만에 무대에서 집중하며 들을 수 있는 히트곡들로 축제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일탈을 선사한다. 넥타이를 풀고 편한 마음으로 관람한다면 한 해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날릴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2월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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