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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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나는 날 하늘에게 물어봐?

기상청, 시작만 알리고 소멸 시점 미예보 … 여름철 지역별 상세 강수정보 제공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06-16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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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끝나는 날 하늘에게 물어봐?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는 슈퍼컴퓨터의 예측자료와 다양한 관측자료를 분석해 전국 예보 토의 후 기상예보를 생산한다.

    날이 무더워진다. 해마다 6월 말이면 장마가 시작되고, 7월 말이면 장마가 끝남과 동시에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진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발표가 있으면 모두들 부랴부랴 피서를 떠나기 바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여름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을 이젠 추억으로만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기상청이 더는 장마전선 소멸시점을 예보하지 않기로 한 것. 신문이나 TV에서 ‘이번 주를 기해 장마가 끝나겠습니다’라는 보도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기상청이 갑자기 장마종료 시점을 예보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는다. 심지어 장마예보 포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유혜진(23) 씨는 “굳이 장마가 끝나는 시점을 발표하지 않을 필요가 있나요? 대통령에게 혼났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닌가요?”라며 의아해했다.

    기상청과 국민 인식차 中·日도 예보 안 해



    이 대통령은 3월 환경부 및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기상청이 또 틀렸다. 슈퍼컴퓨터 도입 이후 예측률이 더 떨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기상청 김승배 공보관은 “지난해 8월부터 준비하고 있던 일이다. 장마종료 예보를 하지 않기로 한 건 정치적 문제가 아닌, 과학적 문제로 접근한 결정”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공보관은 같은 기후대에 속한 일본과 중국에서도 장마종료 예보를 하지 않는다며 특별 조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이 장마종료 예보를 하지 않기로 한 주된 이유는 장마에 대한 기상청과 일반 국민의 인식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장마를 ‘장마전선이 형성돼 지역적으로 집중호우를 내리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장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다르다. 회사원 이찬희(27) 씨는 “여름철 비가 계속 내리면 장마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윤원태 과장은 “일반적으로 7월 말이면 장마전선이 물러나고 학문적으로 장마는 끝난다. 하지만 8월에 비가 더 많이 내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저기압, 대기 불안정 등 비가 내리는 이유는 많은데, 국민은 이를 장마가 계속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장마가 끝났다고 해놓고 왜 비가 계속 내리느냐는 항의도 많아 기상청이 거짓 예보를 한다는 오해도 받았다”며 이번 장마예보 관련 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오보를 줄이기 위해 장마종료 예보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보 제공’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으로부터 이번 조치에 대한 연구용역을 받은 하경자 부산대 교수(지구환경시스템학)는 “장마종료 예보를 하지 않음으로써 ‘비가 계속 내린다’는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장마종료 시점을 발표해 강수에 대한 경각심을 없애기보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그러나 장마 시작은 알리고, 여름철 전체 기간에 대한 상세 강수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상청 김 공보관은 “장마예보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지역별 상세 강수정보 등 비가 내리는 시기와 정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기상청 조치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오재호 부경대 교수(환경대기학)는 “장마가 끝난 뒤에도 집중호우를 비롯해 단발성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장마 끝=휴가’라는 공식이 성립돼 비 피해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 ‘환경정의’ 이진우 국장도 “지구온난화로 예전과 다른 강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상청의 이번 결정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상학계 일부에서는 장마종료 시점을 예보하지 않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우리나라도 ‘우기(雨期)’ 개념을 도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상청과 기상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일단 긍정적 반응

    기상청 윤 과장은 “우기는 아열대 지방에서 여름 내내 비가 내리는 시기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 내내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소강상태가 많다”면서 “여름철을 우기로 설정하면 휴가, 군 작전, 건설 등에서 시간적 낭비가 클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태영 연세대 교수(대기학)도 “지난 10년간 8월에 비가 많이 내린 것은 뚜렷한 현상이지만, 8월 강수를 장마의 연속으로 보고 여름을 우기로 설정하려면 8월 호우의 성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마예보는 기후학적으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수자원 관리가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강수량의 60% 이상이 여름에 집중되고,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도 80%가 여름에 집중되는 만큼 정확한 장마예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 기상청의 역량은 세계 최고 대비 수치모델 72%, 관측자료 77%, 예보관 역량 78%로 낮은 수준이다(2007년 기상청이 외부기관에 의뢰한 예보역량진단 결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일기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기상청의 시도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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