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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거 사건으로 미뤄보면 대화방 운영자에게도 높은 처벌이 내려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직접 유통해도 형량이 징역 2년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외에서는 10년 이상 징역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국내에서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
법상으로는 무기징역도 가능
3월 31일 국회 앞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사이버 성착취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위). [뉴스1]
트위터에는 본인의 신체 부위나 나체 사진을 올리는 ‘일탈계’라는 계정이 있다. 트위터가 여느 SNS에 비해 익명성이 높아 생긴 계정이다. 비밀 대화방 운영진은 이 계정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계정 주인에게 신상정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게 만들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들 운영자를 강요, 협박, 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형량이 높은 것은 강제추행죄. 10년 이하 징역,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르면 음란물을 제작·유통할 경우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번 n번방 사건은 피해자가 스스로 영상을 촬영하긴 했지만, 협박으로 피해자에게 이 같은 행동을 강요한 것인 만큼 ‘간접정범’(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범죄 의사가 없는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행하는 범죄)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유통했다면 형량은 더 커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에 의거, 무기징역 혹은 5년 이상 유기징역의 처벌을 받게 된다.
최근 박사방 운영자로 검거된 조주빈(25)은 앞서 설명한 혐의 외에도 아청법상 강간, 강제추행, 살인음모, 사기 혐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죄가 전부 인정될 경우 최대 형량은 45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유기징역의 최대 형량은 30년. 가중처벌 적용 시 50년까지 형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합범은 가장 중한 죄의 형량 절반만 가중할 수 있다.
검찰은 조씨와 공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목적한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
아동 · 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통해도 징역 1년 6개월
온라인 성범죄는 법상 처벌 수위가 높으나, 실제 판결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아DB]
이 사이트는 배너에 성인이 나오는 음란물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정도로 방대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모아왔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중복 자료 없이 25만 개의 아동 이용 음란물 파일이 서버에 있었다. 각국 공조수사를 통해 전 세계 핵심 이용자 4000여 명 중 310명이 적발됐으며, 이 중 한국인은 228명이었다. 핵심 운영자도 한국인이었다. 운영자 손모(26) 씨는 아동 성폭행 동영상 22만 건을 유통해 총 415비트코인(약 4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청법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제공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손씨의 1심 결과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씨는 사법부가 내린 죗값을 거의 치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징역을 마치고 4월 27일 출소할 예정이다.
가입자 전원 처벌, 가능은 하겠으나
조주빈이 3월 25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왼쪽). 텔레그램 프로젝트N방. [동아DB, 사진 제공 · 강원지방경찰청]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 혐의가 인정된다면 실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다시 웰컴투비디오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이 사이트에서 유통하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한 사람은 각국 법원에서 각기 다른 처벌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최대 징역 15년, 영국은 2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같은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모두 벌금형에 그쳤다. 게다가 신상공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음란물 유통이나 소지는 현재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
실제로 수사기관에서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통 및 소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017년 대검찰청 분석 통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관련 혐의로 적발된 599명 가운데 구속기소된 사람은 19명뿐, 기소유예 처분은 379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