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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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주식시장 … 투기 말고 투자하세요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7-06-07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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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경영대학장 장하성 교수 하면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소액주주 운동을 도입한 주인공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1999년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해 8시간 30분 동안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며 표결까지 가는 공방을 벌이던 장 학장의 모습이 각인돼 있을 것이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그러나 이들은 장 학장의 다른 모습을 놓치고 있다. 장 학장은 외환위기 직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라고 주변에 권유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 되면서 “삼성전자가 외국인 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 삼성전자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그는 이렇게 되묻곤 했다.

    “그러는 당신은 삼성전자 주식을 몇 주나 갖고 있습니까? 삼성전자 주주도 아니면서 어떻게 삼성전자를 지키자고 합니까?”

    5월31일 서울 증시의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돌파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퇴직연금 등의 도입이나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등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장기적인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흥분한다. 이제는 부동산보다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

    반면 일각에선 여전히 ‘거품론’을 제기한다. 그동안 서울 증시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자칫 지금 증시에 뛰어들었다간 상승세가 꺾이면서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경고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깡통을 찬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신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커버스토리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주식 도사’는 “마인드를 바꾸자 주식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세를 쫓기보다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실제 그는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오랫동안 보유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자신의 사례를 들어 교과서대로 장기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다.

    장 학장의 말을 듣고 외환위기 직후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보유한다면 10배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장 교수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권유는 앞의 ‘주식 도사’ 주장과 맥이 통한다. 물론 한국 자본시장은 지금보다 더 투명해져야 하는 등 과제도 많다. 그러나 투자자 자신이 투자 마인드를 일신한다면 주식투자를 통해 우리의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하고 기업 경영성과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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