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의 메토트렉세이트(엠티엑스)와 미소프로스톨(사이토 텍)을 사용하여 171명의 임산부 96%를 유산시킨 사례가 있어 앞으로 임신 중절에 중요한 약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 인천의 한 약국 홈페이지의 피임약 메뉴에는 ‘임신중절에 쓰는 약’이라며 메토트렉세이트(엠티엑스)와 미소프로스톨(사이토 텍)이라는 성분의 약품을 소개하고 있다. 괄호 안의 단어들은 이런 성분을 지닌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으로 전자는 항암제이고, 후자는 대표적 위궤양 치료제. 이미 국내의 시중 병원과 약국에 나온 지 10년이 훨씬 더 넘은 전문 의약품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이전에는 일반인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약품이었다.
그런데 이 인터넷사이트에 적힌 대로라면 위궤양 치료제에 조금의 항암제를 섞어 먹으면 ‘낙태’가 된다는 뜻이 된다. 이 약국의 약사는 미국의 한 의과대학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은 주장을 실었다.
“선생님, 미소프로스톨이란 성분이 들어간 위궤양 약이 낙태에 효과가 있다는 데 사실입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제발….” 서울시 강남구 모 산부인과 의원 의사 최모씨(47)의 개인 홈페이지 상담 코너에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해 낙태가 불가피하다는 한 여대생이 “낙태 수술은 무서워 못하겠다”며 이런 사연을 보내왔다. 이 여대생은 “부모님이 먹는 위궤양 약이 집에 많이 남아 있다”며 “임신 문제로 고민하던 중 친구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먹기 전에 상담을 신청하는 것이다”고 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시민단체들과 의료계 사이에 한창 진행중인 사후 피임약(응급 피임약) ‘노래보정’과 낙태약 ‘ru-486’의 수입 찬반 논쟁은 말 그대로 무의미한 갑론을박이 되는 셈이다. 이미 이들보다 더 강력한 낙태약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는 사실일까. 위의 여대생 e-메일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최씨는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긴가 싶어 사건의 전말을 알아본 뒤 충격에 빠졌다. 여대생이 말하는 특정 위궤양 약의 주성분인 미소프로스톨은 바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용(먹는) 낙태약으로 시판을 공식 승인한 ru-486과 함께 쓰는 보조 약제와 같은 성분이었던 것. 사실 ru-486이라고 하는 ‘미페프리스톤’이라는 약제는 임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저해할 뿐 태아를 자궁 내 벽에서 떼어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이 미소프로스톨이라는 성분의 약품이다. 이 성분은 1990년대 초반 자궁의 수축기능을 촉진해 태아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효능이 밝혀지면서 국내 산부인과에서도 전문의들의 철저한 통제하에 분만 유도제나 자연 유산한 태아의 체외 배출을 위한 약제로 사용해 온 의약품이다. 이와 관련 일단의 국내 산부인과 의사들은 지난 99년 대한주기산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위궤양 약의 성분인 미소프로스톨 정제 분말을 질 내에 투약한 결과 93.3%의 낙태효과를 입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학정보화재단 홍인표 팀장(약사)은 “미소프로스톨 성분 제제는 원래 위·십이지장 궤양의 예방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임산부가 사용할 경우 유산을 일으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 후 오히려 이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국에서는 현재 낙태 보조제로서의 사용을 미국 산부인과학회가 건의한 상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 시판중인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위궤양 치료제 대부분은 임산부의 사용을 절대 금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약의 부작용이다.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미소프로스톨 제제를 낙태약으로 사용할 경우 임산부에게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다고 밝혔다. 안명옥 교수(포천 중문의대 산부인과)는 자신의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이 약품의 부작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소프로스톨 제제는 ru-486 제제와 함께 사용하고 그 양을 정확히 조절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약품이다. 단독으로 낙태제로 사용할 경우 과다출혈, 구토, 자궁경련, 자궁천공을 일으키다 이것이 심해지면 영구불임이 될 수도 있다. 태아가 완전히 체외로 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산모의 사망까지 우려된다. 유도 분만제나 죽은 태아의 제거에도 전문의의 예의 주시하에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비가 필요한 매우 우려스런 성분의 약품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위궤양 약이 낙태에 효과가 크다는 소문은 인터넷 세대인 신세대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졌다. ru-486에 대한 언론 보도와 인터넷에 실린 미소프로스톨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은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10대·20대 미혼모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홍보대행사 직원인 김모씨(26)는 “언론 보도에 나온 ru-486 보도를 보고, 인터넷에서 ‘미소프로스톨’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관련 내용과 해당 약품 10여 종에 대한 안내가 쏟아진다”며 “근래 캠퍼스 주변 동거족들의 급증으로 이 약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서울 시내 각 여자대학 근처 약국에는 낙태약 ru-486 수입 논쟁이 벌어진 지난 1월 이후 미소프로스톨 성분 위궤양 치료제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신촌의 한 약국 약사는 “문의가 일주일에 몇 건씩 들어와도 전문의약품이라 팔지는 못하지만 의약분업 이전에 팔린 약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시중에 돌아다니는 약이 많은 실정이다”고 우려했다.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낙태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정체불명의 약품들도 모두 이런 위궤양 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약사들의 추측.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 최씨에게 상담을 신청한 여대생은 문제의 위궤양 약을 임신한 친구에게 나눠준 적이 있다고 말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그녀는 이후 의사와의 계속된 상담에서 “친구들이 그 약을 먹고 심한 복통과 구토를 호소했으며 낙태가 되지 않은 채 임신이 지속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약분업 상황에서 해당 약품을 처방하는 내과 의사들 가운데 미소프로스톨의 이런 부작용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울시 종로구 A내과의 한 원장은 “최근 감기몸살에 걸린 20대 여성이 속이 좋지 않다며 이 약을 함께 넣어 달라고 해 다만 약품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해주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명옥 교수는 “사후 피임약 수입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잘못 알려진 약품의 오·남용부터 막아야 한다. 사전 피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피임·낙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품들이 낙태약으로 오·남용되는 현실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인터넷사이트에 적힌 대로라면 위궤양 치료제에 조금의 항암제를 섞어 먹으면 ‘낙태’가 된다는 뜻이 된다. 이 약국의 약사는 미국의 한 의과대학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은 주장을 실었다.
“선생님, 미소프로스톨이란 성분이 들어간 위궤양 약이 낙태에 효과가 있다는 데 사실입니까. 가르쳐 주십시오 제발….” 서울시 강남구 모 산부인과 의원 의사 최모씨(47)의 개인 홈페이지 상담 코너에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해 낙태가 불가피하다는 한 여대생이 “낙태 수술은 무서워 못하겠다”며 이런 사연을 보내왔다. 이 여대생은 “부모님이 먹는 위궤양 약이 집에 많이 남아 있다”며 “임신 문제로 고민하던 중 친구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먹기 전에 상담을 신청하는 것이다”고 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시민단체들과 의료계 사이에 한창 진행중인 사후 피임약(응급 피임약) ‘노래보정’과 낙태약 ‘ru-486’의 수입 찬반 논쟁은 말 그대로 무의미한 갑론을박이 되는 셈이다. 이미 이들보다 더 강력한 낙태약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는 사실일까. 위의 여대생 e-메일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최씨는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긴가 싶어 사건의 전말을 알아본 뒤 충격에 빠졌다. 여대생이 말하는 특정 위궤양 약의 주성분인 미소프로스톨은 바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용(먹는) 낙태약으로 시판을 공식 승인한 ru-486과 함께 쓰는 보조 약제와 같은 성분이었던 것. 사실 ru-486이라고 하는 ‘미페프리스톤’이라는 약제는 임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저해할 뿐 태아를 자궁 내 벽에서 떼어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이 미소프로스톨이라는 성분의 약품이다. 이 성분은 1990년대 초반 자궁의 수축기능을 촉진해 태아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효능이 밝혀지면서 국내 산부인과에서도 전문의들의 철저한 통제하에 분만 유도제나 자연 유산한 태아의 체외 배출을 위한 약제로 사용해 온 의약품이다. 이와 관련 일단의 국내 산부인과 의사들은 지난 99년 대한주기산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위궤양 약의 성분인 미소프로스톨 정제 분말을 질 내에 투약한 결과 93.3%의 낙태효과를 입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학정보화재단 홍인표 팀장(약사)은 “미소프로스톨 성분 제제는 원래 위·십이지장 궤양의 예방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임산부가 사용할 경우 유산을 일으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그 후 오히려 이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국에서는 현재 낙태 보조제로서의 사용을 미국 산부인과학회가 건의한 상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 시판중인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위궤양 치료제 대부분은 임산부의 사용을 절대 금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약의 부작용이다.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미소프로스톨 제제를 낙태약으로 사용할 경우 임산부에게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다고 밝혔다. 안명옥 교수(포천 중문의대 산부인과)는 자신의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이 약품의 부작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소프로스톨 제제는 ru-486 제제와 함께 사용하고 그 양을 정확히 조절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약품이다. 단독으로 낙태제로 사용할 경우 과다출혈, 구토, 자궁경련, 자궁천공을 일으키다 이것이 심해지면 영구불임이 될 수도 있다. 태아가 완전히 체외로 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산모의 사망까지 우려된다. 유도 분만제나 죽은 태아의 제거에도 전문의의 예의 주시하에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비가 필요한 매우 우려스런 성분의 약품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위궤양 약이 낙태에 효과가 크다는 소문은 인터넷 세대인 신세대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졌다. ru-486에 대한 언론 보도와 인터넷에 실린 미소프로스톨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은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10대·20대 미혼모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홍보대행사 직원인 김모씨(26)는 “언론 보도에 나온 ru-486 보도를 보고, 인터넷에서 ‘미소프로스톨’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관련 내용과 해당 약품 10여 종에 대한 안내가 쏟아진다”며 “근래 캠퍼스 주변 동거족들의 급증으로 이 약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서울 시내 각 여자대학 근처 약국에는 낙태약 ru-486 수입 논쟁이 벌어진 지난 1월 이후 미소프로스톨 성분 위궤양 치료제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신촌의 한 약국 약사는 “문의가 일주일에 몇 건씩 들어와도 전문의약품이라 팔지는 못하지만 의약분업 이전에 팔린 약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시중에 돌아다니는 약이 많은 실정이다”고 우려했다.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낙태약으로 둔갑해 팔리는 정체불명의 약품들도 모두 이런 위궤양 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약사들의 추측.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 최씨에게 상담을 신청한 여대생은 문제의 위궤양 약을 임신한 친구에게 나눠준 적이 있다고 말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그녀는 이후 의사와의 계속된 상담에서 “친구들이 그 약을 먹고 심한 복통과 구토를 호소했으며 낙태가 되지 않은 채 임신이 지속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약분업 상황에서 해당 약품을 처방하는 내과 의사들 가운데 미소프로스톨의 이런 부작용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울시 종로구 A내과의 한 원장은 “최근 감기몸살에 걸린 20대 여성이 속이 좋지 않다며 이 약을 함께 넣어 달라고 해 다만 약품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해주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명옥 교수는 “사후 피임약 수입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잘못 알려진 약품의 오·남용부터 막아야 한다. 사전 피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피임·낙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품들이 낙태약으로 오·남용되는 현실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