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전문가들이 초보 애견인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케이팝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 씨가 2년 전 한 방송에서 했던 말입니다. “유기동물을 반려하기 어려운 존재로 만든다” “유기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며 큰 논란이 됐죠. 결국 제작진이 주의하겠다고 사과한 뒤 상황이 일단락됐습니다. 김희철 씨의 발언에 특별히 악의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유기견은 이미 한 번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입양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다만 실제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가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어 이 같은 발언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이 조사에 참여한 반려동물 양육자 477명 중 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로 ‘유기동물을 입양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5%에 불과했습니다. 유기동물 입양 계획이 없다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땐 ‘입양 방법이나 절차가 어려울 것 같다’(34.7%), ‘질병이 있을 것 같다’(20.4%), ‘행동 문제가 있을 것 같다’(16.5%)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그림 참조). 저는 이 중 ‘유기동물은 질병이나 행동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응답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곤 하지만 실상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기동물에 대해선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건강이 안 좋으니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버렸거나 행동 문제 탓에 키우기 힘들어 유기한 게 아닐까 추측하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보이는 열악한 환경의 보호소도 이런 선입견 형성에 한몫합니다.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누더기가 된 수십, 수백 마리의 강아지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병들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똥오줌으로 털이 엉겨 있고, 피부병 혹은 눈병에 걸려 있으며, 여기저기 동물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충격적인 모습이 유기동물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보호소는 애니멀 호더(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없어 방치하면서도 계속 데려와 모으는 동물학대자) 성향의 소장이 운영하거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위탁만 하고 사실상 방치하는 극단적 사례일 뿐입니다. 요즘은 강아지가 펫숍보다 더 잘 관리받을 수 있는 유기견보호소도 많습니다. 최근엔 몇몇 지자체가 도심에서 유기동물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엔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강동구 ‘강동리본센터’,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노원구 ‘노원반려동물문화센터’, 동대문구 ‘발라당 입양센터’ 등 5곳이 있고 앞으로 점점 늘어날 예정입니다. 지자체 직영인 만큼 예방접종, 구충제 복용, 중성화 수술 등 유기동물의 건강도 철저히 관리합니다. ‘질병이 있을 것 같다’는 인식과 정반대인 거죠. 게다가 행동학적 문제도 펫숍에서 분양받은 동물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해외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미국 수의사 프랭클린 맥밀런(Franklin D. McMillan)은 펫숍에서 구매한 강아지 413마리와 전문 브리더로부터 분양받은 강아지 5657마리의 행동학적 특성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펫숍 강아지들이 모든 형태의 행동학적 문제를 더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낯선 강아지나 사람에 대한 공격성, 분리불안, 배변 실수, 애정 결핍은 물론, 보호자에게 공격성을 보일 확률도 3배나 높았죠(‘Differences in behavioral characteristics between dogs obtained as puppies from pet stores and those obtained from noncommercial breeders’, 2013). 이런 논문은 얼마든지 더 찾을 수 있는데요. 대다수 펫숍 강아지가 태어나는 ‘강아지공장’(퍼피밀)의 환경도 행동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어미견(임신견)이 받는 스트레스, 태어난 강아지의 사회화 과정 부족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전문 브리더 가정과 달리) 퍼피밀에서는 교배 시 부모견의 유전질환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펫숍 강아지는 유전병을 갖고 있을 확률도 높은 거죠. 이쯤 되면 유기동물은 어딘가 아프고 행동 문제가 있을 것 같아 펫숍에서 강아지를 분양받는다는 논리 자체가 모순 아닐까요?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1만8273마리입니다. 이 중 절반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합니다(자연사 25.8%, 안락사 15.7%).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관리·보호하며, 입양되지 않았을 때 안락사하는 비용은 모두 우리가 낸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2021년 유기동물 관리에 투입된 세금은 297억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습니다. 유기동물이 국민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 문제인 이유입니다.
유기동물 입양의 장점은 ‘(펫숍 출신보다) 건강하고 행동 문제가 적은 동물’을 데려온다는 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유기동물 감소에 작게나마 일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 중이지만 선입견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가까운 도심지 유기동물입양센터에 방문해보길 권합니다. 직접 가보면 유기동물에 대한 오해가 바로 사라질 겁니다. 유기동물 입양 계획이 없는 이유 중 1위는 ‘입양 방법이나 절차가 어려울 것 같아서’였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들이는 일인 만큼 절차가 까다로운 게 당연합니다. 유기동물 입양 시엔 동물보호법과 보호자 준수사항을 배우고, 직업·소득·거주지 환경 등을 심사받을 수 있습니다. 유기동물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과정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일부. [자료 캡처]
케이팝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 씨가 2년 전 한 방송에서 했던 말입니다. “유기동물을 반려하기 어려운 존재로 만든다” “유기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며 큰 논란이 됐죠. 결국 제작진이 주의하겠다고 사과한 뒤 상황이 일단락됐습니다. 김희철 씨의 발언에 특별히 악의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유기견은 이미 한 번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입양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다만 실제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가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어 이 같은 발언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열악한 유기동물보호소는 일부일 뿐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내 사회화교육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제공]
유기동물에 대해선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건강이 안 좋으니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버렸거나 행동 문제 탓에 키우기 힘들어 유기한 게 아닐까 추측하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보이는 열악한 환경의 보호소도 이런 선입견 형성에 한몫합니다.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누더기가 된 수십, 수백 마리의 강아지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병들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똥오줌으로 털이 엉겨 있고, 피부병 혹은 눈병에 걸려 있으며, 여기저기 동물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충격적인 모습이 유기동물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보호소는 애니멀 호더(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없어 방치하면서도 계속 데려와 모으는 동물학대자) 성향의 소장이 운영하거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위탁만 하고 사실상 방치하는 극단적 사례일 뿐입니다. 요즘은 강아지가 펫숍보다 더 잘 관리받을 수 있는 유기견보호소도 많습니다. 최근엔 몇몇 지자체가 도심에서 유기동물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엔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강동구 ‘강동리본센터’,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노원구 ‘노원반려동물문화센터’, 동대문구 ‘발라당 입양센터’ 등 5곳이 있고 앞으로 점점 늘어날 예정입니다. 지자체 직영인 만큼 예방접종, 구충제 복용, 중성화 수술 등 유기동물의 건강도 철저히 관리합니다. ‘질병이 있을 것 같다’는 인식과 정반대인 거죠. 게다가 행동학적 문제도 펫숍에서 분양받은 동물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유기동물 관리에 드는 세금도 증가
[GettyImages]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1만8273마리입니다. 이 중 절반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합니다(자연사 25.8%, 안락사 15.7%).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관리·보호하며, 입양되지 않았을 때 안락사하는 비용은 모두 우리가 낸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2021년 유기동물 관리에 투입된 세금은 297억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습니다. 유기동물이 국민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 문제인 이유입니다.
유기동물 입양의 장점은 ‘(펫숍 출신보다) 건강하고 행동 문제가 적은 동물’을 데려온다는 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유기동물 감소에 작게나마 일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 중이지만 선입견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가까운 도심지 유기동물입양센터에 방문해보길 권합니다. 직접 가보면 유기동물에 대한 오해가 바로 사라질 겁니다. 유기동물 입양 계획이 없는 이유 중 1위는 ‘입양 방법이나 절차가 어려울 것 같아서’였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들이는 일인 만큼 절차가 까다로운 게 당연합니다. 유기동물 입양 시엔 동물보호법과 보호자 준수사항을 배우고, 직업·소득·거주지 환경 등을 심사받을 수 있습니다. 유기동물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과정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