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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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大 미식축구팀 산증인 ‘필드 청춘’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7-06-07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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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成大 미식축구팀 산증인 ‘필드 청춘’
    저명한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타인의 ‘세계체제론’에는 중심부와 반(半)주변부, 주변부라는 세 가지 개념이 등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변부는 반주변부 또는 중심부로의 지위 승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런 격상이 좀체 이뤄지지 않는다. 만년 비인기 종목인 미식축구가 대표격이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내 대학 최초의 미식축구팀을 자기 몸처럼 아껴온 사람이 있다.

    성균관대 미식축구부 홍재황(62) 감독. 성대 행정학과(64학번) 1학년 재학 당시 미식축구에 흠뻑 빠진 이후 1990년 6월부터 지금까지 18년째 무보수 감독으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손녀까지 둔 할아버지다. 후배 양성을 위해 개인사업마저 접었지만, 동두천시에 빌딩을 갖고 있어 가계를 꾸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미식축구의 매력? 격렬하기 짝이 없는 스포츠인 만큼 선후배 사이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한 정이 흐르지.”

    1957년 일본에서 미식축구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성대 미식축구부는 창단 초기 예산은 물론, 헬멧과 어깨보호대 등 기본 장비마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전국 38개에 달하는 대학 미식축구팀 창단의 산파 구실을 하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 미식축구부 선수는 32명. 이들은 학점이 평균 3.0(4.5 만점)을 넘지 못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체육특기자가 아닌 일반 학생들인 만큼 면학(勉學)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것이 홍 감독의 지론이자 성대 미식축구부의 전통. 주중 네 차례의 훈련도 수업이 끝난 뒤 한다.

    그래서인지 부원들은 취업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250여 명에 이르는 미식축구부 동문들 또한 법조계 학계 재계 등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올 상반기를 끝으로 78학번 후배에게 감독 자리를 물려줄 거야. 그래도 미식축구를 잊을 순 없지. 내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거든.”

    홍 감독과 성대 미식축구부는 올 연말, 반세기 역사를 간직한 각종 기록과 사진들을 모아 창단 50주년 기념 책자를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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