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족암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고성공룡박물관의 공룡 골격 화석.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 자리한 상족암군립공원은 온통 울퉁불퉁하고 칼로 자른 듯한 바위절벽으로 이뤄진 해안공원이다.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이곳의 수성암 절벽 아래에는 썰물 때마다 널찍한 갯바위가 드러난다. 또한 거제 해금강의 십자동굴 같은 해식동굴도 있고, 입구와 출구가 따로 만들어진 바위굴도 있다.
입구가 바다 쪽으로 뚫린 어느 동굴에는 천상의 선녀들이 내려와 해수욕했다는 선녀탕도 있다. 마치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채석강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풍광이 도처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촛대바위와 상족암 사이에는 나무데크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밀물 때도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 또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밀집된 촛대바위 옆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실제 크기 모형이 설치돼 있다.
이처럼 풍광이 빼어난 상족암군립공원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억겁의 세월이 함축된 ‘노천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점에 있다. 약 6km의 상족암 해안에는 약 1억4000만~6500만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과 새의 발자국 화석이 무려 4300여 개나 산재한다. 이곳 ‘고성 덕명리의 공룡화석 산출지’는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아 지난 19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되었다.
상족암군립공원 앞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중턱 도로변에는 고성공룡박물관이 있다. 상족암 바닷가에 가장 많은 화석을 남긴 공룡 이구아노돈의 몸체를 형상화해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공룡테마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전시실 내부에는 공룡과 관련된 화석 93점을 비롯해 각종 공룡 모형과 연구자료 등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박물관 광장에는 높이 24m의 공룡탑이 세워져 있고, 상족암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 데크도 마련돼 있어 한 번쯤 꼭 들러볼 만하다.
고성군 맨 동쪽에 자리한 동해면 일대의 바닷가에서도 적지 않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특히 77번 국도의 동해면 해안일주도로 구간에 자리한 봉암리, 장좌리, 용정리 등지의 갯바위 해안에 많다. 이미 유명 관광지로 개발된 상족암군립공원과는 달리, 이곳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조용하고 오염되지 않은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져 순수한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당항포해전관, 자연사박물관 등엔 가족 관람객 발길 쇄도
동해면 북쪽에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두 차례나 왜군을 대파한 당항포 바다가 펼쳐진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1592년 6월5일의 제1차 당항포해전, 그리고 약 2년 뒤인 1594년 3월4일의 제2차 당항포해전에서 이순신 장군 휘하 조선 수군은 각각 26척, 31척의 왜군 함선을 격침시키는 대승을 거뒀다.
현재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당항포에는 전승기념탑과 임진란 창의공신 현충탑, 이 충무공을 배향한 숭충사가 세워져 있어 답사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2006년 세계공룡엑스포가 열렸던 이 관광지 안에는 당항포해전관, 고성자연사박물관, 공룡엑스포 주제관, 수석전시관, 거북선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공간과 레포츠시설이 들어서 있어 답사여행을 겸한 가족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상족암군립공원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하일면 학동마을에는 아름답고 고풍스런 돌담길과 옛집이 많다. 이곳의 돌담길은 흔히 구들돌로 쓰이던 점판암을 이용해 쌓은 점이 이채롭다. 마을 뒤편의 수태산(571m) 자락에서 채취한 두께 2~5cm의 점판암과 황토를 섞어 쌓았다는 돌담은 몇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실하고 조형미도 탁월하다. 특히 전주 최씨 대종가는 담장뿐 아니라 집 안의 축대와 주춧돌, 섬돌이나 곳간의 벽체, 닭장까지도 모두 점판암과 황토를 섞어 쌓았다. 더욱이 주인 아주머니의 바지런한 손놀림 덕에 집 안 전체가 정갈하고 마당에선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오래된 고향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학동마을 뒤편에 우뚝한 수태산의 한 봉우리에는 초대형 약사여래불이 봉안된 보현사가 있다. 근래 봉안된 이 약사여래불은 마치 반야용선을 올라타고서 중생들이 머무는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듯한 형상이다. 맞은편 무이산(548m) 정상 가까이에 자리한 문수암에서는 보현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통일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문수암은 건물이 대부분 근래 지어진 탓에 예스러운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란만 일대의 바다와 섬, 마을과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월한 전망이 일품이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통영 욕지도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그 탁월한 전망을 바라보는 동안만이라도 속세의 시름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