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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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감동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서울·인천·대전서 전시 중… 11년간 전국 75회 순회 전시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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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4-12-1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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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주무셨어요?” “응! 아가.”… 환갑이 다 된 아들은 언제나 ‘아가’이다.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드리면서 들어보던 목소리. 이제 들을 수가 없다. 보고 싶은 내 어머니.(전시 작품 “아가-”중에서)

    부모님은 그리움이다. 살아계실 때는 내 앞길 건사하느라 잘 살피지 못해 죄송하고, 떠나신 후에는 사무치는 회한으로 그리는 존재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되새기며 위로를 받는 감동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어머니전) 그리고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아버지전)이다. 지금까지 119만여 명이 찾았다. ‘대전관저 하나님의 교회’와 ‘인천간석 하나님의 교회’에서 어머니전을 11월, 9월에 각각 개관했고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에서도 전시 중이다. 아버지전은 이달 개관한 ‘대구북구 하나님의 교회’를 비롯해 강원도 ‘원주 하나님의 교회’, 경기도 성남의 ‘새예루살렘 이매성전’에서 진행 중이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위로를 받는 어머니전과 아버지전을 차례로 찾아가 본다.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되새기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  [홍중식 기자]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되새기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 [홍중식 기자]

    감동 잊지 못해 다시 찾는 발걸음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함께 아궁이가 메케한 연기를 뿜는다. 뜨거운 불길에도 그 앞을 지키고 앉은 왜소한 여인이 있다. 사진 ‘어머니의 공간(空間)’에 담긴 누군가의 어머니 모습이다. 이는 ‘어머니전’을 찾은 중년층 관람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작품 중 하나다. 매끼 따끈한 밥을 자식들 입에 넣어주려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사투를 벌였을 어머니를 떠올리며 50대 김영숙 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엄마가 그리울 때면 어머니전을 찾는 이른바 ‘N차 관람객’이다.

    9월 26일 인천에서 7년 만에 어머니전이 다시 열렸다. 50대 직장인 김영호 씨는 “기다리던 전시라 개관 첫날 바로 달려왔다”며 “다시 봐도 무척 감동적이다. 내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감동받는 작품이 매번 달라서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처럼 전시회에 관람객 발걸음이 이어지는 비결은 ‘추억의 힘’이다. 어머니전 소품들은 겉으로 보면 ‘평범한 것들의 집합체’다. 낡은 바가지, 수저, 손뜨개 옷, 재봉틀 등 흔한 소품이 주를 이루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 담긴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울고 웃는다. 붉게 익은 감나무와 그 아래 옹기종기 놓인 장독대 등 고향집을 연상케 하는 정겨운 풍경도 관람객의 발길을 끄는 데 한몫한다. 장독대에서는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사발에 김치를 담아와 내주실 것만 같다. 40대 최정미 씨는 “고향집 풍경을 옮겨놓은 듯한 전시 공간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찾은 어머니 사랑

    작품 ‘유년의 해 질 녘’ [하나님의 교회 제공]

    작품 ‘유년의 해 질 녘’ [하나님의 교회 제공]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진정성 있게 풀어낸 수필 작품도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유년 시절 엄마와 함께한 소소한 추억부터 엄마에게 버럭 화를 낸 뒤 후회했던 일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사연이 녹아 있다. 관람객들이 마음속 ‘공감 버튼’을 누르는 이유다. 작품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흔하고 평범한 것들’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에 어머니의 진한 사랑이 스며들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를 관람한 교육계 인사는 “전시장을 도는 내내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감동과 감화가 전해진 전시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전은 2013년 서울 강남에서 처음 개관한 이후 11년 넘게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총 75회 개최됐다. 현재까지 관람객이 93만 명을 넘어섰다. 하나님의 교회는 “전시를 보고 각지 지역민들이 재개관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온다”며 “어머니전 순회에는 그동안 뜨거운 호응을 보내준 관람객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가족에게는 사랑, 지역민에게는 힐링

    아이와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는 부부. [하나님의 교회 제공]

    아이와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는 부부. [하나님의 교회 제공]

    어머니전의 특징 중 하나는 관람객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는 물론, 다양한 국적과 언어의 각계각층 관람객이 한 공간에서 저마다의 어머니를 재발견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도 쉽게 볼 수 있다. 신혼부부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중년 부부가 10대 자녀들에게 옛 물건의 용도를 설명하는 모습도 보인다. 가족 내에서도 세대 갈등과 소통 부재가 나타나는 현 시대에 어머니전은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호출기, 사진, 분통, 예식 장갑 등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머니의 삶을 가만히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홍중식 기자]

    호출기, 사진, 분통, 예식 장갑 등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머니의 삶을 가만히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홍중식 기자]

    ‌30대 이수미 씨는 어머니의 청춘을 조명한 소품존에서 어머니가 소녀 시절 친구와 주고받았던 손편지를 보고 “평소 엄마가 ‘나 때는 이랬다’고 하시는 말을 흘려들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전에서 소품과 사연들을 보니 우리 ‘엄마의 청춘’이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전시회를 통해 이해하게 된 어머니의 마음은 가족 간 벽을 허물고 가족애를 회복하는 계기도 된다. 전시회를 보고 간 후 무뚝뚝한 중년의 아들이 난생처음 어머니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오랜 세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딸이 오해를 풀었다는 등의 미담이 주최 측에 전해진다. 울산에 사는 박성인 씨 사연도 그중 하나다. 장녀로서 평생 홀어머니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던 박 씨는 전시를 관람한 후 그동안 외면해왔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그동안 수고 많았고 우리를 위해 아름답게 살아줘서 고마워.” 수화기 너머 잠깐의 침묵 끝에 박 씨의 어머니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딸…, 고마워”라고 말했다. 가장 소중한 이로부터 받았던 상흔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와 관련된 글과 사진, 추억의 소품들이 관람객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준다(왼쪽). 어머니전을 찾은 모녀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중식 기자, 하나님의 교회 제공]

    어머니와 관련된 글과 사진, 추억의 소품들이 관람객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준다(왼쪽). 어머니전을 찾은 모녀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홍중식 기자, 하나님의 교회 제공]

    ‌어머니전은 가족애를 싹틔우는 공간일 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는 힐링의 장이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전시장은 많은 사람에게 힘과 위로를 전한다. 경기침체 등으로 살기 팍팍한 시대에 어머니전은 소상공인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다. 경기 의정부에서 열린 어머니전에 소상공인과 특수 직업군의 지역민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 특별한 이벤트는 평일 관람이 종료된 야간에 진행됐다. 평소 가게 운영으로 바빠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적은 이웃들을 하나님의 교회가 배려한 것이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민정 씨는 늦은 저녁 장사를 마치고 전시를 관람한 뒤 “사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하루에도 1분 1초 단위로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쳤는데, 이 행사가 큰 위안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커피 제조업자 김훈 씨도 “이런 행사를 열어줘 마음이 뭉클하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가족에게는 사랑, 지역민에게는 힐링을 전하는 어머니전에 대해 각 분야 인사들은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시라고 평가했다. 안창훈 중앙대 건설대학원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자꾸만 어머니를 잃어가는 것 같고, 결국 사랑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우려되는 시점에 열린 아주 좋은 전시”라고 평했다. 서승완 칼럼니스트는 “어머니전을 확산한다면 사회가 따뜻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사랑은 같다, 다른 것은 언어뿐”

    주름이 깊이 패인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홍중식 기자]

    주름이 깊이 패인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홍중식 기자]

    “엄마가 컴퓨터와 이메일 사용법을 어려워하셨는데, 그때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하고 난 뒤에야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어머니의 문자메시지’라는 작품 내용과 정확히 같은 상황이었어요.”(장 마튜·독일)

    어머니전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관람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나님의 교회는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영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힌디어·몽골어 등 총 15개 언어 작품집을 전시장에 비치해놓고 있다. 외국인 관람객들은 작품집을 들고 전시장을 거닐며 때로는 미소 짓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힌다.

    “사연들이 모두 나와 내 어머니에게 있었던 일과 똑같았어요.”

    “사진 속 어머니가 내 어머니로 보였어요.”

    “한국 약탕기를 보니 나만의 의사였던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전시장에서 인류 공통 언어인 ‘어머니 사랑’을 통해 고국에 있는 어머니를 그린 외국인 관람객들의 짧은 소회다.

    10월 중순에도 외국인 단체 관람이 있었다. 하나님의 교회 80차 해외성도방문단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몽골, 일본 등지 문화·예술 전문가를 주축으로 120여 명이 참여했다. 국내외에서 입소문을 탄 덕에 어머니전 방문은 한국을 찾는 해외성도방문단도 고대하는 시간이다. 이들에게 어머니전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되새기는 공간이자 한국 문화를 배우는 장이 된다.

    해외에서도 감동 이어져

    몽골에서 온 이들에게 어머니전 관람은 특별한 경험이 됐다. 어머니전 작품들을 통해 낯선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동시에 그 안에 깃든 어머니의 사랑을 마주하고 진한 감동을 받은 것이다. ‘삶’이라는 사진 작품 앞에서 눈물을 보인 투브신자르갈 씨(몽골)는 “처음엔 사진 속 여성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해녀인 어머니가 가족을 뒷바라지하려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몽골은 내륙 국가로 유목 생활을 주로 하기에 바다를 볼 기회가 흔하지 않다. 빅터 아베로스 씨(미국)는 “모든 어머니의 사랑은 같다. 다른 것은 언어뿐”이라며 “이를 알게 하는 어머니전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사랑을 담은 전시회의 감동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미국, 페루, 칠레 등 해외에서도 총 13회 전시회가 열려 국경과 문화, 언어를 초월해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페루에서는 소시모 카르데나스 무헤 후닌 주지사가 전시회를 방문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현지 대학교, 군부대, 언론사 등에서도 단체 관람이 이어졌다. 관람에 참여한 대학생 에스메랄다 카스트로 씨(페루)는 “다른 도시로 유학을 와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데, 전시회를 보면서 엄마와 함께 보낸 순간들로 돌아간 것 같아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역 사회가 어머니전을 준비한 하나님의 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청장은 “다른 이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전시회를 개최해줘 감사하다”며 표창장을 수여했다. 칠레 정부의 움베르토 슈페네거 종무국장은 어머니전에 대해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족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전시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겨울, 어머니전에는 11년째 변함없는 훈풍이 분다. 분주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어머니의 사랑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어머니전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화요일과 토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전시 일정은 홈페이지(ourmothe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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