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해안도로의 백암전망대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이 물든 칠산바다.
[둘째 날] 07:30~08:30 아침식사`→`08:30~11:00 조개잡이 체험(물때를 미리 확인)`→`11:00~11:30 백암리~모래미~군민생활체육공원(842번 지방도로) 등을 거쳐 법성포 도착`→`11:30~13:00 영광굴비 쇼핑과 점심식사`→`13:00~14:30 법성포~숲쟁이공원~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목맥마을(77번 국도)~칠곡삼거리(842번 지방도) 등을 거쳐 가마미해수욕장 도착`→`14:30~16:00 가마미해수욕장 산책과 계마항 구경`→`16:00~17:00 가마미~칠곡삼거리(77번 국도)~홍농~상하~팔형치삼거리(22번 국도)~심원~선운사 입구 등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 진입
병어가 한창이다. 요즘 잡힌 병어는 알이 통통하고 뱃살이 두둑해 유달리 쫄깃하고 고소하다. 영광 칠산바다와 신안 임자도, 증도, 지도, 우이도 일대 얕은 바다가 병어의 주산지다. 하지만 그곳에서 잡힌 병어는 대부분 신안군 지도읍 송도위판장에서 경매에 부쳐져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송도위판장 어시장에 가면 물 좋은 병어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원행(遠行)의 목적이 병어회 맛을 보는 데 있다면 상대적으로 가깝고 찾아가기도 쉬운 영광 설도포구, 법성포, 계마항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내친걸음에 서해안 최고의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백수해안도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백수해안도로는 해질녘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오전에는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 불갑산 자락의 울창한 숲에 자리잡은 불갑사를 먼저 둘러본다. 이 절은 백제 침류왕 원년(384)에 중국 동진에서 건너와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해준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불갑사는 절집 자체보다도 주변 자연에 마음과 눈길이 더 쏠린다. 울창한 숲 터널 아래의 맑은 개울을 따라가는 진입로와 참식나무, 개상사화, 석산(꽃무릇), 굴참나무, 비자나무, 송악, 자귀나무 등이 자생하는 숲도 인상적이다.
천년고찰 불갑사를 껴안은 불갑산의 정상은 연실봉(516m)이다. 천혜의 전망대 연실봉에 올라서면 남쪽으로는 함평들녘과 나주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영광군 염산면과 백수읍 일대의 드넓은 갯벌과 칠산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염산면과 백수읍 해안에는 지금도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널려 있다. 특히 이름까지 ‘소금산’이라 붙여진 염산면(鹽山面)의 두우리, 야월리, 송암리 일대에는 바다처럼 광활한 소금밭이 펼쳐진다. 염산면과 이웃한 백수읍 사리에도 대규모 염전지대가 있다. 햇볕 좋은 날 늦은 오후에 가면 검은 소금밭에 활짝 핀, 눈부시도록 새하얀 소금꽃 전경을 볼 수 있다. 몇몇 염전에서는 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염전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굴비, 황금빛 노을 일품 … 요즘엔 병어가 한창
영광군 백수읍 대전리에서 구수리까지 약 16km 떨어진 바닷가에는 백수해안도로가 개설돼 있다. 77번 국도의 일부 구간과 겹치는데, 칠산바다와 숱한 섬들을 바라보면서 달리게 된다. 길은 해안절벽 위쪽의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다. 서해안은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지만, 이곳만큼은 동해안의 융기된 해안단구처럼 절벽과 산비탈이 가파르다.
지금도 전통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백수읍 하사리 염전(왼쪽). 해당화가 곱게 핀 백수해안도로.
백수해안도로가 지나는 백암리 동백마을은 영화 ‘마파도’ 때문에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현재 15~16가구만 남은 이 마을에는 영화 세트장으로 지어진 5채의 집을 비롯해 절구, 우물 등의 영화 소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해 개통된 덕산~대치미의 군도14호선은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아홉 번째로 선정한 길이다.
대치미마을을 지나고 모래미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올 즈음부터는 강처럼 좁아진 바다 저편에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가 빤히 보인다. 마라난타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처음 상륙했던 곳이다. 이곳 진내리 좌우두의 바닷가 언덕에는 최근 인도 간다라양식의 불상과 간다라유물관, 거대한 정자와 석불 등이 들어서 있다. 인근 법성포(法聖浦) 지명의 ‘법’은 불법, ‘성’은 마라난타를 지칭한다.
법성포에 들어서면 짭조름하고 비릿한 굴비 냄새가 코끝에 진동한다. 쭛쭛수산, △△굴비 등의 간판을 내건 가게마다 가지런히 엮은 굴비 두름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조기 중에서도 법성포 앞 칠산바다에서 잡힌 참조기를 염산과 백수 일대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섭장’한 뒤 법성포 해풍에 말린 것이 진짜 영광굴비다.
법성포에서 숲쟁이공원, 진내리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목맥마을, 칠곡삼거리 등을 거쳐 홍농읍 가마미해수욕장에 이르는 길도 줄곧 바닷가를 끼고 도는 아늑하고 정겨운 해안도로다. 가마미해수욕장 앞쪽으로는 고만고만한 크기와 모양의 섬 7개가 일자로 떠 있는 칠산바다가 펼쳐진다. 해질 무렵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칠산바다 위로 고깃배가 한가로이 떠가는 광경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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