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

음악으로 온전한 자기 이야기 전하는 유주

[미묘의 케이팝 내비] 익숙한 듯 새로운 신곡 ‘Without U’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3-16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유주(YUJU)가 두 번째 미니앨범 
‘O’를 발표했다.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주(YUJU)가 두 번째 미니앨범 ‘O’를 발표했다. [커넥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 쓸쓸하면서도 애잔한 곡이다. 유주(YUJU)의 두 번째 미니앨범 ‘O’와 타이틀곡 ‘Without U’다. 유주는 그룹 ‘여자친구’ 해체 후 지난해 초 미니앨범 ‘[REC]’를 발표하고 솔로 행보를 걷고 있다. 당시 타이틀곡 ‘놀이(Play)’는 라틴풍을 살짝 가미해 비장하면서도 열정적인 느낌을 주는 댄스곡이었다. 붉은 색감은 물론이고,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음색 등에서 케이팝 레전드 보아(BoA)를 참고한 듯한 인상을 받은 이도 있었을 것이다. 신곡 ‘Without U’에서도 그런 흔적은 발견된다. 유주의 보컬톤과 함께 기타가 주도하는 R&B 기반의 처연함, 솔직하게 터놓는 외로움이라는 테마 같은 것이 그렇다.

    ‘Without U’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조합이 주는 따스하고 풍성한 소리에 일렉트릭 기타가 맛깔스러운 질감을 더한다. 언뜻 듣기에는 익숙함이 두드러지는 웰 메이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친 듯한 저음과 애틋한 고음을 두루 보여주는 보컬, 일상과 추억에 감정을 비율 좋게 담아낸 가사도 즐기기에 좋다. 그런데 곡 전체를 결정짓는 후렴은 곱씹을수록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렴은 “I’m not okay”에 해당하는 호소력 있는 멜로디를 한 번 더 반복한다. 이어 “아직 나, 밀려오는 널” 대목에서는 미련이 남는 듯 맴돈다. 그러고는 아슬아슬한 텐션 음을 거치며 사뭇 다른 방향으로 곡이 뻗어간다. 이때 로맨틱한 색채가 은근하지만 인상적으로 치고 들어온다. 그 마무리인 “Not without U”는 마디의 마지막 박자에 걸리면서 바로 다음 대목으로 전환될 수 있는 형태를 보인다.

    1절은 이를 살려 빠르고 리듬감 있게 2절로 이어진다. 반면 2절 끝은 템포감 있는 반주 중심의 구절을 덧대어 감성을 강화하며 확장하다가 마지막 구절에서 옥타브 낮춰 마치 곡의 마무리처럼 내려앉는다. 나지막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브리지는 이 하강선을 기폭제 삼아 조용하게 다시 시작되고 이내 조성을 올려 감정을 고조시키는 마지막 후렴의 감정선을 확실하게 끌어올린다.

    가요적인 친숙함을 매력 있게 표현해

    누군가의 영향이 엿보인다는 말은 케이팝에서 종종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주의 옛 팀 동료들인 비비지(VIVIZ)가 과거 댄스가요를 계승해 격렬하게 무대를 찍어 누르기도 하고, ‘여자친구’가 케이팝 아이돌의 특이점을 강하게 띤 이면에 대중적 공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가요적인 친숙함을 내포한 덕이다. 이처럼 국내적 레퍼런스를 매력으로 잘 살려내는 일은 폄하될 수 없는 독특하고 가치 있는 접근법이다. 참조점 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준수하게 구축해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유주는 ‘여자친구’에서 메인보컬을 담당했다. 애절하면서도 힘 있는 댄스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 그룹에서 폭발력 있는 그의 보컬은 분명 팀 정체성에 직결되는 기둥 같은 역할을 했다. 좋은 균형미와 매력 있는 의외성, 이를 구조적으로 근사하게 풀어나가는 ‘Without U’에서 그는 다양한 보컬의 기교를 넘치지 않게 전시하면서 서정에 충실했다. 유주의 목소리가 누군가와 비슷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훌륭하게 완성된 아티스트다. 그러나 혹여 닮은 구석이 느껴진다 해도 그것은 흠이 아니다. 음악언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전할 수 있는 아티스트에게는 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