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베커 실리콘밸리은행(SVB) 최고경영자(CEO). [SVB 홈페이지 캡처]
베커 CEO 책임론이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파산 직전 지분 매각’이다. 베커 CEO는 SVB 파산 11일 전인 2월 27일 모회사인 SVB 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약 48억 원)를 매각해 230만 달러(약 30억 원)의 순이익을 챙겼다. 그의 매각은 ‘기업 내부자는 지분 매각 계획을 30일 전에 보고해야 한다’는 SEC 법규에 따라 진행됐다. 하지만 매각 당시 SVB의 자본 조달 방침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그와 SVB 측 모두 침묵하고 있다. 또 베커 CEO는 SVB 파산 3일 전에도 한 컨퍼런스에서 “(지금은)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며 “애그테크, 핀테크, 클린테크, 메디테크, 개인 맞춤형 의료 등 흥미로운 분야가 많다”고 스타트업 창업 및 투자를 독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베커 CEO의 경영 실패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SVB는 연준이 지난해 금리를 4% 끌어올리는 동안 전체 매도가능증권(AFS) 260억 달러어치 중 2.2%인 5억6300만 달러에 대해서만 위험 회피(헤지)에 나섰다. 헤지 규모 자체도 전년(153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와 관련해 WSJ는 3월 13일 보도에서 “SVB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비한 헤지를 외면하면서 이번 파산 과정에 기름을 부었다”며 “그 중심엔 12년간 SVB를 이끌어 온 베커 (CEO)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커 CEO는 2011년부터 12년간 SVB 경영을 담당해왔다. 1971년생인 그는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출신으로,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직후엔 코메리카은행 등 지역의 작은 은행에서 일했으나 1993년 상사를 따라 SVB로 이직했다. 1999년 SVB의 벤처 투자 관리 부서인 SVB 캐피탈을 만들었고 2008년 SVB 은행장이 됐다. 2010년 SVB 파이낸셜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2012년부턴 SVB CEO까지 맡아 두 기업을 모두 이끌었다.
베커 CEO는 3월 10일 SVB 파산 선언 직후 임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 영상에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SVB 파산까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48시간을 보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회사를 위해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서로 어울리며 의지가 돼주고 고객들을 도우면서 업무해나가길 바란다”면서 “제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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