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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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본격화하는 美

양국 군사협력 강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미·중 대결 대리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3-03-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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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하푼 지대함미사일. 중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비대칭 전력이 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

    대만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하푼 지대함미사일. 중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비대칭 전력이 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펑후 제도에서 대만군이 실시한 중국군 상륙작전 저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만 국방부]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펑후 제도에서 대만군이 실시한 중국군 상륙작전 저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만 국방부]

    대만이 실효 지배하는 펑후(澎湖) 제도는 대만에서 서쪽으로 50㎞, 중국에서 동쪽으로 140㎞ 떨어진 전략요충지다. 크고 작은 90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마궁다오 등 16개이며, 대만군은 이 16개 섬에 공군기지를 비롯해 미사일 및 레이더 기지, 해군기지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이 때문에 펑후 제도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으로 거론돼왔다. 실제로 대만군은 펑후 제도에서 중국 상륙작전에 대비한 훈련을 수시로 해왔고, 미군과도 매년 비밀리에 합동훈련을 벌여왔다.

    그런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21년 10월 미군 30여 명이 대만에 주둔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양국군이 합동훈련까지 해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차이 총통은 펑후 제도를 방문해 대만 육군 특전부대와 해군 육전대(해병대), 미 해군 네이비실 훈련을 참관하고 격려까지 했다. 대만 군 최고 통수권자가 양국군 훈련을 시찰한 것은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에서 군 병력 3만여 명을 철수했다. 그 대신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를 설치하고 경비 명분으로 해병대와 특수부대 등 소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군은 그동안 교관 역할을 맡아 대만 특전부대와 해병대에 각종 육상·해상 전투 기술 등 최신 훈련을 전수해왔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에 주둔하는 군 병력을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현재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30여 명 외에도 향후 몇 달 안에 100~20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증원하는 병력은 대만군에 미군 무기체계를 훈련하고,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틴 메이너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며, 대만해협과 지역 내 평화 및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규모 무기 판매 승인

    대만군도 미국 본토에서 훈련을 대폭 확대한다. 대만군은 올해 하반기 육군 6군단 산하 기갑 542여단과 육군 8군단 산하 기계화 보병 333여단 등에서 선발한 병력 500여 명을 미국에 파견해 최신 군사훈련을 받게 할 예정이다. 대만군의 미국 본토 훈련은 양국 간 군사 교류 협력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미국 미시건주 방위군이 대만군의 소대급 또는 중대급 부대 훈련을 지원해왔는데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대대급이 파견된다.

    대만 공군의 F-16V 전투기 편대가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대만 공군의 F-16V 전투기 편대가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미국은 대만에 무기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월 1일 대만에 첨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암람(AMRAAM) 200기와 AGM-88B 고속 레이더 파괴용 공대지미사일 100기 등 6억1900만 달러(약 8100억 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 미사일들은 대만 공군의 F-16V 전투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군은 F-16의 초기형 버전인 F-16 A/B 141대를 최신형 F-16V로 성능을 개량하는 ‘펑잔(鳳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올해 말까지 펑잔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며 이와는 별도로 미국에서 제작한 F-16V 66대를 도입할 방침이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9번째다. 미국은 대만과 F-16V 전투기 후속 기술지원 계약도 체결했다. 규모는 14억4973만 대만달러(약 621억 원)고 기간은 5년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술진이 대만 남부 타이난 공군기지에 상주하면서 대만 기술진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대만은 또 미국으로부터 AGM-84L 하푼 블록2 지대함미사일 460기를 도입한다. 하푼 지대함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280㎞로 대만해협을 넘으려는 중국 해군 함정은 물론, 중국 본토 항만이나 항만에 정박한 함정과 주요 군사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다. 하푼 지대함미사일은 중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대만판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와 함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대만에 지원할 전쟁 물자를 전략요충지에 비축하는 계획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찰스 플린 미국 육군 태평양사령관은 “대만에서 중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신속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의 사전 배치물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배치물자란 탱크, 장갑차, 자주포, 트럭, 탄약, 유류 등 전쟁 물자를 미리 배치해놓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2월 21일 대만과 고위급 안보회담을 갖고 무기 지원 등 군사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AIT 미국 본부에서 비공개로 열린 이 회담에 미국에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조너선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 등이, 대만에선 우자오셰 외교부장과 구리슝 국가안전회의 비서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과 대만은 1997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회의를 가진 이후 연례 안보 대화를 해왔다. 매년 7∼9월 열렸으나, 올해는 이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이번 회담에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과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가속화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의회가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2023∼2027회계연도에 대만에 연간 최대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씩 5년간 모두 100억 달러를 해외군사금융지원(FMF: 외국 정부가 미국제 무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자금이나 대출 등 금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하고, 이와 별도로 대통령 권한으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군사 지원이 가능한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NDAA가 발효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대만에 무기를 대거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공화당도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 확대 요구

    게다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원에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군사위원장 등은 2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만군에 대한 무기 지원과 훈련 예산을 더 책정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이 갈수록 군사력으로 미국의 동맹을 압박하고, 최근 정찰풍선으로 미국 영공까지 침투했다”며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가 중국의 침공에 맞서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차 세계대전 막을 최선의 방법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월 자국을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월 자국을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실]

    하원에서 대만 지원에 앞장서는 의원은 신설된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미·중 전략경쟁특위)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이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고, 제3차 세계대전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만에 실질적인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대만을 무장시키는 데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2월 28일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대만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만보증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이 4월 미국을 방문해 대중(對中)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정부는 AIT 회장에 대중 강경파인 로라 로젠버그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을 임명했다. 로젠버그 회장은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대만 정책 실무 책임자로 활동했으며 최근 사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로젠버그 회장은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대만과의 관계 설정에서 더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내는 인사”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로젠버그 회장은 전임자들보다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실질적인 접근을 할 것이며, 내년 1월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 후보자들과 연락 채널을 유지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선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간 맞대결이 팽팽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벌써부터 국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로젠버그 회장을 임명한 의도는 민진당 후보를 은밀하게 후원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로젠버그 회장은 또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 확대는 앞으로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제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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