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현 ‘#03220’(2008), 김주호 ‘대화’(1999), 유현미 ‘정물(비행)’(2007)(왼쪽부터).
철학자 칸트는 사물에 대한 인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양한 감각 속에 있는 여러 경험을 오감으로 받아들인 후, 지성(Verstand)으로 감각자료에 규칙·개념을 부여해 개별적 지식을 만든다. 그리고 개별적 지식을 상호 관련된 요소로 통일시켜 하나의 인식을 성립한다.
형태, 빛과 색채, 움직임, 공간 4가지로 나눠 전시
칸트의 지적처럼 인간은 지각과 지성을 적절히 활용해서 사물을 인식한다. 교육적 성격을 띠는 이번 전시의 초점은 이처럼 복잡한 인식 능력에 대한 검토다. 전시는 그것을 형태, 빛과 색채, 움직임, 공간의 4가지 양상으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구역은 ‘형태’가 주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형태를 가지며, 인간은 그 형태를 바라보고 각양각색의 느낌을 얻는다. 특히 미술가는 어떤 의도에 따라 형태를 제작한다. 미술작품에서 이러한 형태를 통해 전달하는 의미는 형태 자체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감상자의 지식과 결부돼 형태를 초월한 무언가를 표현하기도 한다. 구본창 김주호 민병헌 이동기 정현 최만린 한만영 등이 참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빛과 색채’다. 보통 빨간색이 열정, 에너지, 피를, 녹색이 자연, 성장, 건강을 상징하듯 색채에는 사회적 통념이 포함돼 있다. 물론 문화마다 색의 쓰임새가 다르다. 그런데 그러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투명하게 색채를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방혜자 유병훈 주태석 한운성 등은 시각적 즐거움 또는 색의 유희를 독특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유병훈 ‘숲-바람 묵 2005’(2005)
네 번째는 ‘공간’이다. 회화의 영원한 난제는 3차원의 사물을 2차원의 캔버스에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명암법과 원근법이 애용되는 것이다. 더불어 전시장에 걸린 2차원의 회화가 3차원의 전시공간과 조화를 이루는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송은영 유현미 정연두 홍경택 홍순명 등이 참가하고 있다. 미술의 ‘기본’을 알려주는 이번 전시는 7월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문의 02-580-14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