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조여정을 빛내준 미모사 컬렉션. [사진 제공 ·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만든 영화가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오스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917’과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후보에 오른 쟁쟁한 작품들이 한국 영화 ‘기생충’의 뒤에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벅찬 일이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3월 9일(현지시각) 영화 ‘기생충’이 영국에서 역대 외국어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성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한국 영화가 영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최초인 데다, 누적 수익 1150만 파운드(약 185억 원)로 역대 최고 흥행 기록까지 깔끔하게 갈아치운 것이다. 이전 흥행 1위는 2004년 개봉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멜 깁슨 감독)의 1107만 파운드(약 168억 원)였다.
‘기생충’은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수익을 낸 한국 영화가 됐다. CJ ENM은 ‘기생충’의 일본 수익이 3월 8일 기준 40억4716만 엔(약 463억6300만 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2005년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한국 영화 수익 1위를 차지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수익(30억 엔)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기생충’의 기록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영화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시기에 집계된 것이라 의미가 더 크다. 전 세계 극장가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혹한기를 맞았음에도 꾸준한 관객 몰이에 성공하면서 16년 만에 영국과 일본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갈아치운 것이다.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끊임없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2월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일화를 소개했다.
오스카를 수놓은 한국의 아름다운 배우
그중 하나가 톰 행크스 부부를 만났을 때 일이다. “톰 행크스가 송강호 선배나 이선균 씨, 특히 이정은 배우를 보고 아주 반가워하면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또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로 오스카 여러 부문에서 겨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배우 조여정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봉 감독은 “LA(로스앤젤레스) 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는데 마침 그저께 극장에서 ‘기생충’을 봤다며 그 자리에서 20분가량 막 얘기를 했다. 그런데 10분 정도가 조여정 배우에 대한 얘기였다. 부잣집 아내 역할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라 하루 내내 그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스카에 참석한 배우 조여정은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에 한복의 곡선미가 느껴지는 드레스를 입었다. 거기에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한 가지를 현명하게 더했다. 2억6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한 것이다. 오스카에서 조여정이 착용한 다미아니는 어떤 브랜드일까. 다이아몬드 주얼리는 어떤 제품일까.
다미아노 다미아니(왼쪽)와 다미아니 이탈리아 밀라노 부티크. [다미아니]
미모사 네클리스는 3000개 이상의 라운드컷(다이아몬드 연마 방식의 하나)과 브릴리언트컷(다이아몬드 광채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연마 방식)의 화이트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완성했다. 미모사 꽃의 우아함과 청초함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조여정은 빛나는 룩을 완성하고자 반지는 미모사 링과 노테 디 산 로렌조 링을 매치했다.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의 은하수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노테 디 산 로렌조 컬렉션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고 꿈을 실현하는 순간을 표현한 컬렉션이다.
기자회견장에 착용하고 나온 미모사 워치는 독창적인 구조물이 교차되는 독특하면서도 우아한 시계다. 고도의 투명도를 자랑하는 다이아몬드와 고귀한 보석들의 조합은 마치 미모사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며, 이 시계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시계 케이스와 다이얼의 다이아몬드는 각각 다른 사이즈이며, 꽃잎처럼 번갈아가며 세팅됐다. 클로 프롱(claw prong·보석 세팅 방법)은 생화 같은 느낌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탈리아 주얼리 장인정신의 예술작품으로, 다미아니 세공장인이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세팅했다.
95년째 지켜온 뮤즈를 향한 열정
“나는 주얼리를 창조할 때 주얼리 자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나의 여성 뮤즈를 생각합니다. 그의 취향이나 감정들을 떠올리죠.”-다미아노 다미아니1924년 설립 이래 다미아니는 이탤리언 스타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창업자인 엔리코 그라시는 창립 당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디자인하고 제작해 귀족 가문에 판매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이탈리아 주얼리 분야에서 기품, 밸런스, 고귀함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칭송을 받으면서부터다.
가업을 물려받은 엔리코의 아들 다미아노는 독창성을 보태 다미아니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엔리코의 전통과 다미아노의 혁신이 조화를 이루면서 다미아니는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95년 전통의 다미아니는 ‘주얼리를 창조할 때 드로잉 혹은 보석의 캐럿을 고려하기보다 그것을 착용할 여성을 먼저 생각하라’는 다미아노 다미아니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벨에포크 컬렉션’을 비롯해 1924년 설립 이후 다미아니의 역사에는 수많은 뮤즈가 등장했다.
1950~1960년대 대표적인 육체파 배우이자 영화계 최고 디바인 소피아 로렌은 다미아니 주얼리 창조의 원천이 된 인물이다. 다미아니와 평생을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소피아 로렌 컬렉션’은 다미아니가 자신의 영원한 뮤즈에게 헌정하는 오마주다. 그의 몸매에서 영감을 받은 동심원의 부드러운 곡선 셰이프 위에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진열한 방식으로 섬세하고도 독특한 입체감을 보여준다.
다미아니의 영원한 뮤즈, 소피아 로렌
다미아니의 영원한 뮤즈 소피아 로렌(1950년대). [다미아니]
이에 다미아니는 샤론 스톤과 뜻을 함께해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물’을 뜻하는 ‘마지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지 컬렉션 판매 수익의 일부로 비영리단체를 통해 아프리카에 50개의 새로운 우물이 만들어졌다. 이는 1만 명 넘는 사람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소피아 로렌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해 탄생한 ‘소피아 로렌 하이주얼리 컬렉션’(2005). [다미아니]
벨에포크 컬렉션을 착용한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왼쪽). 사하라 브레이슬릿을 착용한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턴. [다미아니]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미아니는 틸다 스윈턴뿐 아니라 오스카 수상자들에게 독특한 하이주얼리 피스를 헌정한 바 있다. 다미아니와 평생을 함께한 소피아 로렌, 브래드 피트, 샤론 스톤, 기네스 펠트로 역시 오스카에서 다미아니의 하이주얼리로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거기에 가장 최근인 제92회 오스카에서 한국 배우 조여정이 뒤를 이은 것이다. 95년 다미아니 역사에도 ‘조여정’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