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일 빈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간 유로 2008 경기. 크로아티아가 1대 0으로 승리했다.
개막전이 열린 바젤의 잔크트 야콥 파크 경기장.
“올레(Ole) 올레 올레, 슈위츠 나치(Schwiiz Nati), 슈위츠
나치, 슈위츠 나치 올레….”
스위스 응원단의 노래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슈위츠 나치는 스위스 국가대표팀을 이르는 말이다. 처음에 ‘나치’’나치’ 하기에 ‘극우파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린가’ 해서 물어봤더니 영어의 ‘national’을 의미한다고 했다. 슈위츠는 스위스를 이르는 독일어 슈바이츠(Schweiz)의 스위스 지방 사투리다. 슈위츠 나치의 응원구호는 ‘홉 슈위츠(Hopp Schwiiz)’. ‘뛰어 스위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영국인이라면 ‘컴 온 잉글랜드(Come on England)’, 프랑스인이라면 ‘알레 레 블뢰(Allez les Bleus)’라고 외쳤을 것이다. 독일인은 우리가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는 것과 비슷하게 ‘도이칠란트(Deutschland),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라고 외친다.
체코 응원단도 만만치 않았다. 스위스 응원단 쪽에 앉아 있어 잘 몰랐는데 체코가 한 골을 넣자마자 관중석의 절반 정도가 들썩거렸다. 체코 응원단도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원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아, 경기 내내 ‘홉 슈위츠’를 외쳐대는 스위스 응원만큼 일사불란하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체시 도 토호(Cesi do toho)’라고 외치며 맞섰다.
“뿌우우~ 삐이이~.”
관중의 외침을 뚫고 뿔피리 소리가 울린다. 서유럽 축구장에 가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요란한 뿔피리 소리다. 투박하고 원시적인 그 소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단순한 축구경기를 떠올리게 하고, 뿔피리 소리에 맞춰 전투를 시작하던 고대(古代)의 세계로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유럽인에게는 유로컵이 월드컵보다 인기가 좋다. 월드컵은 각 대륙을 돌아가며 열린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이 2006년 독일월드컵처럼 유럽에서 열리지 않는 한 유럽인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로컵은 늘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저녁시간대에 실시간으로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주최국이 멀지 않아 각국 응원단이 쉽게 이동할 수 있고, 그 때문에 경기장마다 양국의 응원 열기가 뜨겁고 경기도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또 프로축구는 유럽이 가장 발달했고 프로팀 경기에서 늘 보는 유명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므로 꼭 자기 나라 대표팀 경기가 아니라도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 터키까지 EU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축구에서만큼은 러시아와 터키는 오래전부터 유럽이다. 지난달 TV로 2008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를 지켜보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콘테스트에 대한 열기는 서유럽보다 동유럽, 러시아, 터키에서 더 뜨거웠다. 1등을 차지한 것도 러시아였다. 이번 유로 2008 경기에도 러시아와 터키가 모두 올라왔다. 개막전은 체코가 1대 0으로 스위스를 이겼다. 다음 2012년 유로 경기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주최한다. 유럽이 점점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